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떠올린 대전의 추억, 구대성에 첫 홈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8.11 05: 55

"지금껏 제가 상대한 어떤 투수보다도 뛰어났다". 
대전에서 은퇴 투어를 시작한 '국민 타자' 이승엽(41·삼성). 그에게 대전구장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11일 대전 한화전. 6회초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천적' 구대성과 마주했다. 1회 첫 타석 삼진, 4회 두 번재 타석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맥을 못 췄지만 3번째 타석은 달랐다.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142km 직구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 동점 투런포. 

이승엽의 홈런에 힘입어 삼성은 한화에 5-4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정규시즌의 한 경기였던 17년 전 일이 오랫동안 이승엽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건 그가 야구 인생 통틀어 구대성에게 때린 유일한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이승엽과 구대성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KBO리그에서 6년 동안 같은 기간을 뛰었다. 이 기간 구대성은 이승엽을 51타수 6안타 타율 1할1푼8리로 완벽하게 묶었다. 이승엽은 구대성에게 볼넷 3개를 얻는 동안 삼진만 25개를 당했다. 공을 최대한 숨기고 나오는 독특한 투구폼과 강속구에 속수무책이었다. 
둘의 인연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이어졌다. 구대성이 2001년 먼저 일본으로 건너갔고, 2004년 일본 진출한 이승엽과 한 경기에서 4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그해 7월8일 마린스타디움에서 오릭스 선발 구대성이 지바 롯데 3번 지명타자 이승엽을 4타수 1안타 2삼진으로 봉쇄했다. 당시 구대성은 9이닝 164구 2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무시무시한 '고무팔'의 힘을 보여줬다. 
은퇴 투어 첫 장소로 대전을 찾은 이승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구대성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홈런을 때린 순간을 꼽았다. 이승엽은 "한화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한 번밖에 없지만 워낙 좋은 팀이다. 삼성과 경기했을 때 항상 접전을 펼쳤다. 송진우·구대성·정민철 등 좋은 투수 선배님들이 많아 기억이 난다"며 "그 중 구대성 선배에게 유독 약했다. 대전에서 펜스의 맨 윗부분을 맞고 넘어가는 홈런을 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대성 선배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투수였다. 지금껏 내가 상대한 어느 왼손 투수보다도 뛰어났다"고 경의를 표했다. 2010년을 끝으로 KBO리그에서 은퇴한 구대성은 이승엽과 다시 승부할 기회가 없었다. KBO리그를 떠나 호주프로야구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갔고, 지난해 만 48세 나이로 완전히 은퇴했다. 
한편 이승엽은 통산 홈런 461개 중 대전에서 총 28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한용덕 두산 수석코치 상대로 대전에서 가장 많은 4개의 홈런을 쳤다. 지난 1999년 5월19일 대전 경기에서 3홈런을 몰아쳤고, 같은 해 7월21~23일에는 3일 연속 대전에서 홈런을 때렸다. 올해도 대전 6경기에서 홈런 4개를 폭발했다. 특히 지난 5월21일 송창식 상대로 KBO리그 사상 첫 450홈런을 돌파해 대전에서 이정표를 세웠다. /waw@osen.co.kr
[사진] 이승엽-구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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