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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제자가 스승에게 바치는 공룡

김윤진 입력 2017.08.13. 17:04

공룡에게 있어 이름은 특별하다.

이미 멸종돼 지구상에서 사라진 공룡을 기억하게 하고, 죽은 생명에 숨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신종 공룡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고생물학자에게는 이름을 지을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다.

그런데 최근 한·중·일을 대표하는 세 명의 공룡 박사들이 새로 발견한 공룡에 스승의 이름을 붙여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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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룡학계가 주목하는 '아시아 마피아' 3인방
새로 발견한 공룡 이름에 지도교수 '자콥시' 붙여
`자콥시`의 상상도. [사진 제공 = 중국지질과학원]
공룡에게 있어 이름은 특별하다. 이미 멸종돼 지구상에서 사라진 공룡을 기억하게 하고, 죽은 생명에 숨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이에 작명을 할 때는 생김새나 몸의 형태, 서식지 등 특정 공룡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들이 담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공룡들이 화석더미 속에서 발견돼 잃어버린 생명을 되찾고 있다.

신종 공룡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고생물학자에게는 이름을 지을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다. 그만큼 값지다. 그런데 최근 한·중·일을 대표하는 세 명의 공룡 박사들이 새로 발견한 공룡에 스승의 이름을 붙여 눈길을 끈다. '맏형'인 한국의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중국의 뤼준창 중국지질과학원 박사, 일본의 고바야시 요시쓰구 홋카이도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서던메서디스트대에서 함께 박사과정을 밟았던 이들이 지도교수였던 척추 고생물학자 '루이스 제이컵스' 박사에게 공룡을 헌정한 것이다.

세 학자가 중국 장시성 간저우 지방에서 발견된 신종 공룡에 붙인 학명은 '코리소랍토르 자콥시(Corythoraptor Jacobsi)'다. 제이컵스 교수의 성을 넣었고, 남성의 이름을 땄다는 것을 알리는 표시로 끝에 알파벳 '아이(i)'를 붙였다. 여성의 경우 '이(e)'가 붙는다고 한다. 작명을 통해 스승을 기린 것은 사제지간의 예를 강조하는 동양적 사고관의 반영인 데다 경쟁이 치열한 학계에서 동아시아 3개국의 동문이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사례로 꼽힌다.

이융남 교수는 "이번 공룡은 의미가 있고 사람들도 좋아할 만하다고 생각해 스승에게 헌정하기로 했다"며 "뤼준창 박사가 처음 제안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이어 "공룡 연구 환경이 척박했던 한·중·일의 세 학생이 고국으로 돌아와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멘토였던 제이컵스 교수의 도움이 컸다"며 "교수님 본인과 가족들도 많은 축하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고생물학계의 걸출한 학자들을 배출한 제이컵스 교수는 현재 69세의 나이로 여전히 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제자 3인방은 공룡의 실체를 밝힌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국경을 뛰어넘어 협력해왔다. 2006~2011년 몽골 국제공룡탐사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광활한 고비사막을 함께 누볐다.

이융남 교수와 고바야시 교수는 2014년 공룡 '데이노케이루스'의 수수께끼를 처음으로 풀어낸 '네이처' 논문의 공동 저자기도 하다. 이 교수는 "셋이 필드에서 동고동락하면서 탐사나 연구를 같이 하다 보니 국제학회에 가면 우리를 '아시아 마피아'라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남부에서만 새를 닮은 오비랍토로사우리아(Oviraptorosauria)류의 신종 공룡이 7종 발견됐고, 코리소랍토르는 이 중 하나다. 그런데 이번 공룡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호주 북동부 열대림이나 파푸아뉴기니 섬에 사는 '화식조'란 멸종위기종의 새와 닮았기 때문이다. 8세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 공룡 화석을 분석해보니 화식조처럼 크고 높은 투구 모양의 볏(crest)이 발견됐다. '코리소랍토르'란 이름도 말 그대로 '코리소(화식조)를 닮은 약탈자'란 의미다.

이 교수는 "7종 모두 같은 시대의 지층(1억~6600만년 전·백악기 후기)에서 발견됐는데, 이처럼 좁은 지역에 여러 머리 형태를 가진 비슷한 종의 공룡이 많이 분포했던 이유가 무엇인지가 연구 대상"이라면서 "화식조와 마찬가지로 볏을 짝짓기용으로 이성의 선택을 받거나, 서로 다른 종을 구별하는 데 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27일 네이처 자매 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