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투자목적은 공공 서비스 질 향상"

문희철 2017. 8. 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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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과학기술 50년사' 발간
산업부흥 이면의 과기정책 추적
정부 주도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

O·X 퀴즈 하나. 한국에서 생산한 최초의 자동차는 현대차 ‘포니’다?

아리송한 이 문제의 정답은 ‘X’다. 국내에서 최초로 생산된 자동차는 1955년 미국 군용차(지프) 부품을 드럼통에 조립해서 만든 시발(始發·첫출발) 자동차다. 1975년 만들어진 포니는 한국 최초 고유 모델이지만, 그 전에도 현대차 코티나 등 양산차가 존재했다.

1950년대만 해도 드럼통을 펴서 차를 만들던 한국이 세계 6위 자동차 강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는 과학기술이 존재했다. 약 2만여개의 부품이 필요한 자동차 산업은 기계·전자·전기·소재 등 다양한 기초기술을 필요로 한다. 자동차 산업 뿐이 아니다. 정보통신(IT)·조선·국방산업 등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 부흥하는 과정은 과학기술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같은 과학기술의 역할을 한데 모아 정리한 책이 발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8일 과학기술처 설립(1967년) 50주년을 기념해 ‘과학기술 50년사’를 발간했다. 전문가 140여명이 집필·감수했는데, 분량이 총 3권 1080쪽에 달한다.

이장무 과학기술 50년사 편찬위원회 위원장(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은 “한국을 선진국 반열로 일으켜 세운 과학기술 발자취를 집대성한 정통 과학기술 역사서”라며 “출처, 참고 문헌을 빠짐없이 수록해 사료로서의 가치도 높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성과 뿐 아니라 과거 정부의 과오까지 과감하게 담았다는 점이다. 예컨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각각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할 산업을 선정해 지원했다. ‘과학기술 50년사’는 이들 정부에서 추진한 수십여가지 사업을 나열하면서 “효과가 없었다”고 일침을 놨다.

과학기술 정책을 입안하는 고위 관료들의 임무는 ‘전략적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대목도 눈에 띈다. 이들에게는 “그물망처럼 촘촘한 규제를 풀고, 규제개혁에 얽힌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조정하는데 역량을 결집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의 목적은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미국 국방고등기술개발(DARPA) 프로그램을 좋은 사례로 들었다. 국가 방위라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R&D에 매진한 결과가 고정밀위성항법장치(GPS)·인터넷·음성인식기술 개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준배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전략과장은 “과학기술 50년사의 제언은 조만간 수립할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과 ‘제5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50년 주요 성과 「1966 국산 흑백TV 1호(VD-191) 개발 1973 국내 최초 일관제철소(포항제철소) 준공 1974 국내 최초 고유모델 자동차(현대차 포니) 개발 1988 삼성전자, 국내 최초 아날로그 휴대폰(SH-100) 상용화 1992 한국 최초 인공위성(우리별1호) 개발 2005 삼성항공·록히드마틴,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공동 개발 2012 국내 조선 4사, 심해시추선 수주 100척 돌파 2013 삼성전자, 3D 낸드플래시 세계 최초 양산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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