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강수연은 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나?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2017. 8. 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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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사진=자료사진)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김동호 이사장은 문공부 공무원 출신으로 영화진흥공사사장과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등을 지냈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온 상징같은 분으로 만 80세의 고령이지만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배우로서 만50세이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강수연은 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언제 사퇴하겠다는 것이냐?

= 10월 21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을 끝으로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퇴입장을 밝혔는데 딱 세 줄짜리 짧은 이유였다.

첫 번째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는 것이고,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영화제는 개최돼야 한다는 확신에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올해 영화제를 최선을 다해 개최한 다음, 10월21일 영화제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두 번째 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해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영화계와 국민 모두의 변함없는 성원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사퇴하겠다는 이유가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진다'는 것인데?

= 그렇다. 그 일련의 사태는 바로 지난 하루 전인 지난 7일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전직원 일동의 연명으로 발표한 성명서를 말하는 것이다.

성명의 내용은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을 불신임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BIFF 사무국은 성명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빌미로 박근혜정부를 위시한 정치권력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했다"면서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탄압에 대해서는, 가해자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명예회복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사무국 직원들이 입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다이빙벨> 상영 직후부터 시작된 부산시와 감사원의 전방위적인 감사는 거의 1년동안 융단폭격처럼 영화제사무국을 초토화시켰다"면서 "영화진흥위원회는 지원금을 절반으로 삭감하였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여 영화제로부터 내쫓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개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조속한 복귀', '한국영화계 및 해외영화인들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하는 세 가지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이사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사퇴 요구는 없었나?

= BIFF 사무국의 성명에 두 사람의 사퇴를 주장하는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사무국 관계자도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성명서 어디에도 김동호 이사장이나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은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실제로 성명에도 "지난 2개월여 동안 (강수연)집행위원장을 향하여 합리적인 의견개진과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대화와 소통에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과, "결국 김동호 이사장에게 진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마저도 문제해결의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을 따름이다.

▶ 그런데 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려는 거냐?

= 첫 번째는 영화에서는 주연배우 였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주연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배우 강수연씨는 잘 알려진대로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주연배우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집행위원장은 영화의 주연배우와 같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자리다. 그렇지만 실제 역할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수연 위원장을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영입했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강 위원장이 김동호 이사장이 오면서 더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고 본다. 지금 부산영화제는 거의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강수연 부집행위원장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이사장이 굳이 다니지 않아도 될 곳에는 집행위원장을 보내서 살려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사장이 집행위원장의 역할까지 관여하면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위상이나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로 읽히는 대목이다. 주연배우가 조연배우의 역할만 한다면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 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영화에서는 연기가 통했지만 행정이나 현실에서는 연기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위원장으로 영입될 당시 부산국제영화제는 위기상황이었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으로 시작된 부산영화제에 대한 예산삭감과 탄압이 판을 치는 상황이었는데 집행위원장으로서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BIFF 사무국은 성명에서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에게 직원들은 기대를 걸고 그의 뜻에 묵묵히 따르며 영화제 개최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취임 이후 지금껏 보여 온, 영화제 대내외 운영에 대한 소통의 단절과 독단적 행보는 도가 지나치며, 사무국 직원들은 물론 외부로부터 심각한 우려와 질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고 지시했던 장본인이자, '당신이 물러나면 영화제는 건들지 않겠다'는 비겁한 조건을 달아 전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기는커녕 면죄부를 주었다"고 불신감을 나타낸다.

영화에서는 대본이 있지만 행정에서는 대본도 없다. 특히나 정부의 탄압이나 외압을 견디는 건 대본으로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영화평론가나 영화전문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강수연 위원장은 대내외적 소통에 매무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세 번째는 흥행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영화제작자나 배우 누구나 흥행대박을 꿈꾼다. 그렇지만 흥행에 실패하면 대박이 아닌 쪽박을 차게 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 논란 끝에 투자비도 건지지 못하고 종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총 관람객 수는 16만5149명이었다. 이는 2015년의 22만7377명보다 27.4%(6만2228명) 줄어든 것이다. 해마다 20만명 이상이 찾던 세계5위의 국제영화제가 어느새 고만고만한 보통의 영화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관람객이 감소한 것은 영화 <다이빙벨> 사태로 촉발된 부산시와 영화제조직위 간의 갈등으로 영화단체 등이 불참을 선언한데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 금지'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으로 배우들의 초청이 줄고, 개막식 전날 부산을 휩쓴 태풍 '차바' 로 영화제 주요행사가 열리는 해운대해수욕장 비프빌리지가 파손돼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사장이나 집행위원장으로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추락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네 번째는 주연배우의 교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제적하는 데 관객들이 주연배우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부산국제영화제 주변과 영화계 전반에서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공연 했다. BIFF사무국이 성명에서 공식적으로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사퇴 요구는 이미 임계점에 이른 상태였다.

지난 6월 22일 국회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토론회'가 열렸는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인 김상화 부산문화예술대 교수는 "김동호 이사장은 문화융성위원장으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배우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영화평론가나 영화전문기자들 사이에서도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의 사퇴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영화관련 단체들이 여전히 영화제 보이콧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데다 핵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4명이 지난달말 동시에 사직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냥 자리를 지키기는 어렵지 않겠나?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진=자료사진)
▶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사퇴하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다시 복귀하는 것이냐?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의 요구는 그렇지만 이용관 전 위원장은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무국은 성명에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부로 복귀해 올해 제22회 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요청한다"면서 "영화제 탄압사태의 직접적 피해자로서 그 피해와 훼손된 명예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전화를 받지않았다. 다만 문자메시지로 "지금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면서 "저도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다시 영화제 안으로 들어가서 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최근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가 복귀를 요청해온다면 복귀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가지 않겠다"면서 다만 "영화계가 영화제를 원상복귀하는 데 일조해달라고 하면 선배로서, 경험자로서 그냥 곁에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말 명예집행위원장으로 추대됐을 때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사진=자료사진)
▶ 어떻게 해야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화 될까?

= 영화제는 영화인들과 관람객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은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 때문이었다. 당시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국민 모두가 분노하고 있을 때였는데 <다이빙벨>이 영화제에 출품했고, 담당 프로그래머와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상영하면 되는 것인데 청와대가 지시하고 부산시장이 간섭하고 예산을 삭감하고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고 집행위원장을 고발해서 쫓아내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결국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전액을 삭감하라고 지시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영화에 정권이 개입하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사무국은 성명에서 "영화제의 존재 근거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이며, 영화예술을 통한 문화다양성의 수호"라면서 "여기에는 어떠한 이기적인 조작이나 정치적인 간섭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서병수 시장의 사과는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유불리를 따지거나 그렇 일이 아니다. 청와대의 지시때문이었더라도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을 추락시키는데 일조한 만큼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영화제 불간섭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부산국제영화제의 명성이 살아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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