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쟁 '說說'.. 징후 '미미'.. 北·美, 이번 주가 최대 고비

조성은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입력 2017.08.13. 18:17 수정 2017.08.1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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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치닫는 북한과 미국의 ‘말 폭탄’ 속에서 이번 주가 한반도 안보 위기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북·미 양측의 공세 속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 위기설이 실제로 북한의 돌발행동과 이에 맞선 미국의 대응으로 이어질지, 한 고비를 넘기고 진정 국면으로 들어설지 주목된다.

■■■ 겉으론… ■■■

북한과 미국의 극한 대립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옵션 장전’ 발언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북한이 한층 더 높은 수위의 도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주는 특히 한반도 위기 상황이 중대 기로를 맞을 전망이다. 북한은 이미 이달 중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이용한 괌 포위사격 계획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보고가 끝나면 괌 포위사격은 김 위원장의 최종 결단만 남겨놓는다. 김 위원장이 통상 최종 보고를 받은 뒤 1∼3일 만에 ‘버튼’을 눌러온 만큼 실제로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지는 이르면 이번 주 내 판가름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의 전면 보복 위협을 무릅쓰고 괌 포위사격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김 위원장 특성상 이를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언론들은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 CNN방송 등은 대북 선제공격 4가지 시나리오를 거론했다. 우선 미국 핵잠수함이나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하는 방안이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전면전이다. 제한적 타격은 한계가 명확해 처음부터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는 극단론이다. 세 번째는 특수부대를 투입해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고 핵·미사일 시설을 파괴하는 이른바 ‘참수작전’이다. 사이버 공격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한반도 위기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8·15 광복절 경축사와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천명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정부는 북·미 간 ‘말 폭탄’ 대결에 우리가 끼어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 아래 대응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 당사국인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이번 위기를 진화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주를 넘기더라도 한반도 정세 완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 북한은 21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빌미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커드 등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성은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jse130801@kmib.co.kr

■■■ 속으론… ■■■

북한과 미국이 말폭탄을 던지고 있지만 현 상황을 잘 뜯어보면 아직까지는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최근 북·미는 위협적 발언을 내놓으면서도 항상 끄트머리에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대북 군사 옵션이 장전됐다”고 했지만 끝에는 “김정은이 다른 길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 전날에도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면서도 “북한과의 협상은 언제나 고려하겠다. 나는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위기는 지난 10일 북한이 ‘괌 주변 포위사격’ 엄포를 놓으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런데 당시 북한은 성명 곳곳에 ‘주저흔(자해할 때 주저해 남긴 흔적)’을 남겼다. 일단 괌 포위사격을 8월 중순까지 마련해 김정은에게 보고한 뒤 ‘명령을 기다리겠다’고 밝힌 점이다. 맨 끝에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적었다. 꼭 도발하겠다는 게 아니라 명령을 기다리는 절차를 남겨두고, 또 미국의 태도 변화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양쪽 모두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어 하고,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눈치다.

북·미가 물밑 대화를 유지해온 점도 주목된다. AP통신은 미 국무부의 조지프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수개월간 ‘뉴욕 채널’을 가동해 왔다고 보도했다. 양측이 어떤 깜짝 뉴스를 준비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뉴욕타임스에 “2차 한국전쟁 우려만큼이나 트럼프-김정은의 ‘햄버거 회담’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시 주석은 1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 문제는 결국 대화와 담판으로 풀자”고 설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북·미 간 ‘말의 전쟁’ 극장의 핵심 관객은 베이징에 있다”고 지적했는데, 참다못한 관객(시 주석)이 무대 위로 뛰어든 것일 수 있다.

경제지표상으로도 전쟁 가능성은 낮다. 전쟁 조짐 시 금이나 달러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이거나 신흥시장 증시가 폭락하지만 현재로선 그럴 우려가 없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오히려 실재하지 않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

그렇다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이 능력을 과신하는 나르시시스트인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