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OUN FOCUS|기업이 된 TED

LAURA ENTIS 입력 2017. 8. 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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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GOES CORPORATE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컨퍼런스 주최자이자 아이디어 전파자인 TED가 대기업들에게 점점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고객들도 TED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비영리 브랜드 TED에겐 위험이 따르는 전략이기도 하다.

IBM의 재료 과학자 조지 튤렙스키가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BM TED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요즘엔 TED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technology, entertainment, and design)의 약칭인 TED는 그와 관련된 연례 아이디어 컨퍼런스로 출범했다. 현재는 케일과 같은 ‘지적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영양이 풍부하고, 이상하리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특정 그룹에겐 일종의 공유된 의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현재 온라인 TED 톡스의 누적 조회수는 무려 61억 회에 이르고 있다(케일보다 훨씬 더 사랑 받고 있는 셈이다). TED는 보디 랭귀지에서부터 내성적인 사람들의 잠재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면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비영리기관 TED가 최근 다른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ED는 몇 년 전부터 IBM, 인텔, 유니레버, UPS 같은 기업들과 공동 이름을 내걸고 콘퍼런스를 주최해왔다. 최근에는 특정 기업의 의뢰를 받아 그 기업만을 위한 이벤트도 열고 있다. 연사들을 초빙해 기업 임직원들을 위한 강연을 주최하고, TED 강사들이 대중연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TED의 창의성과 열기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도록 화려한 뉴욕 본사를 임대해 주기도 한다.

주류 기업들은 TED 톡스가 전달하는 혁신의 아우라를 갈망한다. 일부 기업들은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에 TED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적용하고 싶어한다. 한편 TED 입장에서 보면, 전 세계에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전파하려는 크리스 앤더슨 Chris Anderson CEO의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매출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 전략은 동시에 위험을 수반한다. TED가 마케팅 기업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TED 브랜드를 가치 있게 만들어 준 신뢰도에 조금씩 금이 갈 수 있다.

앤더슨은 옥스퍼드 출신의 미디어 기업가다. 그는 TED를 인수한 후, 사업을 꾸준히 확장시켜왔다. 그가 인수했던 2001년만 해도 TED는 일회성 컨퍼런스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 TED는 두 차례의 연례 컨퍼런스와 교육용 비디오 라이브러리(TED-Ed), 무료 온라인 TED 톡스, 독립적인 TED 이벤트(TEDx), 펠로 프로그램 네트워크를 거느린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해있다.

그러나 앤더슨은 교육받은 엘리트만을 대상으로 삼는 걸 원하지 않는 다. 개발 도상국의 수십 억 인구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기 때문에, TED 톡스의 정의와 대상이 확장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컨대 ‘나이로비 슬럼가에 거주하는 10대 소년’이 25달러짜리 모바일 기기를 갖고 있다면, 그 소년도 TED를 들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언어로 강연을 진행해야 하고(번역 서비스가 이미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TED 톡스의 포맷 또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최근 TED는 세 명의 직원으로 팀을 구성, 온라인 상에서 아이디어를 전파하기 위한 새 방법들을 고안해내고 있다.

TED의 CEO 크리스 앤더슨의 야심이 커지면서 기업 대상 서비스도 확장되고 있다.
이 모든 일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하지만 TED 컨퍼런스 후원금이나 티켓 판매 수입은 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신고된 2015년 TED 매출은 6,620만 달러였다. TED는 고작 몇 십만 달러의 ‘이익’을 조금씩 아껴 쓰고 있다. 매출의 35퍼센트는 기부금이다. 또 다른 재원은 1인당 참가 비용이 8,500~1만 7,000달러인 티켓 판매 수입. 앤더슨은 기업 후원이 매출의 40퍼센트로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TED가 계속 성장하려면, 추가 매출원을 찾아야 한다. 이 임무는 2015년 말 최고매출책임자(CRO)로 영입된 리사 최 오언스 Lisa Choi Owens가 맡고 있다. 그녀는 2013년 설립된 TED 인스티튜트 Institute를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기업 대상 일일 컨퍼런스를 열면 150만 달러 이상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TED 팀은 기업 대상 이벤트에서 다룰만한 아이디어와 내용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앤더슨은 이에 대해 “일반적인 TED 이벤트 준비 과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TED 측이 장소를 선정하고, 연사들을 교육하고, 이벤트와 전략을 짜는 것을 돕고, 행사를 주최하고, 동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이다(완성된 영상은 TED 웹사이트의 기업 브랜드 섹션에 올리고, 인기 강의들은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게재한다). 2015년 500만 달러를 기록한 TED 인스티튜트의 수입은 올해 7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콘퍼런스는 일반 TED 컨퍼런스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일례로, 작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BM 이벤트에는 TED 로고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당시 IBM의 재료 과학자 조지 튤렙스키 George Tulevski는 “차기 컴퓨팅 혁신이 탄소 나노튜브가 스스로 유용한 구조물을 형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이 프레젠테이션은 TED 스타일의 은유를 차용했다. 튤렙스키는 “동상은 석재로 만들지만, 반대로 석재가 아닌 먼지더미로부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반문으로 발표를 시작 했다).

직원들은 이 컨퍼런스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IB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셸라 스트리블링 Michela Stribling은 “사람들이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줄을 섰다.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오언스는 새 아이디어도 실험 중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디지털 버전의 맞춤형 컨퍼런스도 그 중 하나다. TED는 인하우스 광고 에이전시를 설립, 기업 브랜드를 위한 짤막한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 또 ‘호기심’과 ‘혁신’ 같은 주제를 다룬 기존 강연들을 주제별로 모아, 매리엇 호텔 투숙객들이 객실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리엇 호텔 체인 또한 TED 톡스를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일부 호텔 체인에선 직원들이 교대 근무 전에 ‘짧은 TED 영상’을 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경영 부사장 매슈 캐럴 Matthew Carroll은 “좀 더 창의적이고 색다른 방식의 사고법과 문제해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TED는 이런 기업 서비스가 기존의 교육 미션과는 다소 괴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앤더슨은 “그 부분에 대해 많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TED가 제품이나 가벼운 아이디어들을 홍보하는 플랫폼으로 변질된다면, 평판에는 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TED 고객들은 어떨까? TED가 담배 회사의 영상을 제작한다면? CEO 앤더슨은 “우리는 아이디어를 추구한다. 만약 돈을 버는 것과 그런 원칙을 지키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앤더슨은 TED가 콘텐츠에 대한 기준 역시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사 경영진이 인스티튜트 이벤트를 위한 주제와 연사들을 제안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TED에 있다는 것이다. 이 이니셔티브의 성공 조건은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지의 조건과 유사할 지도 모른다.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 애초에 지키고자 했던 소중한 자원을 망쳐버리게 될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LAURA EN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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