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the L 리포트] "귀사는 저작권을 침해했습니다"..대응법은?

황국상 기자 2017. 8.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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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외국 프로그램 저작권자들 '민·형사 동시압박'으로 합의 유도..정품 프로그램 사용이 궁극적 해결책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이너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얼마 전 중견 제조업체 A사는 한 국내 로펌으로부터 "귀사의 직원들이 500만원짜리 정품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내려받아 사용해 B사가 5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이 로펌은 A사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함께 대표이사 개인에 대한 형사 책임까지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이 로펌은 "2000만원짜리 프로그램 10개를 구매하면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사실상 2억원의 합의조건을 내건 셈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A사 측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고급버전으로 가격도 약 4배에 달했다. A사 측은 합의로 끝낼지, 정식 소송으로 가서 다툴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면 '저작권 보유자'(권리자)는 침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별도로 침해자를 사법당국에 고소함으로써 형사 책임을 물릴 수도 있다. 저작권 침해 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죄다.

기업들이 부지불식간에 저작권을 침해하는 저작물은 △워드·스프레드시트 등 오피스 프로그램 △포토샵 또는 '컴퓨터지원 설계시스템'(CAD) 등 사무자동화 프로그램 △단순한 글자폰트 또는 사진 등은 여러가지다.

2012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를 계기로 외국, 특히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권리자가 돼 한국기업을 상대로 민·형사상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조윤상 변호사(법무법인 시헌)는 "2000년대에 들면서 국경을 넘어서는 저작권 분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한·미 FTA 발효를 즈음해 한·미 양국의 저작권 내용과 보호범위가 같아지면서 미국 기업들로부터의 문제 제기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대개 외국의 권리자들은 한국의 로펌이나 컨설팅업체와 계약을 맺고 권리침해 기업을 찾아낸 뒤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민사소송) 저작권 침해행위를 고소하는(형사소송) 등의 조치를 취한다.

국내 로펌 등이 권리자에게 접근해 "권리 침해 기업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낼테니 이를 적정 비율로 나눠갖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해당 로펌 등은 침해기업으로부터 받아낸 합의금의 10% 정도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자가 직접적·적극적으로 침해행위에 대응하든, 로펌을 통해서 뒤늦게 대응하든 민·형사적 조치는 동시에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저작권 침해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다. 저작권 침해죄는 친고죄여서 권리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고소취하를 조건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한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유앤아이파트너스)는 "민사소송으로 가면 정품 가격 만큼의 손해액만 인정될 뿐 권리자가 주장하는 손해의 상당 부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권리자 측 로펌은 형사적 수단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손해액보다 많은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고 변호사는 "저작권 침해가 처음일 경우 형사 책임도 벌금형 약식명령 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손해배상금액과 벌금액을 합해도 당초 요구받았던 합의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 전과를 달고 값싸게 대응할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합의에 응할지는 기업의 선택에 달렸다"고 했다.

고 변호사는 "때로는 권리자가 다수의 침해자들을 고소하면서 압수수색이 진행될 수 있도록 무리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까지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기업은 자사에 해당하지 않는 혐의로 고소된 데 대해서는 오히려 권리자에 대해 무고 혐의를 주장함으로써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정품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조 변호사는 "최근엔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적발되도록 하는 시스템도 많아 불법사용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 관련 위험을 교육하고 정품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풍토를 정착시키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구매 당시 정해진 용도 이외의 사용이 권리 침해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다"며 "프로그램을 구매할 때 라이선스 범위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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