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고 전시회 초대권 받자!

언론이 ‘카카오뱅크’에서 배워야 할 것

유민영 | 에이케이스 대표

“새 길이 뚫리고, 자동차들이 들어오고, 저택들이 들어서고, 도로가 건설되고, 신문이 발간되고, 모임들이 조직되고-일레우스는 변모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은 다소 느리게 발전했다. 어느 사회에서나 항상 그렇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런 흔적들은 비록 세월이 불문율로 둔갑시킨 관습 따위의 저항을 받기는 했어도 조금씩 서서히 새로운 생활에 굴복해서 사라지는 중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에 집착하고, 혁신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거의 모든 시간을 농장에서 보냈고, 수출업자들에게 볼일이 있을 때만 읍내로 나왔다.” 1925년 전 세계로 수출되는 카카오 농사로 인해 진보의 나날을 맞이한 브라질 민중의 삶을 그린 조르지 아마두 장편소설 <가브리엘라, 정향과 계피>의 장면들이다.

[미디어 세상]언론이 ‘카카오뱅크’에서 배워야 할 것

“한 자도 쓰지 못했다.” 아무개 기자의 자조 섞인 목소리였다. 시사인이 보도하고 미디어오늘이 실명을 공개한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차장에게 언론인들이 보낸 휴대폰 문자를 주요 언론들은 거의 한 줄도 싣지 못했다. 모두가 그렇게 결정했으므로 집단행동이 되어버렸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에 대한 보도와는 완전 딴판이다. 많은 독자들은 그순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향해 간다. 새벽 1시30분 신촌 어느 복합영화관에서 1980년 광주를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온 젊은 남녀는 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두 가지 얘기를 했다. 하나는 정말 군인들이 민간인에게 총을 쏘았느냐는 의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기자란 존경할 만한 뭐가 있는 직업이었다는 얘기였다. 원래 잘하던 것도 못하고, 새롭게 잘해야 하는 것도 못하는 딜레마다. 지금은 서서한 굴복이 아니라 대붕괴와 대절벽의 시간이다. 급격한 탈출과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정통의 문제에도 흔들리고 새로운 대면에도 자신없어 한다. 늪이다.

카카오뱅크의 기세가 대단하다. 지난달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카뱅은 개시 이후 10여일 만에 200만계좌를 돌파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계좌 개설과 대출 요청으로 대출 지연과 서비스 장애를 맞기도 했지만, 즉각 자산 증가와 신규 서비스 및 상품 출시 등을 위해 선제적인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카카오뱅크의 질문은 ‘은행 앱도 카톡처럼 편하게 쓸 수는 없을까’로 시작되었고 ‘이체할 때 공인인증서가 필요할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오래된 은행의 고객들은 아주 재빨리 줄을 달리 서고 있다. 중국에 가면 대표 메신저 ‘위챗’으로 모든 소통과 거래, 교환이 집중된다. 베이징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 가진 위안화 현금은 택시기사에게도 거절당하기 일쑤다. 카카오톡,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택시가 인터넷은행으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왜 기존 은행은 이 간단하고 명쾌한 것을 하지 못했을까. 계획과 인력, 재정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몸이 무거워서이다. 포기할 것이 없는 카뱅은 고객들이 원하는 요구에 대해 단순하고 분명하고 정직하다. 점포 중심이 아니라 고객 중심이고 관행 중심이 아니라 기술 중심이다. 은행은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았으므로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제대로 혁신할 수 없었다. 새로운 것에 이미 맛을 봐버린 소비자 앞에서 어중간한 개혁은 하나 마나 한 것이었다. 하나가 더 있다.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는 모토를 내건 카뱅은 “카카오뱅크 입출금 통장을 만들고 브라보 라이언 이모티콘을 받아가세요”라고 광고한다. 한 시중은행 광고 코너가 고리타분하게 ‘상품정보’ ‘기업뉴스’ ‘이벤트’라는 홈페이지형 텍스트 메뉴 바로 구성되어 단박에 무엇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면 카뱅의 포털 광고는 ‘앱 설치하기’와 ‘페이스북’, ‘유튜브’ 연결 이미지와 함께 라이언이 돈을 뿌리고 있는 ‘이모티콘 받기’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고 즉각적으로 연결된다. 라이언이 놀고 있는 체크카드와 함께 카뱅은 즐겁고 재미나며 그리고 즉각적이다. 카뱅은 쉽고 가볍고 경쾌하다. 플랫폼 경제의 소비자와 독자는 참여해서 상호작용을 하고 성향을 즐기며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 것이다. 카톡은 할 수 있었고 은행과 언론은 할 수 없었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개인적으로 인수한 워싱턴포스트는 독자가 아니라 고객이란 관점과 과감한 기술 투자로 ‘고객 중심의 IT회사’로 거듭났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소리를 내는 동시에 입소문 전략과 아마존 특유의 묶음 전략, 젊은층을 겨냥한 발랄한 편집 등을 통해 뉴욕타임스는 물론 버즈피드의 페이지 뷰를 넘어설 수 있었다. 우리 언론 혁신에는 고객 중심, 기술 근간이 빠져 있다.

얼마 전 서울의 교통과 재난 관련한 모든 상황을 볼 수 있는 서울방재종합센터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누군가 물었다. “드론은 사용하고 있나요?” 이러한 인식은 CCTV라는 평면 위의 시선과 각도다. 상하좌우 360도 회전하는 입체적 컨트롤타워다. 지루한 과정을 거치는 도입이 아니라 즉각 전면 실행해야 하는 과제라는 생각을 했다.

카톡은 모든 것의 블랙홀이고 모든 것에 대한 새로운 연결이다. 더 강력한 아마존의 한국 상륙도 임박했다.


Today`s HOT
정부 원주민 정책 비판하는 뉴질랜드 시위대 타히티에서 서핑 연습하는 서퍼들 뉴욕 법원 밖 트럼프 지지자들 중국-아랍국가 협력포럼 개최
abcd, 스펠링 비 대회 셰인바움 후보 유세장에 모인 인파
의회개혁법 통과 항의하는 대만 여당 지지자들 주식인 양파 선별하는 인도 농부들
남아공 총선 시작 살인적 더위의 인도 이스라엘 규탄하는 멕시코 시위대 치솟는 아이슬란드 용암 분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