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1000원짜리 팔아 올해 매출 '2조 육박' 다이소의 성장 비결은

박정현 기자 2017. 8. 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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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을 파는 다이소가 급성장하고 있다. 201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년 만인 올해 매출 1조8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불황으로 인해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중요시하는 소비 패턴이 강해지면서 다이소 같은 ‘1000원숍’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연간 다이소 전 점포에서 팔리는 상품수는 약 10억개다.

다이소 강남 고속터미널점 전경/다이소 제공

8일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상반기(1~6월)에 연간 매출 목표치(1조8700억원)의 절반인 9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에 첫 점포의 문을 연 다이소의 매출은 최근 몇 년동안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1년 5100억원이던 매출액은 2015년 1조493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1조30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5년만에 두배반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2012년 10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도 2015년 842억원, 지난해 1131억원으로 불어났다.

유통업계에서는 다이소가 빠르게 점포수를 늘리고 물류센터를 짓는 등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내년 매출액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 예상대로라면 다이소는 2015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선지 3년만에 ‘매출 2조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셈이다.

① 무엇이든 ‘다 있소’...취급 상품수 3만개 넘어

다이소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보다 상품의 다양성이다. 점포당 취급 상품수는 평균 약 3만개다. 점포 크기가 작은 곳은 2만개 수준이고 큰 곳은 3만개를 넘어선다. 이는 육류, 과일, 가공식품, 조미료 등 식품까지 취급하는 대형마트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형마트는 점포 규모에 따라 5만~6만개의 품목을 취급하는데 이 가운데 식품을 제외하고 생활용품, 의류, 생필품, 가전 등의 품목수는 약 3만~4만개다. 식음료를 위주로 판매하는 편의점은 취급 품목수가 2000~3000개로 다이소 같은 생활용품 전문점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이소 같은 생활용품 업체들이 품목수로 경쟁하는 이유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늘려 ‘여기 가면 다 있다’고 믿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라고 분석했다.

다이소는 단순히 품목수가 많은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가 찾는 상품의 다양성도 높였다. 예를 들어 신발의 안창과 발뒤꿈치가 닿는 부분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신발에 붙이는 ‘발 뒤꿈치 패드’를 사러 가면, 종류와 디자인, 소재, 가격에 따라 여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1000원짜리 1종, 2000원짜리 2종, 3000원짜리 2종, 고급 소재로 만들어져 발목까지 감아주는 보호패드(5000원 이상) 2종 등 최소 7~8가지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선 가장 기본적인 제품 2~3가지 정도가 진열된다.

다이소 부산 연제점 전경/다이소 제공

② 잘 만드는 나라가서 싸게 사온다...취급품 절반 해외에서 공수

다양한 품목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다이소는 국내외 협력사들과 손잡고 매달 600여가지 신상품을 기획·공급한다. 이 중에는 다이소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 하는 상품도 있지만 국내 생산 제품들은 인건비가 비싸 단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당수 제품은 가장 싸게 잘 만드는 나라에 가서 직접 공수해온다. 이 과정에서 원가가 크게 절감되고 ‘가성비’를 확보할 수 있다. 해외에서 공수하는 제품들은 다이소가 진열 중인 전체 품목 중 절반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스테인리스를 원재료로 하는 식기구나 주방용품, 면으로 된 생활용품은 인도, 고무로 된 제품은 말레이시아, 유리 제품들은 러시아, 크기가 아주 작은 식기구, 예쁜 반찬통, 물통 같은 제품은 일본에서 각각 가져오는 식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을 낮추면서도 ‘품질’은 좋아야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그 제품을 가장 잘 만드는 협력사들을 찾아다닌다”고 설명했다.

③ 소비자가격 먼저 정한 뒤 생산...‘현금’으로 ‘대량 주문’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생산 단계부터 ‘1000원’ ‘2000원’으로 가격을 정해놓는다. 통상 기업들은 제품 원가에 이윤을 붙여 소비자가격을 정하는데 이와 달리, 소비자 가격을 먼저 정한 다음 다양한 방법으로 단가를 낮춘다. 예를 들어 협력사 간에 경쟁을 시켜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포장을 줄이고 디자인을 바꾼다. 대신 협력사들이 손해보지 않게 하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하고 현금으로 결제한다.

다이소가 진열하는 제품 중 절반은 수입산, 절반은 국산이지만 실제로 팔려나가는 품목은 국산 제품 비중이 70%로 높다. 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고, 같은 가격이면 국산 제품을 사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이소 측은 “국내 공장은 단가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한번 주문할 때 대량 주문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추고 디자인, 홍보처럼 본사(다이소)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 서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이소 제공

다이소는 국내 600여개 중소기업들과 손잡고 시장 조사, 상품 발굴, 상품 디자인, 품평회, 홍보 등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이소 브랜드의 옷걸이, 종이컵, 물티슈, 화장도구 등 히트 상품도 개발했다.

다이소는 총 품목의 절반을 3000원 미만 가격에 팔고 있다. 3만여개 제품 중 50%가 1000원, 30%가 2000원으로 어느 점포에 가든지 균일한 가격에 팔린다.

④ 점포 1190개, 물류센터 확대...유통비용 낮춰

다이소는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해 자체 물류센터도 운영 중이다. 현재 용인, 기흥, 경남 양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를 갖고 있다. 특히 용인에 위치한 다이소 허브센터는 상품 입고부터 출고까지 모든 과정이 ‘무인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부산 물류센터를 착공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점포수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2001년 100개, 2010년 500개이던 다이소 매장수는 2017년 7월 기준 1190개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500여곳은 가맹점이다. 다이소 측은 “상권 중에 가장 핵심지역만 골라서 입점하고 있고 가맹주들 간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점포 간에 최소 1km의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다”며 “평균 매장 면적을 100평~300평까지 키워 손님들이 편히 와서 놀고 구경하고 쇼핑하는 쾌적한 점포들을 앞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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