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더욱 조심하다보니 늦어졌네요"..소녀상버스 첫 운행

한재준 기자 2017. 8. 14. 12: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4일 오전 9시쯤 종착지인 우이동을 향하는 151번 버스에 다른 승객과는 다른 손님이 타고 있었다.

우이동 도선사입구~중앙대를 왕복하는 151번 버스 5대를 소녀상 버스로 정한 까닥은 이 버스가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인근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중앙대행 151번 버스의 첫 손님 김보화씨(74·여)는 "(소녀상을 설치해서) 자꾸 눈에 익게 해주는 게 너무 좋은 생각인 것 같다"며 "가슴 아픈 역사다. 옛 부모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새로운 세대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 놀라면서도 의미 되새기는 등 관심
151번 버스 다섯대, 내달 30일까지 운행
세계 위안부의 날인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을 태운 151번 버스가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다. 2017.8.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14일 오전 9시쯤 종착지인 우이동을 향하는 151번 버스에 다른 승객과는 다른 손님이 타고 있었다. 그 다름은 곧 친숙한 모습으로 기자에게 다가왔다. 버스 앞에서 왼쪽 두 번째 자리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있는 손님은 다름아닌 '평화의 소녀상'이었다.

기자가 '소녀상 버스'에 탄 곳은 성신여대 입구역이었다. 출근시간이 막 지난 무렵이라 비교적 넉넉한 공간에는 차분함이 흘렀다. 소녀상 버스는 우이동 차고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서울 남쪽으로 향했다.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은 소녀상의 모습에 처음에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곧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관심을 갖고 저마다 그 의미를 되짚는 표정으로 바뀐다.

소녀상버스는 세계 위안부의 날(기림일)이자 광복 72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우이동 도선사입구~중앙대를 왕복하는 151번 버스 5대를 소녀상 버스로 정한 까닥은 이 버스가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인근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학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점을 염두에 두고 성신여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성대 숙명여대 등 7개 대학을 지나는 이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151번 3873호 버스운전사 김웅무씨(45)는 "개인적으로 아픈 과거라고 생각해서 다른 때보다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게 되더라"며 "그러다 보니 운행이 조금 많이 늦어졌다"고 멋쩍게 웃었다.

오전 6시30분에 첫 운행을 시작한 김씨는 "시민들이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 때로는 놀라는 분도 계셨다"며 "대체적으로는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 제작자 김운성 작가와 임진욱 동아운수 대표가 기획한 '소녀상 버스'에 시민들은 놀라면서도 담담한 반응이었다.

중앙대행 151번 버스의 첫 손님 김보화씨(74·여)는 "(소녀상을 설치해서) 자꾸 눈에 익게 해주는 게 너무 좋은 생각인 것 같다"며 "가슴 아픈 역사다. 옛 부모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새로운 세대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씨는 소녀상을 지켜보며 "참 말을 못하겠어요"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소녀상을 지켜보던 박필규군(19·신일고 재학)은 "우리 국민이 모두 공감하고 있는 역사인 만큼 사람들이 보면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회인 것 같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많은 시민들이 관심 가지고 아픔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승객 중에는 놀라는 사람도 많았다. 무심코 버스에 탑승한 60대 여성은 취재진이 소녀상을 촬영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아가씨가 앉아있는 줄 알았다"며 소녀상을 지켜봤다.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고령의 여성은 "우리 소녀가 자리 하나를 뺏어버렸네"라며 농담하면서도 "참 보기 좋다"고 소녀상을 쓰다듬었다.

14일 오전 11시쯤 151번 소녀상 버스에 탑승한 최진욱씨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설명을 들으며 소녀상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다. © News1

휴가를 맞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서울 길거리 구경에 나섰다는 최진욱씨(49·회사원)는 "우리가 나라를 잃었을 때 많은 분들이 고통받으셨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기억하기 위해 만든 소녀상의 의미를 아이와 함께 진작에 느껴야 했는데 오늘 우연히 이런 자리가 마련돼서 소녀상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서울 곳곳에 설치돼있는 소녀상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소녀상이 우리를 만나러 온 것 같아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아들에게 소녀상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들은 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며 숙연해지는 모습이었다.

소녀상을 태운 다섯대의 151번 버스는 다음달 30일까지 운행을 이어갈 예정이다.

hanantway@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