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물의 성금’으로 제 뱃속 채운 자선단체

  • 등록 2017-08-14 오전 6:00:00

    수정 2017-08-14 오전 6:00:00

불우 청소년들을 돕는다며 기부금을 받아 아파트 구입과 해외 골프여행 등 호화생활로 흥청망청 써버린 파렴치범들이 붙잡혔다. 경찰에 의해 상습사기 및 기부금품모집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적발된 ‘새희망씨앗’ 회장 윤모씨와 대표 김모씨가 그 장본인이다. 법인 관계자 4명도 함께 입건됐다. ‘선의’를 악용해 자신들 뱃속을 채운 것이다.

이들은 2014년부터 3년여간 ‘결손가정 아동돕기’ 후원자를 모집한다며 4만 9000명으로부터 적게는 5000원에서 1000만원까지 모두 128억원을 모금했다. 하지만 실제 불우아동들에게 사용된 금액은 고작 2억 1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현금이 아닌 인터넷 강의 이용권 등이었다. 나머지 약 126억원으로는 고급 외제 승용차와 아파트 등을 사고 호화 요트파티 등을 즐겼다고 한다. 그야말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국민성금이나 기부금 등 ‘선한 기부’를 등친 사례는 낯설지 않다. ‘사랑의 열매’로 널리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일부 직원들이 2010년 성금 수천만원을 유용하고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쓰는 등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민성금을 제 쌈짓돈처럼 여긴 것이다. 비슷한 무렵 대한적십자사의 아이티 대지진 구호성금도 일부 유용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파문이 일기도 했다.

기부단체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는 사단법인 설립이 현장 확인도 없이 이뤄지고 사후 검증도 부실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단체 설립은 물론 모금, 전달의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감시 시스템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연예인들을 홍보대사로 내세워 그럴듯한 활동을 자랑하는 다른 구호단체들 가운데서도 떳떳하지 못한 사례가 없지 않았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걱정은 이같은 파렴치 범죄의 여파로 기부문화가 자칫 침체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자신이 낸 기부금이 사기꾼들의 호화판 유흥비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선뜻 지갑을 열려 하겠는가.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일부 단체의 일탈이 있다고 해서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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