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예로 팔릴 뻔했다는 英모델 납치, 범인과 '짜고 친 고스톱'?

김지아 인턴 입력 2017. 8. 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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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돼 ‘성 노예’ 경매 사이트에서 팔릴 뻔했다는 영국 모델 클로이 아일링(20)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납치범과 인질 사이의 ‘공모’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영국과 이탈리아 언론이 8일 보도했다. 폴란드계 납치 주범은 평소에도 주변에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로 포장하는 등 극도의 거짓말을 즐기는 ‘허언증(虛言症)’ 환자라고, 영국 더 선은 보도했다.

이 납치·인질 사건의 요지는 영국 모델 아일링이 지난달 11일 사진 촬영을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로 갔다가 ▲케타민 마취제에 정신을 잃고 ▲옷이 벗겨지고 손목과 발목에 수갑을 찬 채 가방에 실려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이탈리아 북서부 토리노의 외딴 마을로 끌려가 ▲6일간 감금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 인신매매 조직인 ‘블랙 데스(Black Death)’에 속한다는 폴란드 출신의 주범 루카시 파벨 헤르바(30)는 아일링이 “두 살짜리 아들의 엄마”라는 얘기에 ‘미안하게’ 생각해 7월17일 밀라노의 영국 영사관으로 아일링을 직접 데려갔고, 자신도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달 11일 촬영 차 밀라노에 갔다가 납치돼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성노예로 팔려갈 뻔했다는 영국 모델 클로이 아일링(20)/ 더선

아일링은 납치범 헤르바가 자신의 모델 에이전시에 27만 파운드(약 3억 9500만원)의 몸값을 요구했고, 1주일 내에 이 돈을 못 받으면 온라인 성(性)노예 경매 사이트에 팔려고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수사 주체인 이탈리아 경찰은 납치 주범 헤르바와 모델 아일링과의 납치 전후 관계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돼 수사 중이라고, 이탈리아 레푸블리카가 보도했다. 즉, ‘납치’가 발생한 것은 맞는 듯한데, 일부 ‘공모’ 또는 ‘모순된’ 정황이 많다는 것이다.

납치 주범인 폴란드 출신의 루카시 파벨 헤르바(30). 그는 왜 인질로 잡고 있던 모델 아일링을 직접 영국 영사관에 데려다주고 잡혔을까./ Fotogramma

우선 아일링과 주범 헤르바는 구면(舊面)이었다. 지난 4월에도, 헤르바가 파리에서 기획한 촬영 이벤트에 아일링이 참여해 사진을 찍었다. 간간이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납치 기간에 아일링은 헤르바와 한 침대에서 잤지만, 성적인 요구나 성폭행은 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헤르바는 자신이 속한 ‘블랙 데스’는 인질 여성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규칙이라고 말했다고. 심지어 납치 이틀째부터는 아일링의 수갑도 풀어주고, 초콜릿과 속옷도 사 줬다고 전해졌다.

아일링과 납치범 헤르바가 함께 잤다는 침대. 성폭력이나 성적 요구는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납치범 헤르바와 아일링이 함께 ‘신발 쇼핑’을 했다는 것이다. 둘은 피랍 과정에서 아일링이 신발 한짝을 잃어버려서 함께 사러 갔다고 한다. 이탈리아 경찰은 아일링에게 “납치범과 신발 쇼핑을 간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일링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탈리아 언론은 인질과 납치범 모두 처음 이틀 간은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납치 이틀 뒤, 납치범 헤르바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 미러에 ‘러시아 마피아에 납치된 영국 여성 모델’이란 제목의 이메일과 아일링의 억류된 사진을 함께 보내, 이 이야기를 팔려고 한 것이 드러났다.

납치범 헤르바는 또 아일링을 직접 밀라노의 영국 영사관에 데려가 풀어줬다. 이때 아일링은 헤르바를 “휴대폰을 빌려준 행인”이라고 했다가 돌연 그가 납치범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탈리아 경찰은 헤르바가 일부러 자신이 체포되길 바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아일링이 주장한 모두 5명의 납치범 중에서 3명은 전혀 신분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납치됐다는 모델 아일링은 2주가 넘게 이탈리아에서 조사를 받고, 지난 6일 영국 사우스런던의 쿨스던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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