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OECD의 경고..韓 정책금융, 한계中企 못 거른다

양종곤 기자 입력 2017. 8.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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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중기중앙회에 '中企정책' 질의답변서 확인
과도한 정책금융·담보위주 대출우려.."기업퇴출 필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7.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중소기업 정책금융 방향을 두고 지원에 편중됐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여기에는 정부가 경쟁력 상실한 한계기업을 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담겨있다. 이같은 중소기업 퇴출 문제는 그동안 역대 정부가 풀지 못한 숙제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처음으로 신설해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OECD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OECD 국가 중 中企 정책금융 비중 가장 높아

12일 <뉴스1>이 중소기업중앙회가 7월 OECD 경제국 미션단에 제출한 국내 중소기업 실태에 대한 질의답변서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OECD는 국내 정책금융에 대해 공적 보증이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공적 보증이 높다는 애기는 정부의 정책 금융이 지원으로 쏠려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OECD는 중기중앙회가 국내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란 점을 감안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중기중앙회의 의견을 들었다. OECD는 한국을 비롯해 34개 회원국의 경제, 사회,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평가를 종합해 매년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는 각 국 정부가 정책에 반영할만큼 공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OECD가 중기중앙회에 보낸 질의를 보면 한국의 중소기업 대출 내 공공보증금액 규모를 눈여겨봤다. 지난해 한국은 국내총생산의 약 4% 수준이 됐는데 대부분 OECD 국가는 1%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 중 정책금융 비중은 한국이 12.2%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8조원이다. 2015년에는 90조원대로 늘었다.

공적 보증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중기중앙회는 "국내 중소기업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신용 보증 규모를 큰 폭으로 늘렸다"다고 답했다. 신용 보증은 담당 기관이 담보 능력이 부족한 기업의 신용도를 심사해 금융기관 대출을 돕는 방식이다.

이처럼 OECD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공적 보증을 과감하게 줄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은행이 신용 보다 담보와 보증 위주로 대출하는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공적 보증 축소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2015년 국내 은행의 대출채권 추이를 보면 담보 및 보증이 64%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처럼 은행이 신용 보증에 소극적이다보니 신용 보증 기관의 책임 범위(공적 보증), 지원 범위가 늘게 된 것이다. 신용보증기관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비율은 85%에 달한다.

정부가 은행의 담보 대출 축소를 요구할 명분은 있다. 중소기업이 담보 대출에 의존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OECD의 이번 질의서뿐만아니라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기구도 경고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기중앙회 측은 OECD 답변서에서 "담보 위주 대출 관행은 토지와 같은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유도해 기업의 유동성을 악화한다"며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대출을 위해 신용 보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기중앙회는 "높은 수준의 공적 보증은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크게 기여한다"면서도 "장기적인 방향에서 신용 보증은 축소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中企는 무조건 보호?…"지원, 기회비용 관점 필요"

이같은 지원에 치중된 정책금융의 약점은 부실 기업을 가려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회생 불가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세금)이 맞느냐, 부실 중소기업이 정책 자금으로 연명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OECD 또한 '중소기업 상당수가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내 중소기업의 소극적인 구조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한계기업으로 평가된다.

중기중앙회는 현재 정책금융 아래서는 사실상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는 "생존 불능 회사의 퇴장을 촉진하기 위해 퇴출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 구조조정 체계에서는 성장성, 기술성 보다 획일화된 재무지표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성장 기회를 빼앗는다"고 반박 의견을 OECD에 전달했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금융정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과도한 정책금융 의존은 정부 주도 자금 배분에 대한 의심을 높인다"며 "이제는 정책금융을 재정의 기회비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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