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중, 남중국해 실효지배 강화위해 "해상민병" 운영

송고시간2017-08-07 14:44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군 지원·살수 장비로 영해 침범 외국어선 쫓는 역할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은 남중국해의 실효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어민을 훈련해 조직화한 '해상민병'(海上民兵)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민병은 군의 지시로 해상 시위에 참가하거나 물자운반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어선 위에 살수장치를 장착, 다른 나라 어선이나 배가 자국의 영유권 주장 해역 내에 들어오면 쫓아내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7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이 신문 기자가 지난달 17일 하이난(海南) 성 싼야(三亞)시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야저우(崖州)어항에서 대형 어선의 사진을 찍자 배에서 선원이 쫓아 나와 "찍지 말라"며 "지우라"고 요구했다.

군함이라면 몰라도 어선인데 문제가 되느냐고 묻자 다짜고짜 카메라를 빼앗아 사진을 삭제해 버렸다. 할 수 없이 건너편으로 돌아가 다시 사진을 찍는데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던 왕(王)이라는 초로의 남성이 "배 위에 큰 방수(放水) 총이 있는 저 배가 하는 일은 절반은 어업이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나라 배를 쫓아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싼야시 정부가 30억 위안(약 5천24억 원)을 들여 작년 8월에 개항한 야저우어항은 약 800척의 어선이 정박할 수 있는 하이난 섬 최대의 어항이다. 현재도 확장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이 어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실효지배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2013년 4월 8일 야저우에서 230㎞ 정도 떨어진 충하이(瓊海)시의 어항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현지 어민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당과 정부는 여러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위로했다. 시 주석의 격려를 받은 사람들은 "해상민병"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어민이지만 군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왕씨에 따르면 대형 어선에 타는 사람들은 이들 민병이다. 중국의 무력에 의한 해양진출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민병 어선 이외에도 하이난 성 소속 어선에는 혜택이 많다. 일시 기항한 광둥(廣東) 성의 양예충(楊業忠. 58)은 "이곳 배들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가까이 가기만 해도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데 우리는 같은 장소에 가도 한 푼도 안 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싼야시에서는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베트남명 호앙사군도)로 가는 크루즈선도 뜬다. 정부 주도로 현지 투어가 2013년 4월에 시작돼 작년까지 연 2만3천 명이 참가했다. 작년 말에는 크루즈선이 한 척 증가해 수송능력이 4배가 됐다.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겪는 남중국해[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겪는 남중국해[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투어 참가자격은 중국인으로 국한된다. "애국주의 활동"이라는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국기를 게양하는 행사를 한다고 한다. 후난(湖南) 성 창사(長沙)에서 양친과 함께 참가했다는 20대의 쑨산(孫珊)은 "모국의 최남단에서 국기를 세워 하나가 되는 건 훌륭한 일"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국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사군도 우디섬(융싱다오<永興島>)에서는 7월부터 영화관이 상영을 시작했다. 첫날 군민 200여 명이 영화를 감상했다. 화질이 섬세한 4K 영사기와 3D 스크린 등 최첨단 설비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중국이 실효지배 강화를 겨냥한 대책을 착착 진행하고 있지만, 현지 어민들은 남중국해 현장에서 필리핀 배와 대치하는 장면은 거의 없어졌다고 입을 모아 전했다. 하이난 성 충하이 시에 사는 양자태(梁子太. 48)는 "우리(중국) 감시선이 따라 오는 것도 아니고 아주 조용하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분쟁이 소강상태라는 이야기는 필리핀 쪽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북부 어촌에 사는 베냐민(41)은 7월 중순 고기잡이를 나갔을 때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근처에 4척, 암초 안쪽에 2척의 중국 해경선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중국인이 보트를 타고 필리핀 어선에 접근해 물물교환을 요구했다고 한다. 마른국수나 담배를 내밀며 비싼 생선과 바꾸자고 하는 게 불만이지만 "이전에 비하면 상황이 훨씬 좋아졌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최근 반년 정도는 바다가 거칠어지면 중국 배의 제지를 받지 않고 암초 안쪽으로 피난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 해역을 순찰하는 중국 해양경비정[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 해역을 순찰하는 중국 해양경비정[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작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인 "9단선"이 "유엔해양법조약에 위반된다"며 중국의 주장을 거의 부인하는 판결을 내린 게 상황변화의 전기가 됐다.

중국 정부는 판결 직전 취임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필리핀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했다. 중국의 통 큰 경제지원으로 양국관계가 급속히 개선되자 필리핀 외교부는 지난 6월 "근린국과의 우호 관계를 구축해 어민들이 스카보러 암초에서 조업할 수 있게 됐다. 거액의 경제지원도 얻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두테르테는 아버지 쪽 조부가 여(呂)씨 성의 중국계라고 밝히면서 "나는 중국인"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맥주와 부동산사업을 하는 중국계 대기업 산미구엘 사장에게서 선거자금을 받은 사실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2번째)과
중국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2번째)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 부부[AP=연합뉴스]

아사히는 중국이 군사 거점화 계획을 포기할 기미는 없다면서 "중국은 스카보러 암초 일대의 군사 거점화를 3년 이내에 완료할 것"이라는 아키노 전 정부의 안전보장담당 관계자의 경고를 전했다.

lhy5018@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