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염과 분노" 경고에 북한은 "괌 폭격 검토"

입력 2017. 8. 9. 09:16 수정 2017. 8. 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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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 예방전쟁 시사에 괌 폭격으로 대응
미 국방정보국,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인정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가장 강경한 대북한 경고를 하자, 북한은 괌을 폭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괌 폭격은 미국이 시사하는 예방전쟁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화성-12호로 괌을 포위사격’ 북한군 전략군은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개발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2호로 미국의 태평양 군사기지가 있는 괌을 향해 포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 성명은 "앤더슨공군 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성명을 발표한 전략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이다.

성명은 괌의 미군 기지에서 전략폭격기들이 한반도 상공에 출동하는 것을 두고 “우리로 하여금 미국의 대조선 침략의 전초기지, 발진기지인 괌도를 예의주시하게 하며 제압·견제를 위한 의미 있는 실제적 행동을 반드시 취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이 괌도 포위사격 방안은 충분히 검토·작성되어 곧 최고사령부에 보고하게 되며 우리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결단을 내리시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은 또 “미국이 자기 나라 땅을 그 누구의 공격도 받을 수 없는 천국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허황한 망상”이라며 “미국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탄도로켓들이 지금 이 시각도 태평양을 마주 향해 항시적인 발사 대기 태세에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알며 우리 탄도로켓들의 발사 방위각에 깊은 주의를 돌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략군 대변인 성명은 “김정은 동지께서 미국놈들이 우리나라 주변 수역과 태평양이 조용할 날 없이 갈개며(나대며) 예민한 지역에서 부적절한 군사적 망동을 일삼고 있는데, 미제의 침략 장비들을 제압·견제하기 위한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행동 방안을 검토하라고 언급하신 바 있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이 사격 계획이 단행될 경우 미국놈들이 우리 전략 무기들의 위력을 가장 가까이에서 제일 먼저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군사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우리에 대한 무분별한 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예방전쟁엔 전면전쟁으로 대응” 북한군 총참모부도 이날 별도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새롭게 고안해내고 감행하려는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시도)는 우리 식의 보다 앞선 선제타격으로 무자비하게 짓부숴버릴 것"이라며 "우리 식의 앞선 선제타격은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나는 즉시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한국)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과 함께 태평양 작전지구의 미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맥 매스터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한 모든 옵션을 제공해야만 한다. 거기에는 군사옵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예방전쟁(preventative war)이란 적의 임박한 공격 징후가 없더라도 적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적을 미리 공격하는 전쟁을 의미한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대표적이다. 미국 조야에서는 또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시설이 가동되기 직전에 무력화하는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시도)는 우리 식의 보다 앞선 선제타격으로 무자비하게 짓부숴버릴 것"이라며 "미국의 예방전쟁 행위 징조가 나타나면 우리 군대는 공화국의 영토가 전쟁마당으로 되기 전에 미국 본토를 우리의 핵전쟁 마당으로 만들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또 미국의 김 위원장 제거 참수작전과 체제전복을 위한 비밀작전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 인민군 장병과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대원들이 미제의 일거일동을 예리하게 주시하며 결전의 시각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미국은 우리에 대한 침략전쟁기도가 노골화될수록 우리 군대의 군사적 대응 강도도 그만큼 거세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북한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여름 휴가 중인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기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더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은) 정상 상태를 넘어 매우 위협적이었다”며 “금방 말했듯이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대북 강경 발언은 취임 이후 수위가 가장 높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식으로 협박 수준에서 ‘군사행동’ 가능성도 암시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출입 풀 기자들을 불러 모은 뒤 아편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읽었다. 이어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물어보자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면서 흘깃흘깃 아래를 본 점에 비춰보면, 사전에 준비한 답변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워싱턴 포스트>(WP)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추정된다. 신문은 이날 낮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지난달 북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기밀평가를 통해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며,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국’을 향한 도정에서 중대한 문턱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식 불바다’ 발언이 조만간 혹은 실제로 북한을 타격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일부러 팔짱을 끼고 격앙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미국인을 청중으로 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가지인 베드민스터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이 아니고 일을 하는 것이라며, 트윗을 잇따라 올리는 등 ‘일하는 모습’을 연출하려 애써왔다.

물론,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라는 압박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북한의 위협 평가에 대한 미 정부 보고서들이 잇따라 유출되고, 미국 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은 ‘8월 위기설’이 나오는 현 국면에서 상당히 좋지 않은 신호로 볼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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