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또 "전기 줄여라"..기업 3000여 곳에 지시

이태훈/고재연 2017. 8. 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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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가동 막는 것도 모자라..정부 "가정용까지 전력감축 검토"
정부 "테스트"라지만..
올해 하계시험 이미 두차례..대규모 추가 감축도 예고
기업 "공장 멈추란 말이냐"
"정부서 인센티브 준다지만 생산라인 멈추면 더 손해
정책이라 따를 수밖에"..감축량 맞추려 에어컨도 꺼

[ 이태훈/고재연 기자 ] 정부가 기업에 전기 사용량 감축을 지시한 데 따른 산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7일 3000여 개 기업에 또 ‘급전(急電) 지시’를 내렸다.


정부는 이날 전력거래소를 통해 “오후 2시45분부터 5시45분까지 세 시간 동안 전력을 감축하라”는 지시를 기업들에 내려보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3195개가 대상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과 21일에도 전기 사용량 감축 지시를 했다. 2014년 제도 도입 후 작년까지 세 번 급전 지시가 시행됐는데 올여름 들어서는 벌써 세 번 발동됐다. 기업 관계자는 “전력 최대 수요가 올라가면 원자력발전소를 없애도 된다는 탈(脫)원전 정책이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어 기업 전기 사용량 간섭이 빈번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두 번의 ‘급전(急電) 지시’에 이어 이날 세 번째 급전 지시를 내리자 기업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급전 지시는 정부가 전력 수요가 늘어 예비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기업에 전기 사용량 감축을 지시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공장 생산라인을 일부 멈추는 식으로 대응한다.

정부가 올 들어 급전 지시 횟수를 늘리면서 산업계에선 “전력 예비율이 떨어지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더 많은 비판에 부딪힐 수 있으니 정부가 기업들을 옥좨 전력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급전 지시가 내려진 7일 전력 예비율은 11~12% 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 ‘위험 수위’로 받아들여진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이날 내려진 급전 지시는 정식으로 발동된 게 아니라 일종의 테스트인 감축시험”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르면 감축시험은 춘·하·추·동계에 각각 1회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올해 하계 감축시험은 지난달 20일과 24일에 이미 시행됐다.

추가 감축 예고한 정부

정부는 이날 전력거래소를 통해 급전 지시를 내리며 “이달 말까지 감축 발령이 또 날 확률이 높다”며 “전력설비 담당자들은 감축 발령에 대비해달라”고 설명했다. 이달 중 언제든 추가 급전 지시가 내려갈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급전 지시 대상 업체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기준 2000개 업체에서 이날 기준 3195개 업체로 대상이 확대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감축한 회사에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강 관련 중소업체 대표는 “급전 지시가 한두 시간 내려오면 모를까 네 시간이나 공장 생산라인을 멈추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급전 지시로 공장 라인을 일부 멈추면 이를 다시 가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업체에는 부담이다.

충남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2011년 9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은 뒤 이 같은 국가적 재난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급전 지시에 참여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기업의 순수한 뜻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급전 지시 대상의 약 24%는 대기업이다. 이들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급전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생산라인 일부를 멈추고 인센티브를 받는 것보다 계속 공장을 돌리는 게 이익”이라며 “정부 시책에 협조하기 위해 감축 목표치를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에어컨도 못 틀고 일해”

급전 지시에 참여한 기업들은 ‘급전 지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전력거래소에 제출한다. 급전 지시 대상인 서울 A업체의 보고서를 보면 설비 가동을 멈춰 전력 사용을 줄인 것 외에도 에어컨 전등 컴퓨터 등을 꺼 감축량을 맞춘 것으로 돼 있다. A사의 전력 감축량은 시간당 1100킬로와트(kW)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부 생산라인을 멈추는 것으로 모자라면 전력소비가 큰 에어컨부터 끌 수밖에 없다”며 “경영진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도 이 제도에 불만을 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급전 지시가 탈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민과 기업이 전기를 아껴 쓰면 발전소를 덜 지어도 되기 때문에 급전 지시를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며 “향후에는 일반 가정도 급전 지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8일부터 다음달 초까지 전국 18개 주요 상권에서 문을 열고 냉방하는 상점을 집중 단속한다. 처음 적발되면 경고를 받지만 이후 적발될 때마다 1회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 4회 이상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태훈/고재연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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