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에 대해 과학기술계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가운데, 8일 첫 출근한 박 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중에 설명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참석 뒤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층 기자실에 들러 출입기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사진=과기정통부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박 본부장 본인의 '황우석 사태' 연루 문제 등 과기계에서 불거진 자질 논란에 관한 질문을 던졌지만 박 본부장은 "잘 부탁드린다. 지금은 정신이 없다”며 "나중에 설명드리겠다"면서 즉답을 피한 뒤 간단한 악수만을 나눈 뒤 5분만에 자리를 떴다. 지난 7일 과학기술혁신본부 수장으로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가 임명되자 과학기술계에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차관급 조직인 과기혁신본부는 한 해 20조원의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을 심의·조정 하는 권한도 갖는 데다 과기혁신본부장은 장관과 함께 국무회의까지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박 본부장은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절인 2005∼2006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2006년초 보좌관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박 본부장은 당시 논문 연구에 참여한 사실이 없는데도 황 교수 논문의 공동저자(제13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본인 전공인 식물생리학과 관계가 없는 과제 2건으로 황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에선 “연구윤리와 연구비 관리 문제를 일으킨 인물이 새 정부 과학정책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이끄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공공연구노조와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박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는 성명을 내고 "이번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은 한국사회 과학 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연구노조는 박 본부장이 황 전 교수 논문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반성이나 사과도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책무성과 윤리성을 갖추지 못한 자의 혁신본부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며 덧붙였다. 아울러 건강과대안,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한국생명윤리학회, 환경운동연합 등의 시민단체들도 이날 박 본부장 임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청와대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과거의 철학이 결정적으로 새 정부와 배치되지 않는 한 결정적 하자가 될 수 없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본인이 어떤 입장을 표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박 본부장이 발간한 저서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경쟁력'에 문재인 대통령은 추천사로 “박기영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하면서,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조율만이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소신을 펼친 분”이라고 소개할만큼 두터운 신뢰를 보낸 바 있다. 한편에선 새 본부장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새로운 국가혁신시스템의 변화 방항에 대해 학습이 돼 있는 인물”이라며 “흠결과 역량은 별개의 문제로 다뤄야 할 것이며, 어떻게 진용을 짜고 지지를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선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본 한 국립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분명한 점은 박 본부장이 앞으로 안정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선 먼저 돌아선 과학기술계 민심부터 되돌려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감 0% 비공감 0% 류준영 [email protected] ※미래부 ICT·과학 담당 기자의 다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