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1가구1주택 실수요자는 '죄'가 없다

김현주 2017. 8.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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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8·2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애꿎은 실수요자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집을 샀지만 아직 소유권 등기를 하지 않은 실수요자들에게 1주택자 비과세 요건 강화가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다주택자들의 투기수요를 차단해 집값 상승에 제동을 걸겠다는 정책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선의의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완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실수요자 피해는 정부 부동산 대책이 예고나 유예기간 없이 전격 발표되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정부는 '정책 사각지대'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정책 의도와 달리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있다면 신속하게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사례별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입니다.
정부의 8·2 대책 발표 이후 첫 휴일인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아파트 앞에 있는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아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남정탁 기자

8·2 대책으로 서울 등 일부 과열지역 집값 안정되고 있지만 일부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서울, 부산 등 청약조정대상지역 40개 지역에서 이달 3일부터 취득하는 주택(양도가 9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비과세해주기로 했다.

세법상 취득시점은 잔금납부 또는 등기접수일중 빠른 날이 기준이다. 대책 발표 전 집을 계약한 사람도 3일 이후 잔금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면, 해당 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책 발표 전 집을 산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청약조정지역 내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들도 이른바 '날벼락'을 맞았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계약자들은 정책당국에 2년 거주 의무에서 제외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들어 대책 발표 전 계약한 사람들을 구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008년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지방 아파트에 대해 2년 거주 요건을 추가, 기존 분양 계약자들의 불만이 확산되자 예외로 취득시점을 '계약체결일'로 인정해준 바 있다.

이번 대책에서도 3일 이전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대출 신청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대출이 축소되어 잔금 납부가 어렵게 되자 금융당국이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 처분자 등 실수요자에 한해 기존 한도를 적용해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다주택자들은 엄격하게 하더라도 예고없이 바뀐 정책으로 피해보는 실수요자는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한다.

◆갑자기 바뀐 정책, 피해보는 실수요자 없어야

정부가 서울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11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에서 소외됐던 지역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전 지역과 과천·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정비사업 분양분 재당첨 제한 외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대출 1건 이상 보유자는 10%포인트씩 강화, 무주택자는 50%)로 축소되고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 강화,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강도높은 규제가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서울 동·북부권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4.63%(4월 말 대비) 오르는 동안 강동구와 송파구는 각각 10.11%, 8.47%의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성북구는 0.91%, 은평구와 강북구는 각각 1.16%, 1.45%, 중랑구는 1.52% 오르는 등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투기지역의 추가 자물쇠가 채워진 곳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동'별로도 아파트값 상승폭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마포구는 재개발 사업으로 새 아파트가 많은 대흥동(7.82%), 아현동(7.22%)·염리동(6.41%) 등이 크게 오른 반면, 서교동(0.15%)·망원동(0.67%)·상암동(0.83%)·용강동(0.98%)은 1% 미만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온도차가 있다.

영등포구도 당산동(6.36%)·신길동(5.50%) 등이 많이 올랐지만 양평동1가(0.88%)·문래동3가(0.59%) 등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 노원구 상계동(8.66%)과 공릉동(1.71%)의 차이도 컸다.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지정을 동 단위로 세분화하지 않는 것은 현행 지정요건이 '구' 단위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세금 인상, 대출 규제…피해보는 건 부자 아닌 '서민'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 등 투기지역에서는 실수요자들의 '주택 갈아타기'도 어려워졌다.

대출이 인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되면서 이미 주택을 보유한 가구들은 기존 주택이든, 신규 분양 주택의 중도금이든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현미(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8·2 부동산 대책과 관련 "집 많이 가진 사람은 좀 불편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다주택자를 향해 투자용 주택의 매도를 권유했다. 자료사진

기존 주택을 팔거나 전세로 돌려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대출받을 방법이 없다. 투기과열지구에서도 1주택자는 LTV·DTI가 30%로 줄어들기 때문에 갈아타기를 할 경우 집값의 70% 이상을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집을 사는 게 어렵다.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옥죄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버틸 여력이 있는 부자가 아닌 평범한 서민들이라며 주택시장 교란 행위는 엄격하게 차단하더라도 예고없이 바뀐 정부 정책으로 인해 피해 보는 실수요자는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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