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미술사 강의하는 영국 런던대 샬럿 홀릭 교수, "한국의 미는.."

심혜리 기자 2017. 8. 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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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 미술은 내적 아름다움을 찾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한 예술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지역학 연구대학인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대학(SOAS·소아스대)에서 10년째 한국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는 샬럿 홀릭 교수는 “첫인상에서 시각적인 흥미를 주는 일본·중국의 미술과 달리 한국 미술은 관람자가 작품에 개입했을 때 만나는 견고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한국 미술사를 강의하는 샬럿 홀릭 영국 SOAS 대학 교수. 정지윤기자color@kyunghyang.com

홀릭 교수는 현재 영국한국학회(British Association of Korean Studies)의 회장과 유럽 최대의 한국학 교육기관이자 연구소로 알려진 소아스대 내 한국학연구소(Centre of Korean Studies) 소장을 함께 맡고 있다. 영국한국학회는 <한국학 유럽 저널(European Journal of Korean Studies)>을 간행하며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운영하는 곳이다.

고려대 국제 서머스쿨 강의차 방한해 있는 홀릭 교수를 지난 10일 서울 필운동에서 만났다.

■한국 미술은 인내심이 필요한 예술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홀릭 교수의 손엔 도록이 한권 들려 있었다. “제자가 이번에 싱가포르 아시아 문명 박물관에서 ‘조선 왕조의 예술과 문화(Joseon Korea: Court Treasures and City Life)’라는 전시를 기획했어요. 제가 강연자로 초청돼 현대 한국 예술에서 조선의 문화적 전통이 갖는 의의에 대한 강의를 했는데, 이 내용이 실린 도록을 오늘 받았어요.”

교수는 도록을 펴서 보여주며 “특히 ‘한국적 붉은색’이 잘 표현된 전시”였다고 얘기한다. “중국의 빨간색은 밝고 환한 느낌의 적색인데 비해, 한국의 빨강은 더 깊고 그윽한 적색이죠. 그 색을 잘 드러내 조선의 분위기를 살렸어요.”

그의 한국미술 여정은 사실 일본에서 출발했다. 덴마크 출신인 홀릭 교수는 고등학교를 마친 후 일본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소아스대로 유학을 왔고, 일본 문부성 장학금으로 일본 호카이도 대학 등에 약 1년 반 동안 머물며 동아시아 미술사를 공부했다. 아시아 지역의 미술을 배우는 동안 그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한 것은 한국미술이었다. “한국 미술엔 대답되지 못한 질문들이 많았어요. 일본·중국의 미술과 많이 달랐고, 새로웠어요. 거창한 표현으로 포장되지 않은 예술 속에 어떤 견고함이 느껴졌어요.”

소아스대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한국행을 택해 서울대학교에서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다.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큐레이터로 6년간 근무한 뒤 다시 소아스대에서 고려 시대의 거울이었던 ‘동경’의 용도와 역사, 의의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그의 논문을 지도해준 교수는 유럽에서 한국미술사를 개척해 온 박영숙 교수였다.

현재 홀릭 교수는 소아스대에서 ‘고려와 조선의 예술’, ‘한국 왕실의 문화’, ‘근·현대 한국미술’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2010년 여름부터 계속 맡고 있는 고려대 국제 서머스쿨 강의는 신라·고려·조선의 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미술 개론’과 18세기 후기부터 현대미술까지를 아우르는 ‘근·현대 한국미술’이다.

샬롯 홀릭 교수가 최근에 펴낸 (리액션 북스).

■한국의 영향력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왜곡도

그는 유럽내 한국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한국은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술과 건축 출판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템즈앤허드슨’ 출판사에서 최근 국제 예술을 다룬 책을 낸다면서 저에게 동아시아 부분을 감수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어요. 하겠다고 했죠. 동아시아의 관계 속에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제대로 제시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어요. 결론적으로 과거에 비해서 한국의 서술 부분이 양적·질적으로 나아졌더군요. 전엔 거의 전무 했으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한국 챕터는 근세 부분 등에서 일본·중국에 비해 훨씬 덜 상세하게 기록됐더군요.”

홀릭 교수는 영어로 된 한국에 대한 학문적 구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것은 한국 학계와 함께 세계의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남겨진 큰 과제입니다.”

그는 유럽에서 한국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질적 변화도 생겼다고 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학부에서 한국 미술 과목을 듣는 학생들의 70~80%는 수강 신청 이유에 ‘한류’라고 적어냈어요. 그러나 지금은 이유가 더 다양해졌더군요. 저희 학교에서도 평균적으로 매년 7명 정도의 박사생들이 한국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25명 정도의 석사생들이 한국 관련 수업을 듣습니다.”

최근 1주일 동안엔 한국뿐 아니라 북한, 심지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의견 등을 묻는 영국 신문·방송사의 메일이 5통 와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언론이 과거보다 더 많은 관심을 한국에 쏟고 있다고 했다.

홀릭 교수는 최근 2년여간 집필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19세기 이후의 한국미술(Korean Art: From the 19th Century to the Present)>(리액션 북스)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같은 제목의 주제로 오는 18일 오후 4시부터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도 갖는다.

내년 1월부터는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시니어 펠로우로 지내며 한국 도자기를 연구할 계획이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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