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마녀사냥 희생물 됐다"..무작위 적폐청산 분위기에 경고

김현아 2017. 8. 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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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황우석 사건 진범도 공모자도 아니다"
언론의 무작위 보도, 진실 규명했나
'사퇴의변' 첨부자료에 이어 '페이스북'에서 항변
"마녀사냥 재물 만드는적폐 청산해야 진짜 민주주의"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어제(11일)저녁, 임명된 지 나흘 만에 자진 사퇴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오늘(12일) 페이스북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처벌 받는 것이 정의인데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마녀사냥하는 것은 성숙한 정의사회가 아니다”라며 “청와대나 나는 마녀사냥 분위기를 몰랐다. 마녀사냥의 재물을 만들어 내는 적폐를 청산해야 진짜 민주사회”라고 밝혔다.

박 전 본부장은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 임명 배경을 설득할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지만, 결국 서울대 교수들을 비롯한 과학기술계, 여야 정치권의 반발에다 언론의 집중 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어제 저녁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박기영 “황우석 사건 진범도 공모자도 아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나는 단연코 황우석 사건의 진범도 공모자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언론과 일부 서울대 생명과학 교수들, 제보자를 비롯한 피디수첩팀 인사들, 줄기세포 연구가 금지돼야 한다는 생명윤리학자들과 언론이 마녀 사냥 내용으로 나를 황우석 사건의 주범으로 몰아 놓고, 그런 다음 임명이 옳았느냐로 판단했다”며, “여론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서울대 교수들에게 내가 주범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그리고 본인의 진정성에 대한 근거로 ▲줄기세포를 대상으로 생명과학의 사회적 영향과 국가적 관리방안에 대해 한 꼭지 참여해 연구했고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보좌관으로서 관리와 지원 업무 및 모니터링을 했지만, 실무는 해당부처와 해당 지자체에서 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당시)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 한 번도 조사받지 않았고 황우석 사건 재판 과정 중 소환된 적도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박 전 본부장은 해당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연에 대해서도 ▲줄기세포 실험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기획 시 논의에 참여했고 사회적 부분에 3년간 함께 참여해, 공저자에 이름을 올린다는 전화를 받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동의한 것을 정말 후회하지만, 본인 외에도 17명의 공저자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황우석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모두 박기영 전 본부장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당시 과학기술계에서 황우석씨의 논문 조작 사건을 걸러내지 못한 게 근본적인 문제이며, 박기영 본부장은 당시 정책책임자로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형사 책임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의 무작위 보도, 진실 규명했나

박기영 전 본부장은 다른 고위공직자 자진 사퇴 때와 달리 A4 용지 4장 반의 ‘사퇴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어제 밤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공식 글에서는 “세상이 이렇게까지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어렵게 만들어진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서 과학기술인의 열망을 실현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저의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동시에 ‘연구비 수주 및 공동저자 관련 별첨자료’를 통해 ▲뭉뚱그려 2억5천만원을 황우석 박사 개인에게서 받았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고 ▲공동저자 관련 내용도 진실과 온도 차가 난다며, 그간 언론들이 각종 의혹을 보도할 때 진실을 규명했는 가에 대해 물었다.

정부 내 고위 관료 중 손꼽히는 친노·친문 세력인 박기영 전 본부장. 새 정부의 핵심인 친노·친문 세력은 적폐청산을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삼고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박 전 본부장의 페이스북 마지막 말은 ‘마녀사냥’에 대한 우려였다.

그는 “잘못된 부분만 처벌받는 게 정의”라면서 “마녀사냥의 재물을 만들어내는 적폐를 청산해야 진짜 민주주의”라고 밝혔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청산 대상으로 삼거나, 과거의 업적이나 성과는 아예 무시하고 잘못이나 실수만 들춰내 찍어 누르는, 그게 적폐청산인 줄 아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경고였다.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별첨’ 연구비 수주 및 공동저자 관련(박기영 전 본부장이 과기정통부 기자단에 전달한 내용)

생명과학 연구에서는 준수해야 할 민감한 과정들이 있습니다. 유전자 변형이나 줄기세포 연구에서 그런 절차가 많은데 국가가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황우석 교수 연구를 대상으로 사회적 수용성과 절차 및 국가관리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어서 인문사회과학 교수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연구진을 꾸려서 연구과제의 책임을 맡았습니다.

뭉뚱그려 2억 5천만원을 황우석 박사 개인에게서 받았다는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우리 연구진은 위탁과제와 세부과제를 구성하여 황우석 교수와 함께 연구과제 신청단계에서부터 참여하였습니다.

위탁과제로는 2001년 12월부터 3년간 연간 5천만원씩 서울대로부터 연구비를 받았습니다. 과제명은 “형질전환을 통한 광우병 내성소 개발의 사회적 영향평가”이었고 연구진은 책임급 3명 포함 총 5명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이 연구의 3차년도는 2004년 11월 종료였지만 저는 단지 2개월만 연구를 수행한 후 2004년 1월 보좌관 임명으로 연구책임자를 반납했습니다.

세부과제 연구는 황우석 교수가 총괄책임자인 연구과제에서 제8세부과제였던 “바이오장기의 윤리적 고찰 및 산업적 발전방안”를 구성하여 연구과제 제안서 작성과정부터 참여하여 과학기술부로부터 연구과제를 수주하여 과학재단으로부터 직접 연구비를 지원받았습니다. 1년 연구비는 1억원이었으며 제가 세부과제책임자로서 3개 과제를 구성하여 책임급 4명, 선임급 3명 기타 4명의 총 11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연구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 2003년 6월 23일부터 1년간이었으므로 저는 7개월 연구진행 후 연구책임자를 역시 반납하였습니다.

이 세부연구과제에는 “바이오장기 개발 기술의 사회적 영향평가”, “바이오장기 개발 및 실용화의 윤리적, 법적 문제”, “바이오 장기의 개술개발 및 산업화 전략 수립과 생명산업 기술 혁신 정책 연구” 로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도중하차 하였지만 이 과제의 연구팀에서 도출된 줄기세포 연구 가이드라인은 국제적으로 활용되는 줄기세포 연구 가이드라인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러한 연유가 작용하여 공동연구진의 세부과제 연구책임자를 공동저자로 넣기로 했다는 것을 전화로 듣고 이에 동의함으로써 2004년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시기에도 저는 대학 교수 신분이었습니다. 논문의 경우 공동저자의 역할 중 연구기획과 실험 디자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있기에 이 사례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실험을 수행하지 않았기에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 “기여 없음”으로 결정이 났었고 좀 서운한 감은 있었지만 수용하였습니다.

공동연구책임자 몇 명이 모여 인간의 줄기세포로 연구를 수행하겠다는 연구계획에 대해 이야기 나눴던 2000년 경 장면이 15년도 넘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논문 조작사건이 벌어진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저를 비롯한 저희 실험실 학생구성원과 연구진 모두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으나 연구진행과 연구비 사용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번 언론보도에서는 과거 소나기처럼 쏟아지던 각종 의혹들이 진실 규명 없이 언론에 도배되었습니다. 10여년이 지나고 나니까 그 모든 의혹이 진실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들을 누구나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인간 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요.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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