탄핵된 박근혜 우표가 20만원대?..이승만부터 문재인까지 '역대 대통령 우표의 경제학'

조형국 기자 2017. 8.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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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휘말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직에서 탄핵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우표 가격은 얼마일까. 표시액 270원인 제 18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는 우표수집 시장에서 1장당 1500~2200원에 거래된다. 취임 초 1100원대에서 거래됐던 데 비하면 오름세가 확연하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1만부 한정으로 발행된 기념우표첩은 더 비싸다. 취임 초 5만원까지 치솟은 우표첩은 이후 10만원대를 넘나들며 우표 수집가들 사이에서 ‘거품이 끼었다’는 평가를 받은 뒤에도 꾸준히 가격이 올라 최근까지 2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발행 부수는 기념우표 200만장, 시트 20만장 등에 그친다. 우정사업본부는 제18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를 발행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 갈 최초 여성 대통령’의 온화하고 당당한 모습을 태극기와 함께 간결하고 품격 있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바닥을 찍은 지지율이 탄핵까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인기가 떨어질 법도 하지만, 희소성은 박 전 대통령 우표의 가격을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다. 회현지하상가에서 만난 한 우표상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부수가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적은 편에 속해 가격대가 잘 내려가지 않는다”며 “‘최초 탄핵’ 역시 기념우표를 보유할 명분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의 거래가를 살피면 제한적인 공급(발행부수)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관련기사▶[기타뉴스]역대 대통령 우표 비교해보니)

서울 중구 회현지하상가의 한 우표상점 벽면에 역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가 전시돼 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han.co.kr

■가장 비싼 취임기념 우표는 ‘초대 대통령’

<우정사업본부 제공>

14일 서울 중구 회현지하상가에서 만난 우표상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현재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는 1948년 8월 5만부 발행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취임기념 우표다. 액면가 5원인 초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는 사단법인 한국우표상협회가 산정한 평가액 기준 70만원이며 장당 32~3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1996년 23만원, 2013년 25만원대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꾸준한 오름세다. 초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는 헌정사상 발행된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중 발행부수가 가장 적다.

두 번째로 비싼 대통령 우표도 이 전 대통령이 차지하고 있다. 1956년 8월 20만부 발행된 제3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는 도감 평가액 기준 장당 26만원, 거래가는 11만원대부터 책정된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세 번째는 1963년 12월 50만부 찍힌 제5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는 취임기념 우표를 발행하면서 “대한민국을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수호하고 부패와 빈곤으로 인한 국가 민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5ㆍ16혁명에 뒤이어 1963년 10월15일 대통령선거 및 동년 11월 26일의 국회의원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1963년 12월17일에 우리 민족과 자유세계 우방 각국의 기대와 축복 가운데 제5대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제3공화국이 탄생되어 경제안정과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새 터전을 마련하여 역사적인 거보를 내딛게 되었다. 이 날을 길이 기념하고 나아가서 조국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하는 뜻에서 제5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바이다”라고 했다.

현재 5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는 4만5000~6만5000원, 6~7대는 1만5000원, 8대는 6000원, 9대는 500원대에 거래가가 형성돼있다. 발행부수는 5대 50만장, 6대 100만장, 7대 200만장, 8대 200만장, 9대 350만장이다.

■발행부수 많을수록 떨어지는 가격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발행된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는 대부분 500만부 넘게 찍었다. 제10대 최규하 전 대통령이 600만장, 제11~12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총 1800만부를 찍었다. 제13대 노태우 전 대통령 때 300만부로 주춤했던 발행부수는 제14대 김영삼 전 대통령 500만부, 제15대 김대중 전 대통령 500만부,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700만부, 제17대 이명박 전 대통령 500만부까지 이어졌다가 제18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200만부로 다시 내려갔다.

직전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기념 우표가 인기가 높은 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가 300~500원, 김대중 전 대통령 우표가 400원, 이명박 전 대통령 우표가 500원대인데 반해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의 우표는 각각 2000원, 1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표상 김모씨(77)는 “노무현 전 대통령 우표는 그간 원가 정도로 거래가 됐는데 최근 인기가 늘면서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땡全 우표’ 땡처리?…전두환우표 애물단지로)

제16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우정사업본부 제공>

■‘문재인 우표’는 주문 폭주로 인터넷 신청 중단

오는 17일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발행을 앞두고 우표상인들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발행으로 ‘대통령 우표 붐’이 일어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500만부에 달하는 발행부수 때문에 그다지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린다. 이번에 발행되는 우표는 기념우표 500만장, 소형시트 50만장, 기념우표첩 2만부로 가격은 각각 330원, 420원, 2만3000원이다.

(관련기사▶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17일 발행···‘세월호 단식’ 모습 담았다)

제19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우정사업본부 제공>

문 대통령 우표에 대한 관심은 주문 폭주로 인터넷 신청이 중단될 정도로 뜨겁다. 우정사업본부는 당초 홈페이지에서 우표를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최근 서비스를 중단하고 현장 판매만 하기로 결정했다. 우표수집가들을 위해 제공되는 기념우표첩에는 대통령 후보 시절, 세월호 단식과 촛불집회 당시의 모습 등이 담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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