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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중용으로 벌집 쑤신 청와대

입력 : 2017-08-08 16:58:30 수정 : 2017-08-08 17: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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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또 한차례 거센 인사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전날 임명된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이후 폐지됐다 문재인정부에서 부활한 과기혁신본부는 한 해 2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 연구개발(R&D)예산 통제권을 쥔 막강한 국가 R&D콘트럴타워다.

논란의 초점은 ‘황우석-박기영 커넥션’.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한 박 본부장은 희대의 과학사기 스캔들인 2006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태에 연루돼 있다. 노무현정부가 황 전 교수를 전폭지원하는데 박 전 보좌관 역할이 컸다는 게 정설이다. 또 황 전 교수 2004년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서울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연구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음’이 확인돼 ‘무임승차’ 비판을 받았다. 전공(식물생리학)과 관계가 적은 과제 2건을 맡으며 황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도 문제가 됐다. 이같은 전력때문에 당시 보좌관직을 사퇴했던 박 본부장이 다시 국가 R&D 예산 집행의 방향타를 잡는게 옳으냐는 시비 논란이 거세다.

특히 야당은 물론 과학계와 시민사회는 벌집을 쑤신 분위기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을 밝혀내는 첨병 역할을 했던 과학인 모임 브릭(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선 “12년 전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은 과학계에 뼈아픈 기록”이라며 “그런데 다시 12년 전 과오를 잊은 듯한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이번 인선에 대해서 브릭은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공개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연구부정행위와 연루된 사람이 과학기술계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임명된 것이 적합하냐는 주장이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도 이날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는 제목의 성명으로 이번 인사를 강력히 비판했다.

황우석 사태를 보도했던 MBC PD수첩 제작진이었던 한학수, 박건식 PD 등도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왜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인물을 중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과학계의 슬픔이며, 피땀 흘려 분투하는 이공계의 연구자들에게 재앙”, “박 전 보좌관이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노무현정부의 황우석 맹목적인 퍼주기뒤에는 박 전 보좌관이 있었다”며 이번 인사를 비판했다.

시민단체도 한 목소리다. 참여연대를 필두로 건강과대안,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한국생명윤리학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은 8일 공동성명을 통해 “박 전 보좌관은 황우석 사건의 핵심이자 배후”, “정부 과학기술정책의 신뢰를 훼손할 인물”, “황우석 박사의 든든한 후원자이면서 동시에 연구 부정행위를 함께 저지른 것” 등으로 강력히 비판하며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참여연대 등이 이처럼 강도높게 비판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다.

청와대는 이같은 후폭풍을 예상하고도 박 본부장을 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본부장은 2006년 12월 노무현정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에 다시 중용될 때도 현재와 동일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박 본부장은 “나름대로 해명을 했는데 잘 반영되지 않아서 가능하면 해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글쎄 (매를) 맞을 만큼 맞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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