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건강보험 강화된다는데 실손보험 해지해야 하나?

임지선 기자 입력 2017.08.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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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직장인 남모씨(40)는 지난달 말 갱신형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그동안 미루고 미루다 40살이 넘어가면 점점 몸이 아픈 곳이 생길 수 있고 보험 가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에 잠시 시간을 내 계약을 완료했다. 옛날 상품 보다 자기부담률이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실손보험이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9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나오자 고민에 빠졌다. 남씨는 “건강보험이 다 보장해준다는데 괜히 가입했나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대책의 핵심은 그동안 비싼 돈을 내야 했던 비급여 치료가 건강보험으로 가능해져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3300만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상당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동안 20여만원을 주고 찍어야 했던 자기공명영상(MRI) 치료는 건강보험 영역으로 들어오면 80%가 보장된다. 개인 부담이 4만원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비급여 항목이 하나 둘씩 건강보험 영역으로 들어오면 굳이 매달 몇만원씩 하는 실손보험료를 부담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많고 병원에 갈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 계획과 3대 비급여 개선 방안

먼저 정부가 비급여 항목을 모두 한꺼번에 건강보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목표 시한은 2022년이다. 그 전에 일단 3800여개 항목을 예비 급여화한다. 예비 급여 항목은 본인 부담률이 50%, 70%, 90%로 달라진다. 즉, 질병에 따라 어떤 치료는 본인이 의료비의 90%를 내야 하고, 어떤 치료는 본인이 의료비의 절반을 내야 한다. 적어도 2022년까지는 여전히 본인이 내야 하는 의료비가 많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실손보험이 메워줄 수 있다는 의미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보장률 70%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민간보험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 남아있다는 의미”라며 “실손보험 수요가 사라질 수 있을 정도로 건강보험이 대부분의 의료비를 보장할 수 있으려면 상당한 수준의 건보료 인상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실손보험은 정부가 몇차례 표준화 작업을 진행해 2009년 10월 이전과 이후 상품의 자기부담률 차이가 크다. 2009년 10월 이전 상품 가입자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없고 통원치료는 회당 5000원만 내면 되기 때문에 유지하는게 유리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예비급여가 모두 급여화되면 실손보험 가입 유인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젊은 연령층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병원 갈일이 적은데 점점 비급여 진료 항목이 줄고 개인이 부담해야 할 진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달 보험료를 내야할 유인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비급여 항목 때문인데 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이 부분에서 본인이 내야 할 돈이 현격히 줄어든다면 실손보험의 메리트가 없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갑자기 아픈 상황이 닥쳤을 때 ‘버스를 탈 것인가’, ‘택시를 탈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라며 “매달 소액으로 만일의 상황에 문제없이 대비하려면 보험을 유지하는 게 낫고 그렇지 않고 ‘난 버스 타고 갈래’ 하면 가입하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보장성 강화 발표는 실손보험료 인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를 분석하는 증권사 연구원들은 대부분 “궁극적으로 보험료 인하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단체에서도 실손보험료 인하를 전제로 갱신형 상품은 유지하는게 좋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1년형 자동갱신 상품의 경우 매년 인하된 보험료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지하는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3·5·7·10년 정기형 상품 가입자는 관망하다가 보험료 인하가 없다고 판단되면 해약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