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합산 규제, '시장지배력 전이'가 핵심이다

2017. 8. 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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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서울과기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최성진 서울과기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케이블TV, IPTV 등 동일서비스 복수사업자 허가로 사업자 수 확대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방송산업 전체 매출액은 증가하였으나 사업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취약한 구조다.

수익구조 측면에서 방송수신료 수익 비중은 줄어들고, 부가서비스 등 기타 사업부문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기형적 구조다. 또한 통신시장의 지배적사업자인 KT, SKT의 방송시장 진입에 따른 유무선 결합서비스 마케팅으로 방송시장이 저가시장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4차 산업의 중심에 있는 ICT대융합의 줄기에서 콘텐츠의 중요함은 주지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사업자와 콘텐츠제공사업자 간의 콘텐츠 거래대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제공 서비스에 비해 훨씬 낮은 방송수신료는 유료방송영역의 선순환적 가치사슬의 작동(고품질 프로그램→ARPU 증가→제작비 투자규모 증가→고품질 프로그램)을 차단시키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수직적 규제체계를 수평적 규제체계로 전환을 목적으로 방송법과 IPTV법으로 분산된 법체계를 '통합방송법' 체계로 일원화를 추진했고, 전단계로 유료방송 규제체계를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재정립했다. 일원화 정책의 핵심은 시장점유율 및 합산규제제도를 재조정하는 것이고, 동시에 공정경쟁 장치인 결합서비스 문제, 요금정책 등을 정비하는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5년 특정 사업자의 방송독과점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고 공정경쟁을 위해 케이블TV·IPTV·위성방송의 합산점유율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3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을 추진했고, 내년 6월 일몰이 예정되면서 사업자들 간에 논쟁이 예상되고 있다.

'2016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상반기 대비 89만 증가한 2962만 가입자로 집계됐다. 사업자별로는 KT가 577만 가입자로 가장 많았고, CJ헬로비전(390만 가입자), SK브로드밴드(388만 가입자), 티브로드(325만 가입자), KT스카이라이프(316만 가입자) 순이었다. 따라서 KT그룹인 KT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가입자 수는 작년 상반기 대비 36만 가입자가 증가한 894만 가입자로 합산 시장점유율 30.18%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6월 일몰이 예정돼 있는 합산규제 법안에 대해 KT IPTV는 시청자의 선택권이 제한받는다고 주장하면서 일몰을 주장하고 있고, 타 IPTV 및 케이블TV 쪽에서는 합산규제마저 철폐되면 방송시장에 지배적사업자가 탄생해 유료방송시장의 문제점인 저가 수신료 문제, 콘텐츠 거래대가시스템 문제, 결합서비스의 폐해 등 많은 문제점이 노정될 것이며, 독과점으로 인해 시청자의 선택권이 역으로 제한받을 것이라며 일몰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합산규제 법안이 일몰되면 지배적사업자가 나타나는가. KT그룹이 300만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케이블TV방송사를 인수할 경우 합산점유율이 40%를 넘어선다. 또한 IPTV 가입자의 확보는 초고속인터넷가입자를 기반으로 하는데, KT는 현재 830만 초고속인터넷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이를 IPTV 가입자로 유치 시 42% 대의 합산점유율을 점유하게 된다.

경쟁 환경에서 소유규제의 일차적인 판단 근거는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 여부에 있다. 특히 가입자 네트워크 및 통신시장에서 지배력을 갖는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에 따른 독과점 문제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으로 규제형평성을 강조했었다. 이는 유료방송 생태계 발전을 위한 규제개혁은 양보다는 점유율 규제와 같은 근원적 질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된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이 바로 설 때 방송시장의 선순환구조가 이뤄져 현 정부가 추구하는 콘텐츠 강국 및 ICT 중심의 4차 산업이 실현됨과 동시에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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