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 '발등의 불' 11번가 매각 코앞

배윤경 2017. 8. 9. 17: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사업재편으로 SK플래닛이 사실상 공중분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고대행사업을 담당하는 M&C 사업부문을 최근 물적분할한 뒤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SM C&C에 매각하면서 마지막 남은 11번가도 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사업을 SK텔레콤에 넘기고 11번가 운영사인 커머스플래닛을 흡수한 SK플래닛은 회사의 주요 사업을 SK 계열사에 계속 내어주거나 팔고 있다. 현금 창출력이 좋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까지 다음카카오에 넘겼다.

11번가 인수 후 실적은 급락했다. SK플래닛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6113% 급증한 3652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은 28% 줄어 1조170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모회사인 SK텔레콤에 따르면 적자의 절반 이상이 오픈마켓 사업인 11번가에서 발생했다. 업계는 11번가의 적자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플래닛은 앞서 2015년 클라우드 스트리밍과 호핀 사업부를 분할해 각각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에 넘겼다. 지난 3월에는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인 시럽애드도 매각했다.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계열사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사업 축소가 이어진 셈이다. 특히 지분 98%를 가진 모회사인 SK텔레콤 기준에서는 SK플래닛 M&C 사업부문을 팔고, 이를 산 SM C&C에 다시 출자해 2대 주주로 오르면서 SK플래닛을 제외하고 사업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유통업 기반이 아닌 SK는 수년째 11번가를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3조원(기업가치 기준)에 이르는 초반 매각대금이 발목을 잡았다. 11번가의 연간 거래액은 8조원 수준으로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14억원)에 이어 국내 온라인 쇼핑몰 중 2위다. 하지만 흑자기조를 보이는 이베이코리아와는 달리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 경영진이 SK플래닛의 대규모 적자를 내년까지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손실 대부분을 차지하는 11번가 매각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투자 유치 등 어떤 방식으로든 재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013년 이후 거래액 비공개 방침을 유지해왔던 SK플래닛이 지난달 말 이례적으로 실적을 공개한 것도 이와 무방하지 않다.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적자가 호조세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SK플래닛은 11번가를 분사한 뒤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에 매각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서성원 SK플래닛 대표까지 나서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사내에서는 롯데닷컴 등 구체적인 인수 기업이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오는 10월 전까지는 결정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직급이나 복지체계, 연봉인상률에 대한 우려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사내에서는 사실상 인수하는 기업의 이름까지 거론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매각이 결정될 경우) 11번가 출신들이 아무래도 승진이나 급여 체계가 밀리지 않겠느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K플래닛은 매니저로 직급이 통일돼 있지만 신세계는 밴드 중심의 직급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사원-대리-책임-수석 등의 직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공시된 연간급여액 기준 롯데쇼핑의 급여인상률은 4.2%, 이마트 3.9%, 신세계 3.48%로 SK의 경우 9.49%를 기록했다.

SK플래닛 M&C 사업부문 직원 280여명은 SM C&C로 둥지를 옮겼다.

다만 전망은 그닥 밝지 않다. 지난달까지 활발하던 합작법인 설립 논의가 답보상태에 놓이면서 이달 들어 이와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지주사 체제인 SK그룹은 SK-SK텔레콤-SK플래닛 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현행법상 SK플래닛은 증손회사의 지분 일부를 보유할 수 없어 분사 후 지분 투자라는 선택지 자체가 불투명하다. 분사한다면 완전히 매각하거나 100% 지분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매각이 어려울 경우 SK가 마지막 카드로 추가적인 투자에 나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찾는 데 골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SK플래닛 측은 "사업구조 재편은 전자상거래에 회사가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11번가의 대규모 손실 역시 투자에 따른 것"이라며 "추가적인 투자 유치나 외부 업체와의 협력 등 다양한 방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김규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