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교원 증원, 약속은 왜 했나

주희연 사회정책부 기자 2017. 8. 1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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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연 사회정책부 기자

서울 한 대학의 국어교육과 졸업생 조모씨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졸업하고 5년째 국어 교과 임용 시험을 치르고 있다. 경쟁률은 늘 신경 쓰였지만, 어차피 수십 대 1이기 때문에 '나와 벌이는 싸움'에만 매진해왔다고 했다. 그런 그가 지난 3일 발표한 사전 임용 선발 인원을 보고는 눈물을 쏟았다. 전년 최종 선발 인원보다 30% 가까이 준 52명이 예고돼 있었다. "정부가 교사 증원을 한다는 말만 믿고 공부했는데, 그 믿음이 순식간에 깨졌다"고 했다.

요즘 임용 고시생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다'는 글이 자주 보인다. 교육 당국이 교사 임용 사전 선발 인원을 발표하자 전국 정원(TO)이 40% 감소한 초등 임용 준비생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줄어든 중등은 물론 늘어난 특수교사·유치원 교사 준비생들도 "TO를 늘려 달라"고 항의하고 있다.

이들이 TO 증원을 외치는 이유는 "정부가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장애인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특수교사 선발 예정 인원은 702명으로 작년 최종 선발 인원 638명보다 늘었다. 하지만 특수교사 임용 준비생들은 "100명도 늘지 않은 것" "당초의 증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항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약으로 '특수교사 법정 정원 확보'를 내걸었다. 현재 특수교사 수는 법정 정원의 67% 수준이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초등교원 임용 관련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치원 교사 준비생들도 마찬가지다. 유치원 교사 선발 예정 인원은 총 894명으로 전년 최종 선발 인원보다 300명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가 추경을 통해 종전보다 800명을 늘리겠다고 예고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교사 증원'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이 선거 당시 내걸었던 '1수업 2교사제' '교사당 학생 수 감축' '고교 학점제' 등 공약은 모두 교사 증원이 필요한 정책이다. 교육부는 지난 5월 국정기획자문위 업무 보고에서 "문재인 정부 공약에 맞춰 교원을 2만9839명 더 늘리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TO가 생각만큼 늘지 않자 임용 준비생들은 '배신당했다'는 분위기다. 중등 임용 준비생들은 오는 12일 서울 대규모 시위에 나서 "기간제 교사·강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고 외칠 예정이다. 중등 임용 준비생들은 "이번 TO 감소는 학령인구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 실현'을 위한 TO 감소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 전환과 신규 교사 증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단번에 잡으려는 과욕(過慾)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이미 전국 교육대학원과 교육학과 몇 곳은 문을 닫았다. 학생이 줄어드는 만큼 교사 지망생 수도 줄어야 한다는 계산이 들어 있다. 초등 임용 선발 인원도 매년 줄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원 증원 공약을 남발한 것에 대해 정부는 임용 시험 준비생 조씨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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