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한 이슈人]'47세 아재' 최무배가 보여준 '졌잘싸'의 올바른 예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7. 8. 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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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970년생. 만으로 쳐도 47세의 나이에 ‘몸대몸’으로 부딪치는 격투기 무대에 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도구를 이용한 스포츠가 아니고 그저 자신의 신체로 남의 신체와 아무 것도 없이 맨몸으로 싸울때는 누가 뭐래도 ‘젊음’이 최고 무기다. 그럼에도 ‘아재 파이터’ 최무배는 케이지에 올랐고 명승부 끝에 졌다.

물론 결과만 보면 졌다. 하지만 정말로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 그냥 위로하는 말이 아니다. 최무배가 보여준 경기 전부터 경기 중, 경기 후까지 모든 모습은 감히 존경받아 마땅한 아재 파이터의 모습이었기에 큰 귀감과 울림을 준다.

로드FC 제공

최무배는 12일 오후 8시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41 무제한급 미국의 제이크 휸과의 경기에서 3라운드 종료 후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무려 1년 8개월만의 복귀전이었다. 어느새 만 47세의 나이인 최무배가 더 이상 종합격투기 무대에 오르지 않자 ‘은퇴한거 아닌가’하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사실 은퇴라고 해도 이상치 않기 때문.

하지만 최무배는 다시 나타났고 11일 계체량에서 최무배는 “모든 아재들의 기운을 담아 이렇게 강하고 멋진 제이크 휸 선수를 이기겠다. 누가 끝이래!”라며 소리를 지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휸이 먼저 “한국 레전드 선수와 맞붙게돼 기쁘고 전설을 끝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정중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대응이었다. 괜히 도발하거나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는 멋진 기자회견이었다.

경기에 들어서 최무배의 모습은 정말로 멋졌다. 최무배는 분명 만 30세의 휸에게 버거워했다. 휸은 전체적으로 우세를 잡았고 최무배는 파운딩도 여러차례 내주며 고전했다. 특히 2라운드 중반에는 휸의 다리를 부여잡으며 끝끝내 버티는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최무배는 쓰러지지 않았다. 아니 상대가 힘이 빠진 타이밍에 도리어 반격을 하며 더 몰아부쳤다. 자신도 파운딩을 하며 휸에게 거의 KO를 받아낼 뻔도 했다.

물론 이런 모습은 잠시였고 휸은 계속해서 경기 주도권을 잃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최무배도 쓰러지지 않았다. 최무배의 얼굴은 갈수록 부어올랐고 5분 3라운드 경기 15분동안 모든 체력을 소진했다. 그럼에도 최무배는 휸에게 끝까지 ‘KO성 펀치’를 날리며 저항했고 결국 15분의 시간은 모두 흘렀다.

경기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두 선수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진심으로 껴안아주었다. 명승부를 직감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모든걸 쏟아부은 후회없는 경기이기에 더 두 선수의 포옹이 의미 있었다.

로드FC 제공

경기 후 결국 판정에서 휸의 만정일치 판정승으로 끝났다. 휸은 기쁨에 겨워했다. 하지만 최무배는 패배가 확정되고 낙담하기 보다 기뻐하는 휸을 꼭 안아주는 넉넉함을 보였다. 만 47세의 나이에서 나오는 젊은 선수에 대한 진심어린 축하이기에 깊은 감동을 줬다.

경기 후 최무배는 “언제든지 은퇴할 시기였다. 지금 나이가 마흔 여덟이다. 이종 격투기 시절에 챔피언 벨트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종합 격투기의 시대가 됐다"면서 "지금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나 같은 아저씨가 3라운드를 지켜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중에 혈당, 당뇨, 뇌졸중 등과도 싸워야 했다. 기죽은 모든 아재들을 대신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며 케이지를 떠났다.

최무배는 경기 전에는 상대를 존중하고 경기 중에는 최선을 다해 명경기를 만들고 경기 후에는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승자에 축하를 전했다. 이보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경기 과정이 어디있을까.

사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은 마치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맞지 않는 말이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는 스포츠에서 졌으면 잘싸우든 내용이 좋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만 47세의 최무배가 당장 챔피언 벨트를 위해 격투기를 계속하는 것은 아니다. 최무배는 예전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후배들의 발판이 되어주고 싶다. 후배들이 저를 잘 이겨서 스타가 될 수있으면 좋겠다. 또한 저로 인해 티켓 한 장이라도 더 나가면 계속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무배에게는 ‘졌지만’이라는 앞의 말보다 ‘잘싸웠다’는 말이 중요하다. 졌지만 잘 싸웠다. 최무배는 자신의 역할을 잘해냈고 팬들에게 격투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줬고 휸에게는 승리의 기쁨은 물론 보완할 과제도 던져줬다. ‘졌잘싸’는 정말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로드FC 제공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幣構킬?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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