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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루니가 13일 에버턴전에서 선제 결승포를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출처 | 프리미어리그 공식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혈기왕성했던 10대 청년이 30대의 베테랑으로 돌아와 골을 넣었다. 3만9000여 홈팬들이 일제히 기립해 그의 복귀포를 환영했다.

세계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2017~2018시즌 첫 화제는 ‘돌아온 악동’ 웨인 루니의 컴백 골이었다. 그에게 애증이 교차했을 법한 홈 팬들 앞에서 결승포 만큼 큰 선물은 없었다. 루니는 13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끝난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 라운드 스토크 시티와 홈 맞대결에서 전반 45분 도미니크 칼버트-르윈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머리로 받아넣어 선제골을 넣었다. 에버턴은 이 골을 잘 지켜 1-0으로 이기고 개막전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드라마틱한 복귀전이었다. 에버턴의 샛별이었던 루니는 2003~2004시즌을 끝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이적, 13년간 머무른 뒤 올 여름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그는 친정팀을 떠날 때 당시 사령탑 데이비드 모예스와 감정 싸움을 벌이는 등 논란을 일으키며 맨유로 갔다. 그래서 얼마 전 루니가 에버턴 유턴을 결심했을 때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골 앞에서 손가락질할 팬은 없었다. 루니는 첫 경기 결승골로 화답했고,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1985년생인 루니는 한 때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과 함께 세계적인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서른이 넘으면서 급격하게 기량이 떨어졌고 결국 맨유를 떠나 낙향했다. 그런데 가운데 복귀전에서 골을 넣었으니 에버턴 만큼이나 루니 스스로에게도 큰 선물이 됐다.

루니는 2004년 5월15일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뒤 맨유로 이적했는데 이번 스토크 시티전을 통해 무려 4837일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와 그라운드를 누볐다. 또 지난 2004년 4월13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에버턴 소속으로 마지막 골을 넣었는데 스토크 시티전을 통해 4869일 만에 푸른 유니폼을 입고 골을 뽑아냈다. 영국 언론은 두 개의 기록이 각각 프리미어리그 신기록이라고 전했다. 루니는 “에버턴으로 돌아오는 것은 대단한 승부수였다”며 “구디슨 파크에서 골을, 그것도 결승골을 넣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했다.

최근 유럽축구는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 유벤투스(이탈리아), 바이에른 뮌헨(독일),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이 지배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프리미어리그는 인기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하지만 몇몇 빅클럽들의 유럽 제패가 전부는 아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새 시즌 첫 라운드부터 이변을 속속 연출해내며 유럽 빅리그 중 가장 평준화되고 재미있는 리그임을 증명했다. 지난 시즌 16위에 그친 번리는 한 명이 퇴장당한 디펜딩 챔피언 첼시를 적지에서 몰아붙여 3-2로 이기고 파란의 첫 주인공이 됐다. 프리미어리그 첫 승격을 일궈낸 허더스필드는 크리스털 팰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둬 ‘동화 같은 데뷔전’을 치렀다. 명문 리버풀은 왓포드와 원정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13일까지 열린 총 8경기에서 25골이 터지며 골과 스토리의 재미를 동시에 안겼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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