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민간 실손의료보험 해지할까?

조선혜 2017. 8. 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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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강화 기대감.. 보험 전문가들 "서두르지 말고 혜택 비교해도 늦지 않아"

[오마이뉴스조선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건강보험 보장강화 현장 방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검사를 희망하는 배권환 군(오른쪽), 작곡가를 희망하는 이경엽 군의 손을 잡고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30대 회사원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국가에서 대부분 의료비를 보장해 준다는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면서부터다. 그는 매월 자신의 월급에서 5만 원씩 민간보험회사에 실손보험료을 내고 있다. 그동안 크게 아프지도 않고, 보험금을 받을 일도 없던 A씨는 이참에 실손보험을 해지하는 것이 어떨지 궁금했다.

보험 전문가들은 당장 실손보험 해지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 혜택이 실제 지금보다 늘어나면 그때 가서 실손보험을 해지해도 된다는 것.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은 국민건강보험만으로 미용과 성형 외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던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민간보험사를 통해 보장 받았는데 앞으로는 건강보험만으로도 충분해질 것으로 보인다.

"1~2년 사이 실손보험 없어지기 힘들어" 당분간 유지해야

그렇다면 A씨처럼 이미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성희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은 "앞으로 1~2년 사이에 실손보험 시장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예비급여 항목도 상당 기간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은 실손보험으로 추가 치료비를 보전 받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치료 효과가 있지만 비싼 비급여 항목을 본인부담률 30~90%의 '예비급여' 항목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때 실손보험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당장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로 바꾸긴 어려워 이런 중간 단계를 만든 것인데 이 항목의 치료비는 한동안 스스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급여 추진 대상은 로봇수술 등 약 3800개다. 오는 2022년까지 차례로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또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단계를 밟아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바뀌고, 실손보험료도 점차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당장 실손보험을 해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추이를 지켜본 다음 건강보험 혜택과 실손보험료 등을 비교해 선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사무처장은 "당장 실손보험을 갱신할 때가 되더라도 우선 갱신해 놓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이후 해지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러 단계를 거쳐 결국 건강보험 혜택이 커진다면 소비자들이 민간보험사의 실손보험을 유지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일반 의료비는 건강보험으로 모두 커버될 것"이라며 "계속 실손보험 계약을 이어갈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사무처장은 "실손보험은 퇴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보건복지부
"일반 의료비 건강보험서 커버될 것"...암보험 등 특화상품 늘어날 듯

그동안 실손보험은 갱신 때 보험료가 급격히 오른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왔는데, 앞으로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넓어지면 이를 유지할 이유가 더욱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10년마다 실손보험이 갱신되는데 이때 보험료가 30%나 올랐다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실손보험금을 받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해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험사들도 실손보험이 아닌 다른 상품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 국장은 "미용, 성형 등은 건강보험 혜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특화 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기욱 사무처장은 "실손보험보다 암 보험이나 특정 보험에 가입하겠다는 경향이 높아지면 보험사들도 그런 상품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정성희 실장은 "실손보험료가 줄어들면 보험료를 낼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은 진단금, 입원비 등을 받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실장은 "치료비가 건강보험에서 나오게 되면 치료기간 동안 줄어든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품에 집중하는 쪽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험업계는 실손보험과 관련한 전망들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대형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이 늘어 실손보험 손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를 인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실손보험 해지가 늘면 손해율이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없어질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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