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30·LA다저스)이 예전 ‘코리안 몬스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국 방송인 미국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 ESPN의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로 편성된 경기에 2주 연속 선발로 나서 14이닝 연속 무실점 피칭을 펼치며 자신의 완벽한 부활을 미국 전역에 알렸다.
류현진은 7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사사구없이 1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1안타, 1출루 경기였다. 8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투구수는 96개에 불과했다. 지난달 31일 샌프란시스코전에 이어 2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 투구로 수술 이전의 기량은 물론 자신감까지 회복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류현진은 또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전 5회부터 1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평균자책은 3.83에서 3.53까지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
류현진은 팀이 7-0으로 앞선 8회말 수비를 앞두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저스가 8-0으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5경기, 50일 만에 시즌 4승(6패)째를 올렸다. 경기 뒤 취재진 앞에 선 류현진은 “(어깨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인 것 같다. 지금 몸 상태가 좋고 그런 면에서 수술 전과 비슷하다”면서 “항상 말하지만, 구속보다 제구라는 게 오늘 경기에서 드러났다. 제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경기”라고 말했다.
어쩌면 류현진은 이전보다 더 완벽에 가까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주무기로서 커터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최고 시속 92마일(약 148㎞)의 빠른 공에 주무기인 체인지업(17개), 슬라이더(4개), 커브(19개)보다 커터(22개)의 비중을 높이 가져간 것이 주효했다. 1회말 3번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삼진 잡을 때 결정구는 시속 132㎞짜리 커터였다. 타순이 한바퀴 돈 4회 우타자 셋을 상대하자 커터를 적극적으로 던졌다. 선두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에겐 커터 3개를 코스를 달리해 던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후속 세스페데스와 승부에서는 커터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 커브로 타이밍을 흔들어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다음 윌머 플로레스를 내야땅볼로 유도한 결정구 역시 커터였다.
류현진은 출발부터 산뜻했다. 1회 선두 마이클 콘포토부터 2회 첫 타자 플로레스까지 4타자 연속 삼진 처리했다. 류현진은 3회 선두 트레비스 다노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첫 출루를 허용했으나 이후 투아웃을 삼진으로 채운 뒤 콘포토를 2루수 로건 포사이드의 호수비로 잡아내며 처음이자 마지막 고비를 넘겼다. 더 이상의 위기는 없었다. 자신의 공에 확신을 갖게 된 류현진은 공격적인 투구로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갔다. 6회부터 아웃카운트 4개는 공 6개로 잡았다.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마다 최악의 득점력(경기당 2.7점)을 보여준 타선도 모처럼 힘을 냈다. 다저스는 1회초 2사 2·3루에서 로건 포사이드의 2타점 적시타와 오스틴 반스의 적시 2루타까지 더해 류현진에게 3점차 리드를 안겨줬다. 3회에는 저스틴 터너의 투런포, 8회에는 벨린저가 쐐기 투런포를 날렸다. 류현진은 ‘6점 이상 지원시 승률’을 0.950까지 끌어 올렸다.
최근 일본인 우완투수 다르빗슈 유의 다저스 이적이 류현진의 승부욕을 더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에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다르빗슈는 이적 후 첫 등판인 지난 5일 메츠전에서 7이닝 10삼진 무실점투를 펼쳤다. 류현진은 “(다르빗슈는) 굉장히 좋은 선수다. 나로서도 더 집중력 있게 경기를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선발 로테이션 지키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계속 아프지 않는 것”이라고 목표를 이야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