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文정부 100일]투기와의 전쟁.."집값에 정권 명운"

진희정 기자 입력 2017.08.13. 07:00 수정 2017.08.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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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집값 상승 다주택자 투기 때문"..전방위 압박
역대급 부동산대책에 시장 '움찔'..공공성 강화 방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2017.8.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인수위 없이 지난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문 대통령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공적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후보 시절부터 저소득층과 청년, 신혼부부 등의 주거안정에 관심을 보여왔다.

반면 투기와 주택시장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로 지목하며 이를 막기 위한 강력한 '핀셋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 취임 이후 두 번의 대책을 통해 서울의 집값이 75주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강남 재건축 돌풍의 진원지였던 서초는 전국 최고 하락폭을 기록했다.

◇힘빠진 6·19 대책에 8·2추가대책까지…초기 난관

물론 정권 초기 난관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주택시장 활황세가 새 정부 출범 기대감으로 과열양상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대출 규제를 내용으로 한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인 6·19 대책으로 서울지역과 경기 광명, 부산 기장 등 전국 40개 시군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이곳의 주택구입자들은 종전보다 담보 대출규모가 작아졌다.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의 비율을 각각 10%포인트씩 낮췄다. 집단대출에도 규제가 추가됐다. 특히 서울시 전역은 분양권전매가 입주시점까지 제한돼 정부는 대출제한으로 투기적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국지적 양상을 보이던 전국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청약경쟁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은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거침없어 시장은 매도자 우위로 돌아서 매물이 부족하고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까 불안해 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투기수요의 확산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6·19 대책 발표 한달 보름 만에 당초 계획보다 빨리 지난 2일 고강도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으로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25개 구 전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이 가운데 강남 4구를 비롯해 11개 구는 규제 강도가 더 센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LTV·DTI 등 과세와 금융 규제뿐 아니라 청약 규제까지 포함해 3중 투기 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이 같은 고강도 대책은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를 줄이면서 집값 폭등을 막는 효과를 가져올 개연성이 높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메가톤급 규제…與 '명운' vs 野 '노무현 재탕'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을 두고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메가톤급 규제라고 불렀다. 한마디로 정부가 시장에 부동산으로 투기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발표 직후 투기지역으로 묶인 서울 반포, 잠실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수억 원이나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면서 조합 설립을 앞둔 곳에서 급매물이 나온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8월 첫째 주 전국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2월 이후 처음 하락세(-0.03%)를 기록했다.

강여정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8·2대책이 예상보다 고강도의 규제 내용으로 포함하면서 투자수요 유입으로 상승폭이 가팔랐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증가해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핵심목표인 갭 투자자들, 즉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자들(다주택자들)은 정부 대책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는지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들어갔다.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세 증액은 2018년 4월에나 진행될 수 있어 그때까지는 버텨보자는 식이다. 시장과 정부 간 힘겨루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8·2 부동산대책을 두고 여야간 반응도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한 대책을 통해 정권의 명운을 걸고 투기를 잡겠다고 강조했지만 야당은 이미 실패한 과거 노무현 정부 대책의 재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민 주거문제 해결이야말로 최고의 민생 대책이고 정치가 해야하는 일"이라며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의 투기수요인 만큼 강력한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송석준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는 "시장 경제 주체들의 활동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경제활동을 도모해야 하는데 반시장 정책이 너무 난무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수도권 규제와 같은 시대착오적 규제 등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참여정부에서 강력한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을 펼쳤지만 결국 집값을 잡지 못하고 거래절벽 등의 부작용을 양산했다며 실수요 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내달 서민주거지원을 위한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앞세웠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투기 방지와 서민을 위한 집값 안정화에 힘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8·2대책이 그동안 과열된 시장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다면 다음달 발표되는 방안에는 실수요자나 서민 등을 위한 주거복지 내용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공적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관리하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13만가구, 5년 동안 65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20만가구는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공공기관이 지원하고 민간이 관리하는 공공지원 임대주택도 매년 4만 가구, 5년 동안 20만가구를 공급한다.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복잡한 공공임대주택 유형도 통합 관리해 효율성을 높인다.

집값 안정과 함께 도시재생 뉴딜정책도 챙겨야 한다. 노후 주거지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개념이다. 전면 철거가 아닌 낡은 주택의 리모델링, 지역적 여건에 맞는 문화·산업 창출, 편의시설 설립 등 노후주거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보유세는 논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8·2대책의 후속 조치로 보유세 논의에 대해 아직 이르지만 필요할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지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돼 다른 대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보유세 논의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그는 "당과 문재인 정부는 시장·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주거안정·주거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가 분명하다"며 "그에 맞는 대책들은 필요하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hj_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