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재훈의 더블데이트] EMK뮤지컬 엄홍현&김지원 "망하겠지 했는데 벌써 10년"

이재훈 입력 2017.08.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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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더 라스트 키스), 레베카, 팬텀, 마타하리…. 2009년 설립된 EMK뮤지컬컴퍼니는 지난 10년간 뮤지컬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컴퍼니다. 국내 유럽 중세풍의 블록버스터 뮤지컬 열풍을 이끈 회사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왼쪽) 대표와 EMK뮤지컬컴퍼니 인터내셔널 김지원 대표가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8.13. photocdj@newsis.com

김준수, 박효신 등 뮤지컬 블루칩을 발굴하는 등 스타 캐스팅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제작비 125억원을 쏟아 부은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로 시장의 판을 키우기도 했다.

EMK뮤지컬컴퍼니의 두 바퀴인 엄홍현(44) 대표와 김지원(44) 부대표의 수완 덕분이다. 하지만 뮤지컬계 갑작스레 등장한 이 '앙팡테리블'에 대해 일부에서는 저평가하고 있다. 연이은 성공에 대해 거품이라는 평가절하와 함께 질투 어린 시선이 존재한다.

흥행 뮤지컬 '레베카' 4번째 시즌 개막 전날인 지난 9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엄 대표는 "20년 넘게 사명감을 갖고 뮤지컬을 해오신 분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겸손해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뮤지컬 업계에 들어왔으니까요. 저평가된 것이 억울하기 보다는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 저희가 뮤지컬업계에 들어왔을 때 '저러다 망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실제 망한 회사들도 많았고요. 10년 차가 넘으니 그 분들의 마음을 알 거 같아요."

'레베카'는 명성을 입증하며 순항 중이다. 10일 개막 공연에는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댄버스 부인 역의 김선영, 막심 드 윈터 역의 정성화가 출연했다. 김선영은 좀 더 예민함으로 캐릭터 해석에 기존 같은 역의 배우들과 명백한 차별화를 뒀고 정성화는 기존 자신의 캐릭터와 다른 섬세한 신사 역으로 변신을 꾀했다.

이날 객석에서 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엄 대표는 뮤지컬계에서 겸손하기도 소문이 났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 업계에서는 '해피 바이러스'로 통한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연출로 유명한 윤호진 에이콤 대표, '맘마미아!' '시카고' '아리랑'을 프로듀싱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등 뮤지컬 1세대들이 그를 각별히 아끼는 이유다.

"윤호진 대표님은 창작 뮤지컬에 대해 대단한 사명감을 갖고 계세요. 윤 대표님 덕분에 우리 회사도 사명감을 갖고 해나가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은 생각이 들었죠. 문화사업은 꼭 돈만 벌기 위한 것이 아니잖아요.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님도 '난타'만 갖고 계셔도 되는데, 다른 걸 계속 개발하지잖아요. 사람과 예술을 보여줘야죠.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뮤지컬을 가져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해요."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왼쪽) 대표와 EMK뮤지컬컴퍼니 인터내셔널 김지원 대표가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8.13. photocdj@newsis.com

김 대표는 "묵묵히 우리만의 길을 가는 것이 주효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저희만의 내공과 가치관이 쌓였어요. 소기의 성과도 냈죠."

2009년 스위스에서 초연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대표적이다. EMK뮤지컬컴퍼니가 2010년 한국 버전으로 재창작한 이후 공연할 때마다 흥행한 이 작품의 사실상 월드와이드 라이선스를 지난 5월에 갖게 된 것이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극작가 잭 머피 등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가능한 것이다.

이와 함께 '마타하리'는 오는 2018년 일본 라이선스 공연을 확정했다. 그해 1월 오사카에 위치한 약 1800석 규모의 우메다 예술극장 메인홀과 같은 해 2월 약 1400석 규모의 도쿄국제포럼 C홀에서 공연한다. 일본의 우메다 예술극장과 '마타하리' 해외 배급을 맡고 있는 EMK인터내셔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성사됐다.

단지 라이선스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스몰 라이선스, 즉 대본과 음악 위주로만 라이선스를 사와 사실상 재창작하면서 쌓인 프로덕션의 노하우가 있어 가능했다. 엄 대표와 김 대표는 '마타하리' 일본 라이선스 버전에 좋은 것이 있으면 2019년 예정인 '마타하리' 3번째 시즌에 반영할 의사도 있다며 '오픈 마인드'를 보였다.

"한국이라는 경계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를 겨냥한 한국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해요."(김지원 부대표)

EMK뮤지컬컴퍼니의 열린 시각과 마인드는 비결은 회사 구조에 있다. 대표 한명이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있는 수직적인 구조의 일부 뮤지컬 컴퍼니와 달리, 이 회사는 엄 대표와 김 부대표의 역할이 정확히 나눠져 있다.

국내 제작 위주의 안살림은 엄 대표가 챙기고 김 대표는 주로 해외 배급과 아티스트 에이전시 등의 바깥 살림을 챙긴다. 김 대표는 배급 위주의 EMK인터내셔널 대표, 자회사 개념으로 아티스트 에이전시 전문인 EA&C의 대표를 맡고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왼쪽) 대표와 EMK뮤지컬컴퍼니 인터내셔널 김지원 대표가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8.13. photocdj@newsis.com

2003년 한 스키장에서 주최와 주관, 즉 갑(김지원 부대표)과 을(엄홍현 대표)의 관계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의 일처리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정반대의 성격도 두 사람의 차진 호흡에 한몫하는 이유다. '해피 바이버스'로 통하는 엄 대표는 항상 밝게 '허허' 웃으며 바로 지금만 생각한다. 차분한 김 대표는 하지만 느긋하고 우직하다. 단거리 스프린터(엄홍현 대표)와 마라토너(김지원 부대표)의 만남이다. 또는 나비처럼 날아서(김지원 부대표) 벌처럼 쏘는(엄홍현 대표) 격이다.

김 부대는 "엄 대표님과 저는 성격이 극과 극이에요. 초반에는 솔직히 마찰도 있었다"면서 "오랜시간 함께 하면서 누구보다 믿음이 쌓였다"고 했다.

엄 대표는 갑이었던 김 부대표의 일처리와 의리에 반해 그녀에게 러브콜을 먼저 했다. 엄 대표는 "저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아야 회사가 잘 굴러간다"며 "직급은 다 나눠져 있지만 각 분야에서는 저보다 많이 아는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직원들에 대한 완벽한 믿음이 있어야 어느 사업을 하든 진행할 수 있어요. 요즘 작품을 하면 할수록 직원들에게 고마워요."

EMK뮤지컬컴퍼니로서 실패한 적 없는 두 사람도 이 업계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2006년 두 사람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함께 차린 다인컬쳐가 선보인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가 흥행에 참패한 것이다. 20억원을 손해보며 빚더미에 앉았다.

엄 대표와 김 부대표와 함께 회사를 차렸던 다른 2명은 회사를 떠났다. 엄 대표는 혼자 모든 걸 떠맡으려 했지만 의리의 김 부대표는 정리까지는 함께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그의 곁에 남았다. 이후 두 사람은 줄소송을 당했고 법원과 경찰서를 전전해야 했다. 두 사람은 "그러면서 끈끈해졌다"고 웃었다.

그러다 희망이 보이시 시작했다. 멸망을 향한 장송곡인양 그저 비참하게 울려 퍼지던 뮤지컬 넘버들이 희망가처럼 들렸다. 체코 뮤지컬로 나락에 떨어졌지만 유럽 뮤지컬이 그 바닥을 치고 나오게 해줄 가능성임을 봤다. 이후 누구나 아는 것처럼 유럽 뮤지컬로 업계 패러다임을 바꿨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이름에서 E는 엄(Eom) 대표, K는 김(Kim) 대표의 성에서 따온 알파벳이다. E와 K 사이의 M은 뮤지컬(Musical) 또는 산(Mountain) 등 다양한 함의를 품고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EMK뮤지컬컴퍼니 인터내셔널 김지원 대표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08.13. photocdj@newsis.com

이제 시스템이 갇혀져 한결 편안해졌다는 엄 대표는 최근 두 번째 시즌을 종료한 '마타하리' 지난해 초연을 앞두고 체중이 10㎏ 이상이 빠졌다고 했다.

"저희가 첫 뮤지컬 '드라큘라'를 올렸을 때보다 더 짜릿했어요. 물론 스몰 라이선스로 창작의 노하우는 쌓아왔지만 저희의 본격적인 첫 창작인데다가 큰 제작비로 기대가 컸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시즌 1때와 달리 시즌2 때 완전히 바꾸는 실험을 했죠.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님은 두 시즌을 다 보셨는데 '뮤지컬 역사상 재연에서 초연과 달리 이렇게 확 바꾼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실 정도죠. 2019년 세 번째 공연 때 완성작을 선보일 거예요."

EMK뮤지컬컴퍼니가 해외에서도 점차 성과를 내면서 배급을 총괄하고 있는 김 대표는 비교적 더 바빠졌다. 물론 이 회사에서 한 모든 작품의 프로덕션이 매번 국내 초연인데 힘들었지만 다들 여러 시즌을 거치면서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새롭다고 느낀 것은 EMK뮤지컬컴퍼니가 처음 내한공연을 주최(11월25일~ 2018년1월21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하는 미국 프로덕션 '시스터 액트'의 아시아 투어다. EA&C 소속인 김소향이 아시아인 배우로서는 이례적으로 백인 배우가 독점해온 '메리 로버트'를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이처럼 점차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EMK뮤지컬컴퍼니는 내년 이 회사의 두 번째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를 선보인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비슷한 시기에 뮤지컬업계의 큰 손인 CJ E&M 역시 싱어송라이터 정재형과 함께 이 뮤지컬 프로덕션을 개발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엄 대표는 "'햄릿'이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버전이 있잖아요. 그쪽에서 잘 할 수 있고 저희쪽에서 잘할 수도 있는 거죠"라고 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원작인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또 근간으로 삼은 '팬텀'을 흥행시킨 엄 대표의 말은 자만감보다는 자신감으로 들렸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08.13. photocdj@newsis.com

"제가 '노트르담 드 파리'를 뮤지컬로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있는 뮤지컬보다는 더 잘 만들 자신은 없어요. 유명 뮤지션이 주크 박스 뮤지컬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오셨는데 제가 (김광석이 부른 곡을 엮은 작품으로 장유정이 연출한) '그날들'보다 더 잘 만들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죠."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과 EMK뮤지컬컴퍼니의 향후 10년에 대한 비전을 물었다. 역시 다른 성향의 답변을 내놓았는데 그래서 역시 서로를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더 들었다.

"오래 가야 하니까 엄 대표님이 좀 더 건강을 챙기셨으면 해요. 호호. 10년 동안 성과를 잘 내왔지만 아직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문화 영역에서는 세계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EMK의 다음 10년 결과물을 예상할 수가 없어요. 인내해야 하고 차근차근 가야하죠. 그러면 조금씩 가시화될 거라 믿어요."(김지원 부대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데 지금에 집중해야죠. 하하. 역시 김 대표와 저는 다르지만 그래서 더 신뢰가 가요. 고마워요. 관객 수준이 20년 전과 달라졌어요. 저희 역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죠. 앞으로 10년이면 세계 무대에서 저희 자리가 결정이 나지 않을까요. EMK뮤지컬컴퍼니가 세계로 뻗어나가 뮤지컬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터뷰가 가능했으면 해요."(엄홍현 대표)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