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댓글만 달던 요원들에 의존 '첩보수집' 기능 완전 피폐해져

박성진 기자 2017. 8. 8.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민간 보안업체에서 관련 정보를 돈을 주고 구매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사이버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이버 위협이 되는 첩보 및 정보의 수집·분석 능력인데, 이를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그 배경에는 전문성이 부족했던 댓글부대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이 군 내부에서 나온다.

사이버사에는 댓글작전에 관여한 상당수 핵심 관계자들이 여전히 요직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2012년 대선 승리가 자신들의 희생과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은근히 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댓글사건으로 망가진 사이버사

이명박 정부 당시 댓글사건을 주도한 사이버심리전단은 530단이었다. 이 530단의 전신은 2003년쯤부터 활동해온 합참 민심부 예하 심리전과다.

이 심리전과는 사이버정보과로 이름이 바뀌었고, 2004년 최전방지역의 대북 심리전 방송이 폐지되면서 여군 부사관 방송요원 등을 흡수해 사이버 심리작전을 수행했다. 그러다가 사이버사 예하 530단으로 창설됐다.

댓글사건에 동원된 사이버 심리전 작전요원들은 과거 대북 심리전에 투입됐던 530단 직원들과 댓글작전만을 위해 2012~2013년 신규 채용된 인원들이었다. 애초부터 정보기술(IT)이나 사이버 분야와는 크게 관련이 없던 이들에게 댓글 교육을 시킨 후 댓글작전에 투입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댓글작전에는 과거 대북 심리전 요원들과 대북확성기방송을 하던 여군 부사관, 댓글 전담 군무원으로 신규 채용한 80여명의 군무원 등이 주로 투입됐다”고 밝혔다. 새로 채용한 인원들은 주로 정훈장교 출신이나 홍보업무 경험자, 심리학 전공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이버사는 2013년 총선과 대선 때 정치댓글을 달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임무와 기능이 피폐해졌고, 2014년 12월 사이버 위협정보 수집·분석 조직인 ○○○센터로 개편됐다. 그러나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표면적인 개편일 뿐, 댓글요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사이버 위협정보 수집 및 분석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재교육을 거쳤다 하더라도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센터뿐만 아니라 사이버사의 사이버 방어조직과 사이버 연구조직을 보면 사이버 전문가가 아닌 각 군의 정보통신병과 장교, 부사관, 전산 군무원들이 보직을 맡고 있다 보니 자체적으로 사이버 위협정보를 생산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 댓글사건 축소 의혹

사이버사 심리전단이 댓글로 대선에 개입한 사건은 사이버심리전단장 등 핵심 관계자 20여명이 실형 내지는 기소유예, 징계를 받았고 일부는 재판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당시 수사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사이버사에 2011년 30억원, 2012년 42억원, 2013년 55억원을 지원한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이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와 함께 군 검찰이 댓글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군 내부에서 제기된다. 댓글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이 속한 ‘독사파’(독일육사 출신)들이 사건 축소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댓글사건을 조사한 국방부 조사본부도 수사를 질질 끌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결국 국방부 검찰단에 사건이 이첩된 시기가 예상보다 상당히 지연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기소 대상자는 당초 예상보다 갈수록 줄어들었다.

심지어 일부 댓글부대 핵심 요원들은 징계조차 받지 않고 진급한 경우도 생겨났다. 이를 놓고 독일육사 출신인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