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강사는 사교육자? 억울하다

이진욱 입력 2017. 8. 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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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방과후 학교 조례 논란..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이다

[오마이뉴스 글:이진욱, 편집:홍현진]

세종시에서 전국 최초로 '방과후학교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방과후학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교조 세종시지부가 최초 발의한 박영송 의원을 항의 방문해 조례안 폐기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들의 주장은 이렇다.

1. 방과후학교는 사교육인데, 학교에서 맡아 운영하는 게 말이 안되며 2. 최초 시행했던 당시의 사교육비 절감, 교육격차 해소 등의 좋은 목표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3. 교실을 내어주는 등 학교운영에 불편함이 있고 4. 관리 업무를 교사들이 떠맡으면서 교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맞는 주장일까?

방과후학교가 시행된 지 십여년, 그동안 해온 일이 정말 별 성과가 없고 학생들만 혹사시키고 사교육의 배만 불리고 교사들에게 업무만 과중하게 시킨 일일까?

방과후학교 강사들 역시 공교육인 학교교육의 일부를 담당하는 교육자이다. 방과후학교의 공공성을 위한 기사를 2회에 나누어 싣는다.

방과후학교에 대한 반발은 왜 이제야?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과후학교가 통합 시행된 것이 2006년부터이다. 그 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90년대에도 특별활동, CA 등의 이름으로 교과 외 특별한 내용을 다루는 과정이 조금씩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특기적성교육' 등이 시행되며 급격히 양적으로 팽창한다.

이는 사회의 다양화, 정보화 등 교과교육을 뛰어넘는 다양한 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맞벌이부부 증가 등 시대의 변화에 기인한다. 교과교육 외 교육의 필요성은 늘어나는데, 교과교육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렇다고 교과교육의 과목 수나 내용을 갑자기 바꾸거나 늘이기도 어렵다. 그래서 선택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2006년 '방과후학교'라는 이름으로 통합 시행되게 된다.

통합 시행됐다고 하지만,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도 아니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탄탄히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교육부에서 지침과 가이드라인으로 시행하기는 했는데, 지원은 형편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비용을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관리 업무를 교사들이 주로 맡아 한다. 해를 거듭하면서 양적으로 더욱 팽창하면서 이에 따른 관리 업무들이 많아진다. 관리를 하는 교사들로서는 부담이 커지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일은 시키면서 지원을 해주지 않은 교육부와 교육청에 예산이든 인력이든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방과후학교는 사교육이니 학교 밖으로 나가라고 주장을 하며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입지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특별활동, CA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시행되던 당시에는 'CA는 사교육이니 폐지해라'라는 교사들의 주장을 들을 수 없었다. 아니,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교사들의 업무부담이 점점 커지니 이제야 약자인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 화살을 돌린다.

▲ 교과수업 뒤에 하는 방과후학교 공공의 필요성과 사회적 요구에 하는 방과후학교는 공교육이다
ⓒ 이진욱
방과후학교 강사는 사교육 업자이니 사교육인가?

교사들이 말하는 공교육은 '교과교육' 또는 이와 연관된 교사들이 하는 교육을 말하는 것 같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업자, 학원강사들이 들어와서 하는 수업이고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것이니 사교육이라는 것이다. 맞는 주장일까?

앞서 말한대로 방과후학교가 지금처럼 자리잡는 데는 사회적인 필요성과 수요자(학부모)의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없다고 느껴왔다면 10년 넘게 학교에서 시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자녀에게 교육을 시켜봤는데 별 성과가 없거나 아이가 싫어한다면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성과가 있기에 지금까지 자리를 잡아온 것이다.

이렇게 공공의 요구와 필요성이 있기에 방과후학교는 공교육으로 보는 것이다. 이미 교육부에서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각 교육청에 지원센터를 두고 거의 모든 학교가 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사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이다.

방과후학교 강사들 가운데 학원강사나 사교육업체와 관련되어 활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민간업체에서 개발한 교재나 교구를 사용하는 과목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방과후학교는 사교육이라고 해야 할까? 반대의 경우로, 어떤 교사가 퇴근 후에 한 학회나 연구모임에서 수업연구를 하고 사설 기관지에 논문을 실었다면, 그리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학교수업에 반영을 한다면, 그 교사는 학교에서 사교육을 하는 것일까?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는 방과후학교 강사들 가운데 극히 일부 '잘나가는' 강사들을 제외하고는 소득이 매우 적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여러 학교 수업을 하기도 하고, 학원수업도 하고, 개인레슨도 하고, 수업과 관련없는 투잡·쓰리잡도 한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이런저런 사교육과 관련된 것은 주로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지, 애초 사교육의 내용이 좋다고 학교에 들여와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한 직장에서 충분한 소득을 얻으며 무기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른 일에는 신경쓰지 않고 그 직장에 충성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학원강사들이니 사교육'이라는 말은 그래서 말이 안된다. 또 방과후학교의 수업 내용이 사교육 콘텐츠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정 교재나 교구가 꼭 필요한 일부 과목들에 한정된 것이다. 대다수의 과목은 교재나 교구가 필요하지 않거나 특정업체와 관련이 없는 일반적인 교재·교구를 사용한다.

공공의 필요성과 사회적인 요구. 그리고 학교라는 공공기관(장소)과 공적인 지원. 이것이 공교육인지 사교육인지를 가늠할 잣대 아닐까. '교사들이 하는 교과교육'만을 공교육이라고 보기에는 우리 사회의 요구사항에 너무 부족하다. 사교육업체의 입김이나 과도한 교재·교구 등 사교육적인 요소가 많다면 그것을 줄이는 쪽으로 개선하면 된다. 방과후학교를 통틀어 사교육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학부모(수요자) 부담이니 사교육이다?

교육비를 학부모(수요자) 부담으로 하니 사교육이라는 주장 역시 앞뒤가 안 맞는다. 이 주장대로라면 무상교육이 아닌 고등학교나 대학교 교육은 모두 사교육이라는 말이 된다. 고등학교, 대학교 교육도 사교육이니 없애자고 할 건가?

초·중학교에서도 방과후학교 외에도 학부모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들이 꽤 많다. 여러 특별한 체험학습, 현장학습, 수학여행, 수련회, 경진대회 등이 있고, 수업에 필요한 교재나 교구들은 아직도 상당 부분 학부모들이 부담한다. 이런 것들도 학부모 부담이니 사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가?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안전이나 인권 문제로 폐지하자는 주장은 있었지만, 사교육이니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교사들은 보지 못했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분짓는 잣대가 교육비의 학부모 부담 여부가 될 수는 없다.

방과후학교 비용이 학부모(수요자) 부담이 된 것은 교육당국의 무관심 때문이지 사교육업체의 욕심 때문이 아니다. 중학교 의무교육은 1990년대부터 시행되고 점차 확대되어 2004년에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는데, 그러는 동안에 특기적성교육에 대한 지원이 변화된 것은 거의 없었다.

2006년 방과후학교가 시행되고서도 재정적인 지원은 지금까지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교사의 업무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며 학부모 부담이니 사교육이고, 학교 밖으로 나가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가?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필요하면 가져다 쓰고 귀찮으면 버리는 소모품에 불과한가?

성과가 없으니 폐지해라?

방과후학교는 이미 교육적으로 많은 성과가 있다. 애초의 목적과 다르게 성과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들은 분기마다 '수요자 만족도 조사'를 한다. 이 결과들은 대부분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있으니 확인 가능하다.

대부분의 만족도는 꽤 높다. 실제로 현장에서 뛰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경험담이나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매년마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며 성과가 없는 강좌를 폐지하거나 새로운 강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성과가 없다면 이런 식으로 변화를 계속 하며 정착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 많은 학생들이 방과후학교를 통해 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특기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진로를 정하기도 한다. 방과후 수업을 17년째 하는 나는 이런 사례를 여러 번 보아왔다. 학부모들도 이러한 성과를 잘 안다.

사교육비 절감, 교육격차 해소 등의 애초의 거창한 목적에는 미치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방과후학교 자체가 사교육이어서 나타난 문제는 아니다. 사교육비를 확 줄이거나 교육 격차를 해소할 만큼 관리와 지원을 그동안 충분히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교육의 성과라는 것이 어디 한두 해에 확 드러날 만큼 가시적인 것이던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 꾸준히 지켜보고 먼 미래를 봐야 하는 것이다.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교과교육의 성과도 한마디로 말할 수 없고 계속 수정·보완을 하는데, 이제 십여년 된 방과후학교를 두고 '성과가 없다'고 하는 것은 무리이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문제라고?

방과후학교가 법적 근거가 아직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미 거의 모든 학교에서 꾸준히 시행되어 왔고 궤도를 잡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법적 근거가 없는데 세종시에서 조례부터 덜컥 만든 것은 무리한 일일까? 이를 '불법의 합법화'라고 하는 것은 무리이다. 근거가 없다고 무조건 불법은 아니다.

학교 무상급식도 관련법은 아직 없고 각 지자체별로 조례가 있을 뿐이다. 학교 무상급식은 이제는 당연한 제도로 인식되고, 반대하거나 폐지를 주장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학교 무상급식이 경기도에서 처음 시행될 때 법적 근거도 없는 것을 조례 먼저 만드는 것은 무리이고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교사들이 반대했던가? 법이 먼저 있어야 조례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억지논리이다. 그러자면 지방자치나 교육자치는 왜 하는가?

또 많은 지자체들이 혁신학교, 꿈의학교 등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교육정책들을 조례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조례 제정 전에는 없던 것들이다. 전에 없었고 법적 근거도 없고 성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정책들도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배정해 추진하는데, 이미 십여년간 꾸준히 해온 방과후학교에 대해서는 왜 이리도 야박하고 적대적인가? 교사들이 아닌 외부강사들이 하는 것이라서 그런가?

십여년간 잘 시행되어 왔고, 사회적인 필요와 공감대도 형성되고, 탄탄히 정착이 되었고, 성과도 꽤 있다. 이런 방과후학교라면 조례든 법이든 만들어 근거를 두고 지원을 하는 것이 옳다. 교사들의 업무가 많아 부담이 된다면 실무인력을 추가로 두고 예산을 지원하도록 법이든 조례든 행정지침이든 만들라고 주장하는 것이 맞다. 힘없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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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방과후학교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써 보겠습니다. 이 글을 쓴 이진욱 시민기자는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 강사지부 지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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