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손정의 '5년전 약속' 시동 걸리나

강계만,오수현 2017. 8. 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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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특사' 송영길·손정의 내달 회동..韓·中·日·러 태양광·풍력 발전
탈원전 전력수급·미세먼지 절감 정부·손회장 중장기 협력 논의

동북아 스마트그리드사업 주목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초 일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에 본격 시동을 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시아 5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연결 사업이다. 몽골에 태양광과 풍력발전단지 등을 설치해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육상과 해저 전력망으로 연결해 동북아 스마트 에너지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송 의원은 다음달 6~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최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앞서 일본에서 손 회장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 의원은 러시아 중국 몽골 중앙아시아 등 인접국과의 경협 프로젝트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이달 말 출범하는 북방경제위원장으로 내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를 핵심 과제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도 지난 6월 중순 일본에서 손 회장과 만나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등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가고 있다. 당시 조 사장과 손 회장은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미세먼지 감축과 온실가스 저감의 새로운 해결책"이라며 "앞으로 동북아시아를 에너지로 연결하여 경제공동체 구축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함께하겠다"고 협의했다.

한국전력은 이미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 국가전력망공사, 러시아 전력회사 로제티 등과 함께 다국 간 송전망 연결사업에 대해 타당성을 조사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슈퍼그리드 사업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자격으로 손 회장을 만나 이 사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바 있다. 그때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40%인데, 현 정부가 원전 비율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며 원전의 추가 건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와 대체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국가 에너지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손 회장이 추진하는 슈퍼그리드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생각들이 지금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할 마땅한 장소가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원전 중단으로 인한 전력수급 부족을 해결하려면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당시 손 회장의 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상이 신재생에너지와 정보기술(IT)의 접목, 아시아 경제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은 물론 아시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안보 협력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슈퍼그리드 사업은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 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를 한데 묶어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청정에너지로의 국가 에너지정책 전환은 물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큰 그림 차원에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초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대북정책 기조 '베를린 구상'의 핵심인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영역을 북한은 물론 대륙으로 확장하는 게 핵심이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동남아시아와 유럽 및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제2의 수도로 삼아 동북아 국가들과 에너지·물류체계를 구축한다는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상당한 접점이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동북아 경협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송 의원이 이끄는 북방경제위가 전초 기지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북방경제위는 러시아·중국과 가스 개발, 철도망 연결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일본까지 연결되는 동아시아 전력사업까지 주관할 가능성이 높아 그 역할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그러나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은 주변국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손 회장이 대체에너지를 활용한 슈퍼그리드 구상을 처음 내놨고 2011년 9·15 정전 대란을 겪은 한국도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답보 상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예상보다 주변국의 전력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북한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가별 역할 분담 등도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강계만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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