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의 길 vs 김대중의 길…기로에 선 안철수의 행보는?

기사승인 2017-08-09 14: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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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의 길 vs 김대중의 길…기로에 선 안철수의 행보는?[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당권 도전을 두고 당 내외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에 안 전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차기 대권 주자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안 전 대표는 8일 국민의당 인천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권 도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당과 운명을 함께하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지금까지 출마 선언한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사례는 없다. 앞으로 정말 끝까지 선택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제보조작’ 사건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는 당을 구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기 위해 ‘조기 등판’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내 지도권을 유지, 내년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삼아 차기 대선까지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안 전 대표의 등판 이후, 국민의당 지지율은 반등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535명을 상대로 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1.9%p), 지난 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6.2%로 지난주보다 2%p 상승했다. 안 전 대표의 출마로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잡고 대선주자로 다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선 패배 직후, 안 전 대표는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월14일 지지자와의 만찬에서 “5년 뒤 제대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결선 투표 없이도 50%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오는 2022년 대선에 출마한다면 이는 세 번째 도전이다. 이와 관련, 4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안 전 대표를 비견하는 주장도 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지난 71년과 86년, 92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지난 97년 대선에 다시 한번 도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안 전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인다.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자체를 반기지 않는 이들도 많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와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고 김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인 국민의당 동교동계는 안 전 대표에게 출마 철회를 요구 중이다. 천 전 대표는 SNS에 안 전 대표를 겨냥, “민심을 역행하고 민심의 역린을 건드려 민심의 역풍을 맞아 결국 실패한 지도자의 길을 되풀이하지 말라”며 “이회창과 이인제의 길을 가려 하나”고 꼬집었다. 대선에 지속적으로 도전했으나 실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안 전 대표와 이 전 총재의 정치 행보가 실제로 닮아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전 총재는 97년 12월 대선에서 낙선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98년 8월 빠르게 정계에 복귀했다. 당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전 총재의 조기 등판을 거세게 비판했다. 집단탈당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당권을 장악했다. ‘대세론’을 굳힌 그는 지난 2002년 다시 대선후보로 나섰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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