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文정부 100일]큰 기대 속 첫발 '교육공약'..갈등 해결이 과제

권형진 기자 입력 2017.08.13. 08:27 수정 2017.08.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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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임용축소·정규직 전환 등 갈등 요소 곳곳에
수능 절대평가 전환 놓고 공약 후퇴 지적도 제기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지난 11일 오후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 공청회에서 절대평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과 상대평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이 각각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7.8.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오는 17일 100일을 맞는 문재인정부는 어느 때보다 높은 교육계의 기대를 받고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없애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100대 국정과제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벌써부터 '공약 후퇴'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이라고는 하지만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 교육정책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의 교육정책을 4가지 열쇳말로 풀어봤다.

◇기대

문재인정부를 향한 교육계의 기대는 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째인 5월12일 '업무지시 2호'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교육부는 즉각 폐기 절차에 착수했다. 학교 현장을 이념전쟁의 장으로 만들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막을 내렸다.

국정교과서 폐기는 예견됐던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정 역사교과서를 적폐로 규정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임 후 이틀 만에 이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스승의날인 5월15일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기간제 교사 2명을 순직 처리하라고 지시했다(업무지시 4호).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라 공무원연금법상 순직 대상이 아니라던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7월5일 두 교사에 대해 순직을 결정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지 3년3개월 만의 일이다.

5월24일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전액 국고 지원을 전격 결정했다.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했다. 교육부 업무보고 형식을 빌었지만 누가 봐도 국정기획자문위가 결정한 것이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박근혜정부 내내 교육부는 시·도 교육감과 대립했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는 해마다 보육대란 위기로 마음을 졸여야 했다. 취임하자마자 잇달아 교육계 적폐 청산에 착수하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우려

불안 요소도 노출됐다. 국정교과서 폐기 과정에서 보여준 보여준 교육부 모습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문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폐기' 지시에도 교육부는 교과서 발행체제를 규정하는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고시'를 개정하는 데 그쳤다. 역사교과서에 새 교육과정(2015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시기를 2018년 3월에서 늦추고 집필기준을 바꾸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국정교과서를 비판해온 진보 역사학계에서 볼 때 교육과정·집필기준 수정과 새 교과서 적용시점 연기는 당연한 후속조치였다.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은 국정교과서와 같았다. 검정교과서 집필 기간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짝퉁 국정교과서', '졸속 집필' 우려가 컸다. 박춘란 차관(6월1일)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7월5일)이 차례로 취임한 후에야 교육부는 7월26일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6월14일에는 시험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없앴다. 국정기획자문위가 교육부에 제안했고 교육부는 즉각 수용했다. 진보교육계는 전수평가 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놓고 점수로 학생을 줄 세운다고 비판해왔다. '일제고사 폐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학교현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폐지를 결정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입전형료 인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옛날 버릇'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7월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대학 입학전형료 인하를 교육부에 지시했다. 김 부총리는 7월17일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단과 만나 '입학전형료 인하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도 7월21일 입학전형료 인하 방침을 정했다.

압박 작전도 동원했다. '대학의 자율적 인하'를 독려한다면서 전형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는 대학은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7월19일 입학전형료 수입이 많은 25개 대학 입학처장을 만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전형료 인하 실적을 내년 대학 재정지원사업에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틀 뒤(7월21일)에는 대학에 공문을 보내 지난 4일까지 전형료 인하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25%' 삭감을 예로 든 붙임자료까지 첨부했다. 대학은 사실상 두 자릿수 이상 인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말로는 대학 자율을 내세우면서 재정지원사업이나 대학평가와 연계해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를 압박한 과거 교육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로운 교육체제수립을 위한 사회적 교육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1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청회 개선 및 수능전과목 절대평가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2017.8.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후퇴

교육부가 대학 입학처장들을 만나 입학전형료 인하를 요구한 날은 국정기획위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가운데 교육분야는 6대 국정과제 30개 세부과제가 포함됐다.

하지만 일부 핵심공약들이 두루뭉술하게 표현되면서 실행의지에 의문표가 제기됐다. 수능에 대해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발표(17년)'로만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공약집에는 '2015년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은 절대평가로 추진'이라고 명확하게 못박았었다.

고교체제 개선도 공약집에서는 '복잡화되어 있는 고교체제 단순화',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으로 분명하게 제시했다. 국정과제에서는 '국가교육회의에서 의견 수렴을 통해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 추진'이라 밝혔다. '국가교육회의', '단계적'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교사 1인당 학생수를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이행시기는 못박지 않았다.

입시경쟁교육 폐지와 연결되는 '대학 서열화 완화' 공약은 국정과제에서 제외됐다.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과 '19년부터 공영형 사립대 단계적 육성·확대 추진'은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구체적 재원 확보 계획은 빠졌다. 대학 등록금은 '체감할 수 있는 등록금 부담 경감' 수준으로 제시됐다. 대학 입학금 폐지'는 '단계적 폐지'로 후퇴했다.

지난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놓고서도 '공약 후퇴' 지적이 일었다. 사실상 김상곤 부총리 취임 후 처음 발표한 교육정책이었다.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국어, 수학, 탐구는 상대평가로 남겨두고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게 1안이다. 2안은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다.

문·이과 통합이 핵심인 새 교육과정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어느 안이 채택되든 수학은 종전처럼 문·이과를 구분해 응시하도록 했다. 탐구영역도 문·이과에 따라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선택하도록 했다.

핵심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 등을 위해서는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능 개편 시안을 들고나오면서 고교학점제 추진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학습 부담 경감과 사교육비 부담 완화 효과도 미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고교 내신은 그대로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안정적인 교원 수급정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2018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선발 예정인원은 3033명으로 전년 선발 에정 인원보다 492명 줄었다. 2017.8.12/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갈등?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교육공약 추진을 놓고 혼란과 갈등도 증폭됐다. 수능 절대평가 논란만이 아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논란, 초등교사 임용 축소 논란 등은 대립과 갈등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논란이 길어지면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과 추진 동력 상실 우려도 제기된다.

자사고·외고 폐지 논란은 교육부의 입장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진보교육감과 시민단체의 요구가 갑자기 표출되면서 학부모와 교장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실익은 없이 논란만 부추긴 셈이다. 결국 향후 출범하게 될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는 선으로 정리됐다. 최근 불거진 초등교사 '임용절벽' 논란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와 맞물리면서 예비교사와 기간제교사 간 선후배 충돌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공약에서 제시된 교육정책과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국정과제를 보면 교육 분야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체계적이고 준비된 정책추진이 가능할지 애매한 부분이 많다"며 "핵심 교육분야 주요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아주 정교하고 체계적인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 교수는 "다양한 교육분야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며 "5년간 30조원 이상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상도 있는 만큼 실제 정책 추진에서 예산 지원이 없을 경우 교육정책 실행 여부가 불투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이번 정부의 개혁성이 잘 드러나는 것은 초중등교육 권한을 교육청에 얼마나 넘기느냐, 또 그것을 받은 교육청이 단위학교로 얼마나 권한을 넘기느냐가 될 것"이라며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대학체제 개편을 위해 공영형 사립대 육성과 국립대 육성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교육개혁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또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후퇴가 아니라 선행조건이 안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라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공약 후퇴 지적을 일축했다. 임 교수는 "대학체제 개편을 통해 입시경쟁이 완화되지 않으면 수능 절대평가도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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