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가려 남편과 함께 사표"..'퇴사학교' 가보니

이재은 기자 2017. 8. 1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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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학교'에서 배운다.

10명가량 수용 가능한 작은 강의실이 '퇴사 후 세계여행' 강의를 듣기위해 모인 사람으로 가득했다.

이날 강사의 첫 질문은 "왜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냐"였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위해 남편과 함께 퇴사한 A씨(31)는 "다른 나라의 삶·가치관 등을 배우고 싶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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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시기·퇴사 후 직업 등 교육, 수강생끼리 공감대 형성.."현실적 조언 부족 아쉬움도"
/사진=픽사베이

"저의 첫 직장은 광고회사였어요. 퇴사 이후 수년 뒤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퇴사를 무조건 추천하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 남는 게 꼭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퇴사학교 강사)

퇴사를 '학교'에서 배운다. 낯설지만 현실이다. 최근 20~30대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퇴사 고민이 늘자 이들을 타깃으로 한 교육시설까지 등장했다. 이곳에선 퇴사 문제 인식과 결정 시기, 퇴사 후 현실, 회사 다닐 동기, 회사 다니면서 창업, 부업 성공 등에 대해 조언하며 퇴사 관련 전반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특히 퇴사라는 공감대로 뭉친 이들이 수업을 듣고, 고민을 나누는 장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실적 조언 등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퇴사학교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의실. /사진=이재은 기자

지난 5일 오후 4시25분에 찾은 서울 중구 한 건물 내 강의실. 10명가량 수용 가능한 작은 강의실이 '퇴사 후 세계여행' 강의를 듣기위해 모인 사람으로 가득했다. 수업 시작 5분 전에 도착했지만 꼴찌였다. 낮 최고기온이 36도에 달해 작은 움직임에도 땀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수강생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수강생은 총 8명으로 최근 퇴사한 사람, 퇴사를 구체적으로 계획한 사람 등이었다. 수업은 총 2시간으로 강사의 설명, 수강생과의 대화 등으로 진행됐다. 수강생들은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은 만큼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그동안 남 앞에서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퇴사 의사, 퇴사 후 계획 등을 거침없이 밝혔다. 수강생들이 진솔한 얘기를 쏟아내는 한편 서로를 응원하는 눈빛도 오갔다.

30대 직장인 수강생은 "주변에서도 퇴사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 같다"며 "퇴사학교 등에 대해 검색하고 알아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에서 퇴사라는 얘기를 꺼내면 바로 배신자·낙오자라는 꼬리표가 붙지만 이곳(퇴사학교)에선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퇴사 전·후와 관련해 다양한 얘기가 나왔다. 이날 강사의 첫 질문은 "왜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냐"였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위해 남편과 함께 퇴사한 A씨(31)는 "다른 나라의 삶·가치관 등을 배우고 싶다"라고 답했다.

추석 상여금 수령 후 퇴사할 예정인 30대 직장인 B씨는 "아등바등 사는 삶에 지쳐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사는 때론 퇴사가 합리적 판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퇴사를 결정했다면 퇴사·세계여행 이후 돈을 벌 수 있는 필살기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며 "전문 자격증·과외 가능한 전공 등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 대부분의 수강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퇴사학교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하지만 강사는 무모한 퇴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생의 전환점은 굳이 '퇴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의시간이 끝났지만 쏟아지는 질문에 수업 종료 예정시간을 한참이나 지나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다수의 수강생은 수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C씨(28)는 "그동안 '여행블로거로 성공하고 싶다' 등 막연하게 생각했던 퇴사 후 삶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수업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 수강생은 "성공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많다. 결국 쫓아가는 삶을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A씨는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현실적 조언이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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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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