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류정한 vs 배우 류정한
뮤지컬 '시라노'서 연기·제작 1인2역 합격점
데뷔 20년만에 프로듀서 신고식
섬세한 배려에 출연자들 엄지척
무대 위, 커튼 뒤에서 종횡무진
제작진 측 "다음에도 함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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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웨스트 사이드스토리’ 토니, ‘오페라의 유령’ 팬텀,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 등. 베테랑 뮤지컬 배우 류정한(46)의 다른 이름들이다. 최근엔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뮤지컬 프로듀서다. 오는 10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하는 뮤지컬 ‘시라노’의 PD를 맡아 직접 제작에 나섰다. 1997년 데뷔 이후 연기 밖에 외도는 20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배우가 연출가로 데뷔한 일은 왕왕 있었지만 제작자로 나선 것은 흔치 않은 만큼 공연계에서는 류정한의 도전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작품의 주인공 ‘시라노’ 역도 꿰차 1인 2역을 소화 중이다.
△제작자로서 ‘합격점’…안전 택했다
“차후에도 류정한 프로듀서와 함께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 류정한이 만든 제작사 ㈜RG와 공동 제작에 나선 CJ E&M의 공연사업본부 예주열 기획제작팀장의 ‘프로듀서 류정한’에 대한 평가다. 예 팀장은 “20여 년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관객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관객 입장에서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더라. 시라노 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에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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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따지면 류정한의 첫 PD 데뷔작은 ‘합격점’이라는 게 공연계 반응이다. 강렬한 한 방은 없지만 ‘흥행성’과 ‘대중성’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1막부터 커튼콜까지 주인공이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캐릭터의 매력과 극 전반의 주제 의식을 잘 전달하고 있다.
극의 완급 조절도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뮤지컬 ‘시라노’는 못생긴 코를 가진 시라노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다. 1막에선 시라노를 다소 돈키호테처럼 엉뚱하면서도 코믹한 인물로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2막에선 시라노·크리스티앙·록산의 얽히고설킨 사랑을 비극적으로 풀어나간다. 다만 2막의 빠른 전개는 호불호가 갈린다. 주인공에 대한 극 의존도가 높다 보니 다른 인물의 행동에 대한 개연성과 설득력은 개선점으로 꼽힌다.
‘내 단어는 떨어지는 꿀’ ‘내 편지를 당신의 입술로 마셔주시오’ ‘내 말이 어두운 밤길을 찾아가는 과정’ 등과 같은 시적인 대사는 인상적이다. 한국인이 유독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서정적 음악도 귀를 즐겁게 한다.
무대 연출과 극 흐름에서 ‘새롭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무난한 줄거리와 고음이 높이 올라가는 노래가 주기적으로 나오는 대작 뮤지컬의 전형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제작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실험보다 안전을 택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배우로서는 ‘인생작’ 얻었다
주인공 ‘시라노’ 역만 보면 ‘인생작’을 얻은 셈이다. 너무 가볍거나 지나친 무게감은 덜어내 지금 나이대에 딱 어울리는 배역을 찾았다.희극과 비극을 오고가는 작품은 20년 연기 내공을 고스란히 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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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의 류정한은 몇점일까. 예 팀장은 “철저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본인만의 배역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배우”라면서 “맡은 ‘시라노’ 배역 역시 극의 상황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다.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류정한 배우와 ‘맨오브라만차’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등에서 함께 출연했던 드기슈 역의 배우 이창용은 “같이 한 무대에서 호흡하는 상대 배우로서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며 “선후배를 떠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은 작품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진다. 다음 작품에도 함께 공연하고 싶은 선배”라고 했다. 이어 “두 가지 일을 해낸다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대단하고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록산 역의 배우 린아는 “100점 만점에 200점”이라고 했다. 그는 “한 작품의 프로듀서이자 주연배우이기도 해 신경 쓸 부분이 정말 많았을텐데 배우나 스태프 모두 지금까지 불평불만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번 작품에 함께 동참해 행복하고 기쁘다”고 웃었다.
조 협력연출은 “두 역할을 마치 지킬과 하이드처럼 잘 분리해 균형 있게 해냈다”고 평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젊은 한국의 창작자들을 육성하려는 비전도 가지고 있더라. 프로듀서로서 첫 걸음을 뗐지만 앞으로 새롭고 과감한 행보로 한국 뮤지컬계를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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