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 제작중단 선언..사측은 경력기자 채용 공고

남지원 기자 2017. 8. 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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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MBC 보도국 취재기자 81명이 1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제작중단에 들어간다고 선언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MBC 보도국 취재기자 81명이 “저널리즘의 본령을 되찾겠다”며 11일 오전 8시를 기해 제작중단에 돌입했다. 보도국 구성원의 절반에 가까운 기자들이 동참해, 일부 낮시간대 뉴스 등이 결방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10일과 11일 연달아 경력기자 채용 공고를 내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C 기자회 소속 보도국 취재기자 81명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중단 동참을 선언했다. 보도국 기자들은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공개 후 영상기자회가 제작중단을 시작하자 10일 밤 긴급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제작중단을 결의했다.

기자들은 이날 기명 성명을 내고 “지난 9년간 MBC의 저널리즘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망가졌다”고 선언하며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문호철 보도국장 및 모든 보도국 보직 부장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절망했지만 막아내지 못했고 저항도 해봤지만 나약했다”며 “사회적 흉기로 전락한 MBC 뉴스의 더러운 마이크를 잡지 않는 길이 시청자에 대한 속죄의 시작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은 지난달부터 수집해 온 보도 자율성 침해 사례도 이날 공개했다. 기자회에 따르면 보도국 간부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는 화면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단식농성에 나선 유가족 김영오씨를 비난하는 리포트를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기자회는 현장 기자들의 발제 의도와 반대로 지난 3·1절 ‘태극기 집회’를 긍정적으로 보도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국정교과서 논란이 한창일 때는 반대 여론을 다루자는 기자들의 발제가 모두 무시당했다고도 주장했다.

MBC 보도국 기자 가운데 제작중단에 동참한 기자는 취재기자 81명과 카메라기자 37명 등 총 118명으로 전체 보도국 기자 250명의 47%에 달한다고 기자회는 밝혔다. 보직 부장과 보도국장 등 간부들을 제외한 현장 기자 중에서는 60%가량이 제작중단에 동참한 것으로 기자회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를 제외한 낮시간과 심야시간 뉴스는 제작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스M>과 <뉴스24>는 결방, <이브닝 뉴스>는 30분으로 축소돼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투데이> 앵커를 맡고 있는 박재훈 기자는 이날 클로징멘트를 통해 “더 좋은 뉴스를 하자는 MBC 기자들의 행동에 함께해 시청자 여러분을 당분간 못 뵐 것 같다”며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조명하는 그런 뉴스 할 수 있는 날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MBC 내 제작중단에 동참한 기자와 PD는 2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1일 PD수첩 PD 10명이 제작중단을 시작한 뒤 지난 3일 시사제작국 기자·PD 22명, 지난 8일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기자 50명과 콘텐츠제작국 PD 30명이 동참했다. 16개 지역사 기자 270여명이 소속된 전국MBC기자회도 오는 14일 오전 6시부터 서울로의 기사 송고를 무기한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MBC는 10일자로 경력 취재기자 채용 공고를 냈다. 11일에는 경력 영상취재기자 채용도 시작했다. 2012년 파업 중 대체인력을 채용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기자회 제작중단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영진들은 제작중단이 왜 터져나왔는지, 이들을 어떻게 일터로 돌려보낼지 고민하지 않고 인사권을 발휘해 대체인력을 채용할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채용공고를 눈여겨보고 있는 분들께 MBC뉴스가 정상화되면 그 때 당당하게 우리와 함께 나아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MBC 관계자는 경력기자 채용공고에 대해 “특정한 계기 때문에 채용공고를 낸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4~5년간 수시로 인력을 모집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구성원들이 사실상의 쟁의행위에 들어간 상황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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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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