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의 종전기념일(패전일)인 15일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하는 대신 공물료를 납부했다. 반면 의원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집단 참배를 했다. 아베 총리는 추도식에선 5년 연속으로 일본의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대리인인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총재특별보좌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 대금을 봉납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5년 연속으로 종전기념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국·중국과의 연계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내 보수·우파세력을 의식해 ‘대리 참배’ 형식을 선택했다. 시바야마 총재특보는 아베 총리로부터 “참배에 갈 수 없어 죄송하다. 확실히 참배를 하길 바란다”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침략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것” 등의 발언으로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매년 종전일과 봄·가을 제사 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온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63명은 이날 오전 참배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도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자민당의 ‘전통과 창조회’ 의원들과 함께 신사를 찾았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대행,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부간사장도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지만, 일본의 가해 책임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전후 우리나라는 일관되게 전쟁을 증오하고 평화를 중요시하는 나라로서의 길을 걸어왔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 써왔다”며 “우리들은 역사와 겸허하게 마주하면서 어떤 시대에도 이러한 부동(不動)의 방침을 일관하겠다”고만 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재집권 이후 5년 연속으로 종전일 추도식에서 일본의 가해 책임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그의 전임자들은 추도식 식사를 통해 “일본이 아시아 국가에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고 했었다.
반면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추도식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3년 연속 ‘깊은 반성’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