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강인철 경찰학교장, 새벽 호프집 앞 운전병 대기시켜

박준호 2017. 8. 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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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차량 운전병 잠 안 재우고 심야까지 주점 앞 대기시켜
강 "사적인 자리 아니라 직원들과 식사···운전병 업무 과중 안해"
관용차 최고급 사양 개조, 의경 관사 청소 등 의혹 대부분 부인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각종 비위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강인철(57·중앙경찰학교장) 치안감이 자신의 운전병에 대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감찰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10일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 치안감은 경찰학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운전병을 자정이 훨씬 넘은 새벽 시간에 호프집 앞에 대기시키며 관용차량을 이용한 행위로 감찰에서 지적받았다.

본청 감사관실은 강 치안감이 근무시간이 지난 심야 취침시간에 운전병을 대기시켜 충분한 수면을 보장하지 않은 점, 공적인 업무와는 무관한 주점 앞에 관용차량을 대기시킨 점도 지휘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고 있다.

강 치안감은 또 예산 2700만여원을 들여 관용차를 최고급 사양으로 개조한 사실도 감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강 치안감은 광주경찰청장 시절 관용차(카니발)의 좌석을 뜯어내 자신의 편의에 맞도록 개조했고 기존에 장착된 속도제한기도 해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학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새로 배정받은 관용차(카니발)의 일부 좌석을 해체하는 등 개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학교 측은 뒤늦게 문제가 되자 해체한 좌석을 원상태로 복구했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굳이 개조할 필요가 없는데도 부하 직원들에게 차량 시트를 뜯어내라고 지시하고 광주청장 시절에는 속도제한기도 뜯어냈다"면서 "우리나라 경찰에 최고급 사양의 카니발이 많지 않은데 강 치안감이 근무했던 곳에만 유독 고급 카니발이 운영됐다"고 전했다.

공관병에 대한 갑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강 치안감은 광주청장 재임 시절 부속실 의경에게 1주일에 2차례씩 관사 청소를 시켰으며, 올해 초 중앙경찰학교장으로 발령난 뒤에도 부속실 의경에게 1주일에 한차례씩 관사 청소를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 치안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대부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운전병을 심야 호프집 앞에 대기시켰다는 문제에 대해 강 치안감은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직원들과의 식사자리였는데 한 직원이 외부에 나갔다가 늦게 돌아와 밤 10시부터 식사가 시작됐다"며 "당시 시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식사를 늦게 시작하다보니 자연스레 시간이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늦은 시간이지만 직원들과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자리를 가진 뒤 지휘관으로서 관용차를 이용한 것이고 운전병 두 명 중 한 명만 대기시켰다"며 "평소 관용차를 자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운전병의 업무가 과중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경에게 관사 청소를 시켰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광주청장 시절 관사 청소를 의경에게 맡긴 사실이 전혀 없다"며 "경찰학교 관사 역시 전임자는 의경에게 맡겼지만 내가 부임한 뒤로는 오히려 관사에 상주하던 의경들을 내보내고 청소를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적극 반박했다.

이어 "현재 관사는 경찰학교 시설의 일부로 외부 청소용역업체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고 있다"면서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학교장 관사도 (청소구역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청 감사관실은 피해 의경과 관련 직원들로부터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치안감에 대한 감찰기록 분량만 1400페이지에 달할 만큼 방대한 양으로 감찰을 할수록 비위가 드러나 고강도 감찰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이 전했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강 치안감에 대한 감찰 결과 중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본청 수사국에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본청 수사국은 산하 특수수사과에 수사 착수를 지시했다.

주요 수사 대상은 강 치안감이 광주청장 재직 시절 관내 한 대학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무상진료를 받은 혐의, 경찰학교 직원들로 구성된 교내 상조회에 상조회 기금 7000만여원을 동원해 치킨 매장을 개설토록 압력을 넣은 혐의 등이다.

그러나 강 치안감은 본청 감사관실에 두 차례 출석해 조사받으면서 모든 혐의를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 치안감은 무상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감사관실도 진료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치안감은 교내 치킨 매장 개장과 관련해서도 부당한 압력이나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감사관실은 병원 진료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감찰로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내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수익사업을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도 떨어지고 학교 주변에서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반발을 의식해 대부분 직원들은 부정적이었지만 강 학교장이 매장 개장을 추진하라고 지시해 어쩔 수 없이 설치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내부 회의록에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앞서 강 치안감은 지난해 11월 광주경찰청장 재직시 국정농단 사건 촛불집회를 앞두고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광주청 페이스북 글을 문제 삼은 이철성 경찰청장으로부터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등의 막말성 질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청장은 "당시 강 청장에게 페이스북 게시글과 관련해 전화하거나 질책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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