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소니아⋅벅스스타⋅맥덕..중국,짝퉁 기업명 등록 못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입력 2017.08.13. 17:59 수정 2017.08.1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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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트럼프, 14일 中 지재권 침해 조사 검토 지시 방침 시진핑에 통보”중국, 美 301조 적용하면 거대한 대가 치를 것 경고...짝퉁 기업명 등록 금지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 하면서 중국의 지재권 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 방침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두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낼 태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재권 침해 행위 조사여부를 결정하라는 지시를 내릴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이같은 방침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중국에 실망한 미국이 대중 무역제재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예고해온 중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제재와 위안화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카드는 중국의 올들어 철강 수출량이 28% 줄고, 올들어 위안화가 달러대비 3.93% 절상되면서 명분이 약해진 상황이다.

중국은 인민망 등 관영언론을 통해 거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미국에 경고하고 나섰다. 동시에 지재권 보호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벅스를 흉내낸 벅스스타(Bucksstar), 맥도날드를 본딴 맥덕(McDuck) 처럼 유명 기업과 유사한 기업명 사용 금지령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한 11일 중국 국가공상총국은 중국 소비자보를 통해 관련 규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미국 북핵연계 통상압박...미중 무역전쟁 촉발될까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지재권 침해 제재 예고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가운데 새로운 무역마찰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미중간 무역 불균형 해소와 북핵 해법에 대한 중국의 도움을 연계하는 발언을 해왔다.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 도움을 준다면 미국이 중국에 거대 무역적자를 내는 문제에 눈을 감아주겠다는 식이다. 10일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에게 한 발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년 수천억 달러를 잃고 있으며 이같은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다.그들(중국)도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 지 안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를 도운다면 나는 많이 다르게 느끼게 될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쏜 직후인 7월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한해에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실망감을 피력한 바 있다.

바오산철강의 상하이 공장.올해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이 합병해 세계 2위 생산규모의 바오우철강이 탄생했다. /블룸버그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12일 기자들과의 컨퍼런스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오후 (한국시간 15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에게 중국의 지재권 정책에 대한 조사할지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중국 진출 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재권 정책에 대한 조사 착수를 지시하기 보다는 미국의 통상법 301조를 적용한 지재권 침해 조사 개시 여부를 검토하는 지시를 내리는 식으로 중국에 타협의 공간을 주는 ‘상술’(商術)을 보였다. 미국 행정부 관리들은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얼마나 걸릴 지 언급을 거부했지만 조사 자체는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이 예상했다.

통상법 301조는 1974년 제정돼 미국의 무역 무기로 활용됐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된 1990년대 이후 사문화돼왔다. 무역협정 위반이나 통상에 부담을 주는 차별적 행위 등 불공정한 외국의 무역관행으로부터 미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이 단독으로 과세나 다른 무역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지재권 피해 조사는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조사는 통상법 301조의 부활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 한다. 7월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정부의 첫 미⋅중 전면 경제 대화에서 공동성명도 내놓지 못할만큼 꼬인 양국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301조 가동과 관련, “중미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크게 훼손하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판 인민망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인용해 "그 대가는 거대할 것”이라며 “중미 무역관계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갈 뿐이다"고 비판했다.

올 가을 지도부 개편이 있을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시진핑 주석으로선 원치 않는 국면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1인 권력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안정된 환경’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둔 중국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 역시 시 주석의 위상 제고에 차질을 줄 수 있다.

◆중국 철강 수출 급감⋅위안화 절상...미국 철강제재⋅위안화 절상압력 무색해

중국의 지재권 침해 행위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예고돼왔다. USTR는 7월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무역비밀 절도,만연한 온라인 도용과 위조, 고도의 짝퉁제품 해외 수출 등의 광범위한 지재권 침해행위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USTR는 미국의 제약업체로 하여금 생산시설을 중국에 이전토록 요구함으로써 지재권 이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공상총국은 외국 유명기업의 유사명칭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새 규정에 대해 중국소비자보 기자에 질의응답하는 형식으로 상세히 소개하는 글을 11일 웹사이트에 올렸다. /중국 공상총국

이와 별개로 미국의 지재권 관련 조직도 미국 경제가 지재권 침해로 입는 연간 피해가 2250억~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면서 중국을 가장 주요한 지재권 침해국으로 지목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핵 해법에 대한 중국의 행보에 실망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초 현지 언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재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비판하는 연설을 한 뒤 USTR에 관련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는 방침을 흘렸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북 제재안에 이달 4일 합의하면서 미중간 지재권 마찰은 봉합되는 듯했다.

미국 당국은 앞서 4월부터 모든 수입철강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지 여부를 조사했다. 세계 최대 철강 수출국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 조사는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것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대통령 직권으로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는지 조사한 뒤 즉각 수입을 전면 금지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할 수 있다.

규정에는 조사 기간이 최장 270일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조사가 50일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당국은 국내 철강 사용자들의 공급부족, 가격인상 우려와 통상 상대국의 보복 위협 때문에 다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중순엔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등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 15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 철강에 새로운 관세를 매기는 것은 미국 제조업 비용을 높이고 일자리를 줄일 뿐 아니라 소비자 부담도 가중시킨다”며 수입 철강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또 중국의 7월 철강 수출량이 696만톤으로 93% 급감하는 등 올들어 7월까지 수출량이 전년 동기 2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으로선 중국산 철강에 대한 제재 명분이 약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제재 카드중 하나인 위안화 절상 압박도 사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6642위안으로 고시했다. 올들어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가 3.93% 절상된 것으로 연말 달러당 7위안까지 절하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꼬리를 감추고 있다.

◆중국 새로운 기업명 금지 규정 발표...유명기업 유사 사용 금지

한류스타 김희선 이름을 사용한 중국 도자기/산둥 하이수오도자기 사이트⋅중국 매일경제신문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이달초 미국의 중국 지재권 침해 행위 조사 방침이 전해졌을 때, "중국 정부는 일관되게 지재권 보호를 중시해왔으며 그 성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라며 "WTO 회원국이 무역조치를 취하려 한다면 마땅히 WTO 규칙을 준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은 2014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지재권 전문 법원을 설립한 데 이어 지재권 상소법원 설립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정부가 일자리 안정을 위해 짝퉁기업 단속을 주저하는 지방보호주의를 근절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독립적인 지재권 보호 법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가공상총국이 8월초 ‘기업명칭 금지 및 제한사용 규칙’과 ‘기업 유사 명칭 규칙’을 통해 유명 기업 이름 도용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지재권 보호 강화의 연장선에 있다. 공상총국 관계자가 중국 소비자보에 11일 소개한 이들 규칙의 내용에 따르면 소니아(소니) 벅스스타(스타벅스) 맥덕(맥도날드) 등 다이아드스(아디다스) 하이키(나이키) 프뮤아(퓨마) 등 유명 기업이름과 비슷한 기업명은 등록할 수 없게된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2년 전 한국의 유명 연예인 김희선 이름을 사용한 도자기와 외국기업 이름을 연상케 하는 광고 사례를 소개하면서 유명 기업과 유사한 이름의 기업명칭을 더 이상 등록할 수 없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외국기업 뿐 아니라 알리바바 등 중국의 유명기업 이름과 비슷한 상표와 회사명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상총국은 특히 기업명칭에 문장이나 문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산시(陝西)성 바오지(寶鷄)시에 지난 5월 등록해 유명세를 탄 중국에서 가장 긴 회사명 ‘바오지에 있는 꿈을 품은 한무리의 소년들이 믿고 따르는 뉴 아저씨의 인도하에 생명의 기적을 창조할 수 있는 인터넷 과학기술유한공사’(寶鷄有一群怀揣着梦想的少年相信在牛大叔的带领下會創造生命的奇蹟網络科技有限公司) 나 ‘선전에서 남에게 1억을 벌어다 주는 과학기술 유한공사’(深圳赚他一个亿科技有限公司) 같은 이름의 기업명 등록이 더 이상 힘들게 됐다고 매일경제신문은 전했다.

중국에선 작년 8월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이 한 TV프로그램에서 “먼저 1억위안을 버는 작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언급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등 화제를 낳은 지 일주일 뒤 ‘1억을 번다’(赚他一个亿)는 문구가 들어간 이름의 회사명이 선전(深圳)에 처음 등록되는 등 유사 회사명이 줄을 이었다고 중국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