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용' 중국 vs '코끼리' 인도 최악 분쟁..영국이 100년 전 그은 국경이 '도화선'

베이징=강동균 입력 2017.08.13. 18:47 수정 2017.08.1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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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랑 지역서 군사 대치..중국, 미사일·탱크 화력 강화
인도, 병력 4만5천명 추가 배치..10여일 단기전 전투태세 명령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 지역, 네팔·부탄 사이 시킴서도 마찰
경제분야 협력 '삐걱'
양국 기업간 13억달러 M&A 국경 분쟁 탓 무산 가능성
RCEP 연내 타결도 불투명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이 1962년 영토 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갈등은 국방 수장 회동 등에도 불구하고 좀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에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뒤 분쟁 지역에 미사일과 탱크 등을 배치해 화력을 대폭 강화했다. 인도는 같은 지역에 3개 사단을 추가 배치해 병력을 4만5000명으로 늘린 데 이어 군에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명령했다. 물리적 충돌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달 가까이 대치

이번 마찰은 지난 6월16일 중국-인도-부탄 3개국 국경선이 만나는 티베트 둥랑(부탄명 도클람, 인도명 도카라)에 중국군이 도로를 건설하면서 불거졌다. 둥랑은 중국과 부탄의 영토 분쟁 지역이지만 중국군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인도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중국군이 인도 국경 방향으로 도로를 내는 공사를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이틀 뒤 무장한 인도군 270여 명이 불도저 두 대를 끌고 국경을 넘어 공사 진행을 막았다. 인도는 중국이 확장하려는 도로가 자국의 핵심 전략 지역을 위협한다고 본다. 도로가 완공되면 중국은 인도의 전략적 요충지 실리구리 회랑(corridor)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실리구리 회랑은 인도 본토와 동북부 7개 주를 잇는 지역으로 가장 좁은 곳은 폭이 20㎞에 불과해 ‘닭의 목’이라 불린다. 유사시 중국군이 이곳을 점령하면 인도 영토는 동서로 두 토막이 난다.

인도는 중국이 도로 건설에 나서면서 합의를 깼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병력 투입의 근거로 부탄과 맺은 안보동맹을 근거로 들었다. 부탄은 위기 때 도움을 받는 상호방위조약을 인도와 맺고 인도군의 영구 주둔을 허용했다.

중국은 인도군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하며 철수를 요구했다. 관영 언론을 동원해 “충돌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며 “인도가 불놀이를 하다 스스로 타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는 인근 주민 수백 명에게 소개령을 내린 뒤 1000명이 넘는 증원군을 보냈다. 인도 정부는 군에 10일 정도 단기전을 치르기 위한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명령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인도가 중국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인도양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전체 원유 물량의 80% 이상이 인도양이나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넓은 분쟁 지역

용과 코끼리에 비유되는 중국과 인도는 히말라야 산맥을 경계로 약 3500㎞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양측이 국경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은 크게 세 곳이다.

첫 번째 지역은 인도 북쪽의 카슈미르와 중국 신장, 티베트 사이에 있는 악사이 친이다. 국경의 총 길이는 600㎞, 면적은 약 3만8000㎢에 달한다. 네팔과 부탄 사이에 있는 시킴에서도 마찰을 빚고 있다. 길이는 400㎞에 면적은 2000㎢ 정도다. 세 번째 지역은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 프라데시로 총 길이는 650㎞, 면적은 8만4000㎢에 이른다. 분쟁 지역을 모두 합하면 12만4000㎢로 한국 면적(9만9720㎢)보다 넓다.

올해로 국교 수립 67년을 맞은 두 나라의 영토 분쟁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청나라는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해 홍콩을 할양하는 등 껄끄러운 관계였다. 20세기 초 청나라가 망하고 이 틈을 타 영국이 일방적으로 인도 식민정부 외무장관의 이름을 딴 ‘맥마흔 라인’을 선포하면서 인도와 중국의 국경선을 확정했다. 1914년 히말라야 산맥 분수령을 따라 설정된 맥마흔 라인은 이후 인도와 티베트의 국경선 역할을 했다. 악사이 친과 프라데시가 이 범위에 들어갔다.

그러나 1949년 10월 수립된 중국 공산당 신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950년 티베트를 점령하면서 악사이 친도 가져갔다. 당연히 인도는 반발했고, 맥마흔 라인을 국경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악사이 친을 둘러싼 긴장은 티베트 문제로 폭발했다.

1959년 중국 통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티베트에서 일어났다.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 14세는 인도로 피신해 망명정부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 국경 지대에서 소규모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은 인도에 국경선을 다시 정할 것을 요구했다. 1961년 인도가 악사이 친에 50여 개 초소를 설치하면서 몇 차례 교전이 다시 벌어졌다. 결국 중국은 1962년 10월 군사행동을 개시했다. 개전 7일 만에 국경선을 넘어 160㎞ 이상을 진격해 인도군을 몰아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전쟁은 중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인도는 병력 1만2000명을 투입했지만 절반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했고 4000여 명이 생포됐다.

이후 중국은 악사이 친을 실효 지배하고 있다. 1975년 9~10월 악사이 친에서 총격전이 발생한 것을 빼곤 국경 지역에서 양국 간 무력충돌은 없다. 이번 분쟁도 무력 충돌로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군사력이 열세인 인도가 먼저 중국에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중국 역시 남중국해역에서 미국 및 일본과 대치하고 있어 인도와 맞붙기는 어려운 처지다.

경제 분야 협력도 ‘삐끗’

이번 갈등의 불똥은 경제 분야로도 튀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갈수록 둔화되자 중국 기업들은 인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의 대표 기업들이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하지만 양국 기업 간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최근 무산될 상태에 놓였다. 인도 정부는 중국 푸싱그룹이 추진 중인 인도 제약사 그랜드파마 지분(86%) 인수를 최근 승인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 M&A는 거래 가격이 13억달러(약 1조4800억원)에 달해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미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고 인도·미국 반독점 당국의 허가도 받았다.

인도 정부는 자국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국경 분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인도에서는 반중(反中) 감정이 고조되면서 중국산 제품과 기업을 겨냥한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이번 분쟁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참여국은 연내 타결을 목표로 지금까지 19차례 공식 협상을 벌였지만 이번 분쟁으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