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도 잘 안 쓰던 독일인, 모바일 결제에 눈뜨다

베를린=김강한 특파원 2017. 8. 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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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모바일 결제 서비스 확산]
- 보안 의식 유독 높은 독일인
소비자 80%가 현금 결제 선호, 카드 결제 안 되는 곳도 많아
올 들어 5월까지 모바일 결제 중국 154조원, 독일 788억원
- 도이체방크 모바일 결제 서비스
보안성 대폭 강화, 소비자 호응
모바일 결제 사용자 올 90만명서 2021년엔 610만명 돌파 예상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올해 4월 초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란 삼성페이처럼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 등 결제 정보를 등록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독일 은행 중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도이체방크가 처음이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페이팔·페이캐시 등 일부 모바일 결제 전문 업체가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김강한 특파원

도이체방크 카드·결제시스템국장 얀 리사우스는 "스마트폰에 도이체방크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신용카드의 일부 정보를 등록하면 한 번에 최대 25유로(약 3만2000원)까지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25유로가 넘는 금액을 결제하려면 카드 비밀 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는 아시아·북아메리카나 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세계 4위 경제 대국 독일에도 이 서비스가 본격 상륙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걸음마 단계인 독일 모바일 결제 시장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흔히 쓰이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아직까지 모바일 결제가 생소한 개념이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올해 주요 국가 모바일 결제 규모에서 중국이 1382억7240만달러(약 154조7000억원)로 1위였다. 이어 미국이 2위(550억1840만달러), 영국이 3위(65억5620만달러), 우리나라가 4위(46억2040만달러), 일본이 5위(24억9210만달러)였다. 독일은 불과 7050만달러(약 788억원) 수준이다. 자동차, 금융, IT(정보기술) 등 각 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독일이 모바일 결제에서만큼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도이체방크가 독일 은행 중에서는 최초로 지난 4월 선보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 보안성과 편리성을 강화해 25유로 이하는 비밀번호 입력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도이체방크

이유는 독일인들의 높은 보안 의식 때문이다. 신용, 신뢰, 안전을 중시하는 독일인들은 해킹 위협이 존재하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나 계좌 등 정보를 담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하는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스태티스타가 지난해 독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복수 응답)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이용을 위한 전제 조건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43%가 '해킹 방지 기능'을 꼽았다. 둘째로 많은 응답자 35%도 '스마트폰 분실 시 보안 문제 해결'이라고 답했다. 32%는 '할인, 쿠폰 및 보너스 포인트 제공'을, 30%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제공 업체의 신뢰성 확보'라고 응답했다. 전제 조건 1~4위 중 3개를 보안 관련 내용이 차지한 셈이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보수적 성향이 강한 독일 소비자들은 여전히 80%가 현금 결제를 선호한다. 카드 결제기가 있더라도 현금 결제를 요구하거나 외국인이 카드 결제를 할 경우에는 여권 제시를 요청하기도 한다. 신용카드 결제기를 구비하고 있지 않은 상점도 많다. 일부 번화가 상점이나 대형 마트를 제외하면 수도 베를린의 골목 상권에 있는 식당·카페·수퍼마켓 중에도 여전히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2015년 기준 독일의 카드 결제기 설치 비율은 국민 100명당 1개였다. 다른 서유럽 국가 평균은 국민 30명당 1개다. 독일에서는 2012년 대형 통신 업체 02와 보다폰, 텔레콤이 모바일 결제 시스템 엠패스(Mpass)를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이 외면해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올해가 독일 모바일 결제 대중화의 원년

독일의 한 커피숍에서 한 손님이 통신업체 보다폰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보다폰 월렛"으로 커피값을 결제하고 있다. 독일은 모바일 결제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은행과 통신사 등이 속속 진출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보다폰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독일의 모바일 결제 사용자 수와 결제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독일 모바일 결제 사용자 수는 올해 90만명에서 2021년에는 610만명을 돌파해 6배 이상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050만달러 수준인 시장 규모도 2021년에는 8억2700만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간 성장률이 85.1%에 달한다. 사실상 올해부터 독일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 대중화가 시작한다는 뜻이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안전성이 강화된 결과다. 예를 들어 도이체방크가 내놓은 모바일 결제 앱은 소비자가 결제할 때마다 10자리 고유 번호가 매번 바뀌는 방식을 사용한다. 결제할 때는 이 고유 번호와 신용카드 유효기간만 있으면 자동 결제된다. 스마트폰에 카드 번호나 카드 뒷면에 적힌 CVC(카드 유효성 검사 코드) 등은 입력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보안을 강화한 조치다. 독일 소비자들의 모바일 결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성장을 뒷받침한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독일 소비자 43%는 보안 기능이 추가된다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모바일 결제 인프라도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독일 최대 식품 업체인 알디(Aldi), 레베(Rewe) 등은 지난 3월부터 체크카드를 이용한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백도 레베, 차(tea) 판매점 티게슈벤트너와 손잡고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페이백은 모바일 결제를 하는 소비자에게 할인 쿠폰이나 루프트한자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독일은행산업협회도 이미 독일 내에서 출시되는 모든 체크카드를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카드로 변경해 출시하고 있다. 통신 업체 보다폰은 지난해 초 모바일 결제 서비스 '보다폰 월렛'을 출시했다. 스웨덴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업 심리스(Sealess)도 독일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심리스는 체크카드보다 자사 모바일 결제가 더 빠르고 안전하다고 홍보하면서 가맹점에서 모바일로 결제할 경우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독일 유통 기업 메트로그룹은 지난 6월 유럽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요요에 1530만달러(약 17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독일인들은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익숙하기 때문에 모바일 뱅킹과 모바일 결제를 연계한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면 업체들이 고객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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