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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00일] 규제강화에 최저임금까지…벼랑끝 유통업계


입력 2017.08.13 05:00 수정 2017.08.13 10:05        손현진 기자

경쟁적 입점으로 편의점 매출 하락세…최저임금 인상 앞둔 점주들 '울상'

최저임금 보완책은 지지부진…규제강화에 고용창출 압력까지

서울 광화문 인근 편의점 한 직원이 매장 진열을 하고 있다.(자료사진)ⓒBGF리테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노동' 문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일자리 창출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유통업계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공약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부터 대폭 상승하게 됐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보완책 마련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는 규제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유통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달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올해와 비교해 16.4% 오른 액수로, 11년만의 두 자릿수 인상률에다 역대 최대 상승폭이다. 문 정부는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려 2020년까지는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에선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산업 특성상 파트타임 직원을 많이 채용할 수밖에 없어, 인건비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아르바이트 급여를 직접 부담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받을 타격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0대·여)씨는 "매출은 거의 고정인데 인건비가 급격히 늘면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지금도 아침부터 오후 4~5시까지 혼자 일하는데 차라리 가게를 접고 재취업해 직장생활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광화문 인근의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모(50대·남)씨도 "지난해 직장을 은퇴하고 한번 사업에 실패해 편의점 운영에 뛰어들었는데 이마저 쉽지 않다"며 "회사에 다니는 부인도 좀 있으면 은퇴할텐데 번갈아 가게를 보면서 아르바이트 비중을 줄여볼까 생각 중"이라고 토로했다.

편의점 업계는 이미 어려운 환경에 봉착해 있다. 국내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지난 2월 전년동기 대비 3.5% 줄면서 처음 감소세를 보였고 6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했다. 과도한 입점 경쟁으로 평균 매출이 낮아진 탓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선으로 올리면 편의점 점주 수익은 현재에 비해 약 50%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라 예상하고 있다.

편의점 점원이 매장에서 고객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 BGF리테일

업계는 최저임금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번처럼 대폭 인상될 경우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직접 지원하는 등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원 부담에 따라 지원대상과 규모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중소기업벤처부, 국세청 등이 참여하는 '최저임금 관련부처 TF(태스크포스)'는 이달 중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업체 피해 구제 방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분이 지원되는 '영세사업장' 종사자 규모를 30인 미만으로 보느냐, 50인 미만으로 보느냐에 따라 필요한 예산은 3조원에서 6조원까지도 추산된다. 현재 기재부와 최저임금위, 소상공인 측의 의견이 모두 달라 지원 기준을 확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TF가 제출한 방안이 국회 심의를 매끄럽게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편의점 가맹본부가 자체적으로 가맹수수료율을 내리는 방안도 일부 거론되고 있지만, 그럴 경우 본사가 수익성 하락을 버틸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이 공개된 이후 폐점을 문의하는 점주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1개 점포를 기준으로 백화점 4.3%·대형마트 15.8%·슈퍼 17.4%의 영업이익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7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마트는 또한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어 정부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주요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기업을 규제한다고 해서 마트나 복합쇼핑몰을 찾던 고객들이 전통시장을 찾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정책 방향이 그쪽으로 맞춰져 답답한 감이 있다"며 "규제강화에 인건비 증가로 기업 사정이 어려워질텐데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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