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웃돈 분양권 12번 팔고도 세금 400만원만 낸 40대

하남현 2017. 8. 1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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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탈세 혐의 286명 세무조사
서울 등 집값 급등지역 다주택자
30세 이하 고가주택 소유자 타깃
거래자 포함 가족까지 금융 추적

#. 20대 A씨는 뚜렷한 소득원이 없다. 그런데도 아파트를 4채 보유한 ‘자산가’다. 올 상반기에는 서울 반포의 10억원 상당 아파트를 한 채 더 샀다.

#. 40대 B씨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혁신도시 등에서 고액의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된 아파트 분양권을 12차례나 양도했다. ‘억대’의 차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세금은 400만원만 냈다.

국세청이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세무조사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9일 위와 같은 사례에 대해 탈세 혐의가 있다고 보고 전격적으로 세무조사에 나섰다. ‘8·2 부동산 대책’과 연계된 것으로, 다주택 소유자 등이 부담을 가지는 세무조사 수단을 동원해 투기 수요를 잠재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부동산과 관련한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는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8·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부동산 투기 혐의자 약 270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탈세 혐의가 짙은 286명”이라고 밝혔다. 서울·세종 등 주택가격 급등 지역의 다주택 보유자와 고가의 주택을 가진 30세 이하 주택 소유주 등이 주 대상이다.

예컨대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이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및 분양권을 취득한 사례가 발견된다면, 국세청은 편법 증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취득 자금에 대한 돈줄을 살핀다는 방침이다.

거짓계약서(다운계약서) 작성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청약 경쟁률이 33대 1에 이르고 분양권에 붙은 프리미엄이 4억원 이상인 서울 강남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했음에도 차익이 없다고 신고한 사례가 있다. 국세청은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거래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의 전세를 낸 세입자도 국세청의 감시망에 포함된다. 한 여성은 전세금 15억원짜리 서울 대치동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국세청은 부동산 임대업자인 시아버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부동산 중개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강화한다. 일부 업자가 분양권 탈세·불법행위를 조장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판단에서다. 한 업자의 경우 중개업소를 3개 운영하면서 본인 명의로 아파트 및 단지 내 상가 30건을 양도했다. 그러면서도 신고 소득은 3년간 1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거래 당사자는 물론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 등 가족에 대해서도 금융 추적 조사를 할 것”이라며 “사업소득 신고 누락이 있다면 관련 사업체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미 올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자 자체적으로 검증을 강화했다. 올 1~6월에 2672억원의 관련 세액을 추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늘어난 규모다.

30대 C씨는 아파트 분양권을 필수 보유 기간 이전에 전매해 수천만원대의 웃돈을 챙겼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프리미엄을 받지 않은 것처럼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가 적발됐다.

자신이 내야 할 양도세 및 중도금 대출 이자를 매수인이 지급하도록 해놓고는 이 부분을 누락해 양도소득을 신고한 경우도 있다. 자녀의 주택담보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식의 편법 증여도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해 가지 못했다.

국세청은 향후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 대상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국세청은 투기과열지구(서울·과천·세종) 내 거래가액 3억원 이상 주택 취득자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를 수집해 돈 흐름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 규제가 덜한 경기도 지역의 거래 동향을 면밀히 살펴 탈루 혐의가 있을 경우 세무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동신 국장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앞으로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에 엄격하게 조치할 거란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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