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칼럼] 개념 없는 트럼프씨
한국인 모두를 모욕하는 망언
우리 피해 없는 선제타격은 망상
말폭탄으로 이대로 긴장 고조되면
재앙적 사태 일어날 수도 있어
압박은 대화 유도 위한 것이어야
문제는 워싱턴의 호전적인 분위기다.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무성한 선제타격론이 급기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예방전쟁 불사론으로 확대 발전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트럼프가 한국인들을 모욕하는 망언을 했다. 8월 1일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공화당)은 트럼프가 자신에게 한 말을 이렇게 전했다. “북한이 ICBM으로 미국을 공격할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한다면 북한과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건 거기서(over there)서 일어날 것이다. 수천 명이 죽는다면 ‘여기’(over here)가 아니라 거기서 죽는다.” 그레이엄은 트럼프가 내게 직접(to my face) 그 말을 했다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선제·예방 타격론자들은 미국·한국·일본이 큰 피해 보지 않고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북한의 미사일은 북한 산악지대 여러 곳에 분산 은닉돼 있다. 7월 28일 화성-14를 발사한 곳도 북·중 국경에서 30㎞ 떨어진 자강도 무평리다. 한·미 연합군은 전시에 북·중 접경에서 50㎞ 이내 지역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내규를 정해 놓고 있다. 중국 개입에 의한 확전을 우려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좋지만 우리의 요구는 한발 더 나가야 한다. 트럼프로 하여금 북한에 최고의 압박을 가하면서도 선제·예방 공격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라고 요청해야 한다. 약자인 김정은은 그런 말을 먼저 못 한다. 말 폭탄이 계속 불꽃을 튀기면 어떤 재앙적인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항공모함전단, B-1B 전략폭격기, F-22 전폭기 같은 막강한 전략 자산을 총동원해 북한을 동·서해와 공중에서 옥죄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대북 압박과 전략 자산 전개는 전쟁 방지를 위한 것이지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오늘 한국인들에게 지상명령은 전쟁 예방과 평화가 아닌가.
김영희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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