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번가' 김석훈, 변곡선을 벗어난 청개구리 [인터뷰]

황서연 기자 2017. 8. 7. 09: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김석훈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김석훈이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2003년 국내 초연을 가진 뮤지컬 '킹 앤 아이' 이후 14년 만이다. 오랜만의 뮤지컬 무대가 낯설 법도 하건만 김석훈은 "그저 연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덤덤하게 첫마디를 꺼냈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연출 레지나 알그렌)는 뮤지컬의 본고장 뉴욕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무명의 코러스 걸 페기 소여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쇼뮤지컬이다. 김석훈은 완벽한 무대를 추구하는 브로드웨이의 유명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았다.

김석훈이 맡은 연출가 줄리안 마쉬라는 캐릭터는 화려한 탭댄스가 주를 이루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춤을 추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다. 작품을 통틀어 노래를 하는 장면은 두 신이 전부이며, 대신 깊은 감정 연기를 통해 인물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역할이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이 익숙지 않은 그의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이 덜한 캐릭터일 수 있지만 "배우로서의 압박감은 똑같다"며 단 두 곡의 노래를 소화하기 위해 끝없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김석훈이다.

"노래방에 가면 80점 이상의 점수는 나와요. 하지만 뮤지컬은 노래로 감동을 줘야 하잖아요. 제 노래 실력은 일반인 수준이니까 그것보다는 잘 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거죠. 6월부터 연습을 시작해서 두 달가량 음악 감독님께 기초부터 배웠어요. 허밍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허밍 위에 가사를 붙이는 식으로, 무대 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해 연습을 했죠."

김석훈은 "알려진 사람이 무대에 오를수록, 연습량은 두 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TV, 영화 등을 통해 쌓아온 높은 인지도는 그만큼 대중들의 기대를 자아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무대에 설 때의 공포감은 다른 장르의 열 배는 된다. 그 공포를 이겨내려면 연습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연습을 안 했을 때의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뮤지컬 연습에 올인해야 했다"는 그다.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올해로 국내 초연 21주년을 맞은 스테디셀러라는 점 역시 그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부담이 된다고 했다. "10년 전에는 줄리안 마쉬를 누가 연기했는지, 21년 전에는 또 누가 했는지, 관객들은 다 기억한다"며 "관객들이 비교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적어도 지난번 공연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각오를 다지는 이유 또한 이런 부담감 때문이라고.


김석훈에겐 14년 만의 뮤지컬이고, 대중에겐 무대 위의 그가 낯설 법 하지만 정작 그에겐 뮤지컬이 낯익은 장르란다.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던 대학시절부터 대학로에서 연극, 뮤지컬을 보는 것이 취미였고, 본격적으로 드라마에서 활약을 시작한 이후에는 한 작품을 마무리할 때마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로 뮤지컬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종의 휴가였다는 그다. 인터뷰 도중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언급되자 작품에 대한 정보가 술술 이어질 정도로, 김석훈은 꽤나 뮤지컬 '통'이었다.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뮤지컬 무대에 돌아오고 싶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는 그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다가 14년이 흘렀다. 이제는 '브로드웨이 42번가' 팀원들 중 최고참 전수경, 최정원과 함께 가장 나이가 많은 선배가 됐을 정도로 빠르게 세월이 흘렀다.

김석훈은 "나이는 많지만 후배들을 이끌 능력도 안 되고 경험치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무엇보다도 지난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많기에, 이미 노래와 안무를 숙지한 후배들을 정신없이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것. "나이만 많지, 능력은 없는 신인의 자세로 돌아갔다. 이등병 같은 어리바리한 느낌"이라며 연습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그다.

남들보다 연습 속도가 느린 대신, 자신만의 캐릭터 분석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김석훈이다. 줄리안 마쉬를 이탈리아 사람으로 설정한 것부터 그렇다. 김석훈은 "줄리안이라는 이름이 로마 황제 줄리어스 시저에서 유래했더라. 그래서 나름대로 그가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해석을 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브로드웨이에 많기도 하다"며 부연 설명에 열심이었다. 다소 다혈질인 이탈리아 사람들의 특성에 20여 년 간 연기를 하며 만났던 수많은 연출들의 실제 모습을 녹여내 자신만의 줄리안 마쉬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극 중 깜짝 스타를 발굴해 내는 연출가 역을 맡았지만, 사실 김석훈의 실제 삶은 스타인 페기 소여의 모습과 닮아 있다. 국립극단의 오디션을 거쳐 단원이 됐고, 단역으로 몇 차례 무대에 서던 중 갑작스레 드라마 '홍길동'의 주연으로 발탁된 것. 무대 경험이 있던 중고 신인을 찾던 PD의 눈에 들어 우연히 탤런트가 된 후, 그는 줄곧 주연을 맡으며 안방극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화려한 청춘을 보내고 어느덧 중견 배우가 된 지금, 김석훈은 주연이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주연 배우로서의 희열은 한 때이니, 나이가 많아 더 이상 남자 주인공 역할이 들어오지 않거나 자신을 찾아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타 배우는 10명 남짓이다. 나머지 2000명은 오르막 내리막을 번갈아 걷는 배우들"이라며 "안 되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이니, 인기의 변곡선에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그다.

이 같은 자신만의 철학을 믿고, 김석훈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과감하게 선택해 왔다. 드라마의 성공 이후, 모두가 다음 작품을 신중히 고르는 그때 돌연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를 맡아 3년 간 마이크 앞에 섰고, 이번에는 갑작스레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소위 청개구리처럼, 남들의 말과는 다르지만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뚝심이다. 이 청개구리가 뮤지컬 무대 다음의 목표로 삼은 건 다름 아닌 '숲 해설가'란다.

"남과 북을 이어주고, 땅과 하늘을 이어주고, 땅에 있던 하늘에 있던 언제든 중간에서 양 쪽을 이어주는 '전달자'가 되고 싶어요. 배우는 대중에게 작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라디오 DJ는 사건을 청취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숲 해설가도 숲에 대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요. 저한테 딱 아닌가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샘컴퍼니]

김석훈|브로드웨이 42번가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