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인 극우파 보호하는 흑인 경찰.. '가슴 아픈 사진' 확산

박상은 기자 입력 2017.08.13. 17:20 수정 2017.08.13. 17:33

미국 버지니아주(州)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 및 우익단체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온라인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흑인 경찰관이 백인 시위대를 등진 채 폴리스라인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8일에도 이멘서페이션 공원에서 백인 극우파의 시위가 벌어졌고, 그 다음날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의 트위터에 처음 사진이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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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州)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 및 우익단체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온라인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샬려츠빌에선 백인 극우파 시위대와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대규모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승용차 한 대가 극우파 집회에 항의해 평화행진을 하는 시위대에게 돌진하면서 32세 여성 1명이 숨졌고, 헬리콥터로 순찰에 나선 버지니아주 경찰 2명이 샬러츠빌 외곽 지역에 추락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최대 6000명으로 추정되는 극우파 시위대에는 남부군의 깃발은 물론 나치 상징깃발, 백인우월주의단체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KKK) 휘장까지 등장했다. 일부 시위대원은 군복을 입고 헬멧과 방패, 곤봉 등으로 무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멘서페이션 공원에 있는 로버트 E. 리 장군 동상 철거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 장군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인물로, 리 장군의 동상은 백인우월주의의 상징물이었다.

같은 날 트위터에선 이런 극우파 시위대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시위 현장에서 찍힌 사진이 확산됐다. 흑인 경찰관이 백인 시위대를 등진 채 폴리스라인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남부연합기, 나치 거수경례 그리고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권리가 흑인 경찰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면서 “가슴이 아프다”고 적었다.

이 사진은 13일 현재 7만8000번 넘게 리트윗 되며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링크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전 공보비서관인 팀 호건은 “1000가지 단어를 대신한다”면서 사진을 게시했다. 정치 저널리스트인 야사르 알리 역시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며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퓰리처상 후보로 지명돼야 한다. 자신을 해치려는 남성들을 보호하는 흑인 경찰관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반전은 있었다. 온라인미디어 버즈피드에 따르면 문제의 사진이 촬영된 것은 지난달이었다. 지난달 8일에도 이멘서페이션 공원에서 백인 극우파의 시위가 벌어졌고, 그 다음날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의 트위터에 처음 사진이 게시됐다.

흑인 경찰관의 정체는 지난달 10일 또 다른 네티즌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사진 속 인물을 “샬러츠빌의 내시 경관”이라고 소개하며 “내시 경관은 우리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KKK단의 첫번째 권리(미국 수정헌법 1조)를 보호하는 사람이다. 내 눈에 내시 경관은 영웅이다”라고 적었다.

지난달 10일 페이스북에 게시된 흑인 경찰관 사진.

한편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12일 오전 버지니아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매콜리프 주지사는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샬러츠빌에 모인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나치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메시지는 명백하다. 집에 가라”라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그는 “당신들이 애국자처럼 행동하지만 나라 밖에서 목숨 걸고 복무하는 그들이 애국자다. 당신들은 사람들을 해치러 여기 왔을 뿐이다. 당신들이 설 자리는 미국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매콜리프 주지사의 행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극명하게 대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위가 격화되자 트위터로 “증오와 편견, 분열은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실제로 백인우월주의 웹사이트 ‘데일리 스토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좋았다. 그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